2014년 메리노 울을 활용한 신발 브랜드 올버즈(Allbirds)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11만 9천 달러(약 1억 5천만 원)를 모으며 시작됐다. 막대한 마케팅 예산도, 유명 모델도 없었던 작은 브랜드는 불과 몇 년 만에 실리콘밸리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보이는 신발 브랜드가 됐다. 성공의 비결은 단순했다. 지구를 덜 해치는 신발을 만든다는 명확한 약속과, 그 약속을 증명하는 구체적인 실천이었다.

요즘 어떤 기업이 친환경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그린워싱이 만연한 시대에, 올버즈는 어떻게 진짜 신뢰를 얻었을까? 그 답은 어떻게 이야기를 전달했는가에 있다.

숫자와 소재로 증명하는 진정성

올버즈는 사탕수수로 만든 SweetFoam을 석유 기반 소재 대신 신발 밑창에 사용했다. 우리가 신는 대부분의 운동화 밑창은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 소재다.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버려지면 썩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 올버즈는 브라질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과 손잡고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새로운 밑창 소재를 개발했다. 그리고 환경 전문 검증 기관인 프로포레스트(Proforest)의 인증을 받아 정말로 환경에 안전한지 확인 받았다.

단순히 우리 기업은 친환경 소재를 쓴다고 주장만 하는 게 아니라, 제3자 전문기관의 검증을 통해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한 셈이다. 올버즈는 메리노 울, 유칼립투스와 같은 자연 소재를 사용하고, 신발끈은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만들었으며, 깔창은 피마자 기름으로 만들었다. 추상적으로 친환경이라고만 말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어떤 소재를 왜 선택했는지 하나하나 설명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2020년 지구의 날부터 올버즈는 모든 제품에 탄소 발자국을 표기하는 첫 패션 브랜드가 되었다. 신발 한 켤레를 만드는 데 정확히 몇 킬로그램의 탄소가 배출되는지 제품 라벨에 적어놓았다. 식품을 살 때 영양성분표를 확인하듯, 소비자가 직접 환경 영향을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워싱과 진정성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워싱은 우리는 친환경 기업이라고 선언만 하지만, 진정성은 이 제품은 7.6kg의 탄소를 배출했다고 측정된 사실을 보여준다. 전자는 주장이고, 후자는 증거다. 더 놀라운 점은 올버즈가 자사 제품 중 탄소 배출량이 높은 제품도 그대로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를 완벽하다고 자랑하는 대신, 지금 기업의 위치는 여기이고 앞으로 더 개선하겠다는 솔직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구체적인 숫자와 투명한 공개가 중요한 까닭은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슬로건은 누구나 외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올버즈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탄소 발자국을 공개하고 있다. 이런 지속적인 실천이 쌓여 브랜드 신뢰가 된다.

경쟁자와 나누고, 비판에 응답하는 태도

올버즈는 자체 개발한 SweetFoam 기술을 업계 전체에 무료로 공개해 100개 이상의 기업이 해당 소재 사용에 관심을 보였다. 보통 기업이라면 특허를 내서 보호하고 우리만 쓸 경쟁 무기로 삼았을 기술을 왜 공개했을까? 올버즈의 목표는 우리가 가장 친환경적인 신발 회사가 되는 게 아니라, 신발 산업 전체가 더 친환경적으로 변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워싱은 스스로가 최고라고 말하며 차별화를 내세우지만, 진정성은 관련 산업 전체가 변해야 한다고 말하며 변화를 추구한다. 실제로 올버즈는 신발 유통업협회를 설득해 탄소 가격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탄소 가격제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에 비용을 더 부과하는 제도다. 내 회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규칙 자체를 바꾸려 한 것이다.

기술을 공개한 선택은 올버즈에게 손해가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를 더욱 깊게 만드는 자산이 됐다. 소비자들은 올버즈 신발을 사는 행위를 환경 보호라는 더 큰 운동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받아들였다. 브랜드 스토리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된 순간이다.

물론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21년 상장 이후 주가가 99% 폭락했고, 2022년 동물보호단체가 양모 생산 과정의 동물 복지 문제를 지적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올버즈의 손을 들어줬지만, ESG 가이드라인이 기업 상장 마케팅에 자주 활용되지만, 정부 차원의 일관된 기준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Wikipedia의 지적이 나왔다.

올버즈는 비판에 대응해 더 엄격한 검증을 받기로 했다. B Corp 인증과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인 Sustainalytics의 평가를 받았고, 2023년에는 18.3점의 ESG 위험 등급을 받아 저위험 기업으로 분류됐다. 점수가 낮을수록 ESG 리스크가 적다는 의미다. 비판을 받으면 변명하거나 감추는 대신, 더 투명해지고 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응답한 셈이다.

소비자들은 완벽한 기업을 기대하지 않는다. 정직한 기업을 원할 뿐이다. 완벽한 척 포장하다가 작은 모순이라도 발견되면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차라리 지금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밝히는 편이 훨씬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한국 중소기업이 만들 스토리 자산

1억 5천만 원으로 시작해 글로벌 브랜드가 된 과정은 국내 중소기업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SG 스토리텔링에서 워싱과 진정성을 가르는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측정 가능한 숫자로 말하라. 친환경이라는 막연한 표현 대신, 지난달에 플라스틱 용기를 몇 개 줄였는지, 올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몇 퍼센트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올버즈처럼 모든 제품에 탄소 배출량을 표기하면,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신뢰를 준다.

둘째, 꾸준히 실천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 완벽한 결과를 한 번 발표하는 것보다, 매달 환경 지표를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하고 실패한 시도까지 SNS에 공유하는 편이 훨씬 강력하다. 올버즈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탄소 발자국을 공개하면서, 이게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의 경영 방식이라는 걸 증명했다.

셋째, 나만이 아닌 산업 전체의 변화를 이야기하라. 올버즈처럼 개발한 친환경 기술을 다른 회사와도 공유하거나, 협력업체와 함께 친환경으로 바꿔가는 이야기는 단순한 회사 홍보를 넘어선다. 경쟁사에게까지 기술을 공개한 선택은, 환경 보호라는 더 큰 목표 앞에서 회사 이익만 챙기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중소기업의 장점은 분명하다. 대기업처럼 복잡한 결재 과정이 없어 빠르게 실행할 수 있고, 창업자의 철학이 바로 제품에 반영되며, 작은 조직이기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도 쉽다. 업종마다 실천 방법은 다양하다. 식당이라면 로컬 식재료 사용 비율과 음식물 쓰레기 감소량을, 옷 만드는 회사라면 재활용 천 사용 비율을, IT 회사라면 친환경 전력 사용량을 공개할 수 있다.

올버즈는 단순히 신발을 판 게 아니라, 지구를 덜 해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팔았다. 사탕수수로 만든 밑창, 모든 제품에 적힌 탄소 배출량, 다른 회사와도 공유한 친환경 기술, 비판에 대한 솔직한 응답. 이 모든 게 모여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었다. 비록 최근 경영이 어렵지만, 올버즈가 만든 스토리텔링 방식은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각자의 올버즈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거창한 광고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실천으로, 멋진 슬로건이 아니라 투명한 공개로, 완벽한 결과가 아니라 정직한 과정으로 만든 이야기가 진짜 브랜드 자산이 된다.

소비자들은 준비되어 있다. 기업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다. 그 이야기가 구체적이고, 꾸준하며, 진정성을 가질 때, 브랜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다. 그 신뢰야말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가장 오래 지속되는 자산이 된다.

[저자소개]

심준규. 경영학박사.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 ESG로 성과내는 사람들>,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