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들이 주요 선진국 근로자들에 비해 실제 재택근무 경험은 적지만, 향후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비율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근로자들은 재택근무를 단순한 근로 형태의 변화를 넘어 ‘경력 단절’을 막을 수 있는 유효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원장 고혜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RIVET Issue Brief 311호(재택근무 경험 국제 비교)’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독일 등 5개국 취업자 총 7,500명(국가별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경험은 적지만 갈망은 크다… 韓 근로자 63.4% "재택 원해"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한국 근로자의 재택근무 경험 비율은 36.4%에 그쳤다. 이는 중국(59.6%), 미국(40.6%), 독일(37.9%)보다 낮은 수치로, 비교 대상 5개국 중 일본(26.4%)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향후 재택근무를 희망하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한국 근로자의 63.4%가 재택근무를 희망한다고 답해 5개국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중국(57.5%), 미국(43.5%), 독일(43.0%), 일본(24.2%)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근로자들이 실제 경험해 본 비율보다 희망하는 비율이 약 1.7배 더 높은 것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재택근무, 경력 단절 막아준다"… 한국 긍정 평가 1위

한국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주된 이유는 ‘일-가정 균형’과 ‘경력 유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5개국 근로자 모두 재택근무가 업무 효율성과 일-가정 균형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나, ‘경력 단절 방지’ 항목에서는 국가별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재택근무가 경력 단절 방지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 문항(긍정 1점, 부정 -1점 환산)에서 한국은 0.47점을 기록해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는 미국(0.45점), 독일(0.32점), 중국(0.28점)을 앞서는 수치이며, 일본(0.10점)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전문가 "생산성 유지가 제도 확대의 관건"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지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재택근무를 경험해보지 못한 근로자들조차 다수가 재택근무를 희망하고 있다"며 "특히 재택근무의 효과를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미국보다 한국 근로자들의 희망 비율이 훨씬 높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근로자들이 고용 안정보다 경력 단절 방지 효과를 더 높게 평가한 배경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향후 재택근무가 미래의 보편적 근무 형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용주 입장에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