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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토분단의 운명에 처했던 -한국은 여전히 분단돼 있지만- 두 나라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독일과 한국, 두 나라는 더 많은 갈등과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분단되었다. 분단은 전선(戰線)이 얼어붙은 상태를 의미할 뿐이지만, 또한 눈에 보이는 상처를, 그리고 분단국가가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강대국들에 의해 분단이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은 분단되는 내부 갈등 과정에서 권한을 부여받았거나 부당한 간섭을 행했던 탓에,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다.
한편, 독일은 1989년 통일 이후에도 말할 수 없는 분단의 아픔을 남겼다. 통일 후 30년이 지나면서 지정학적 분단은 극복됐지만, 독일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면 내적 차이가 여전히 뚜렷하게 드러난다.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집권 하에서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이웃 국가를 침략·테러하고, 고급 유태인 인력들을 추방하거나 가스실로 보내고, 전쟁터에서 자국의 고귀함과 지성을 태워버렸던 독일 역시 분단에 책임이 있다.
독일은 제국주의적 광기에 대한 대가를 치렀지만, 한국은 항상 주변 강대국들의 장난감이 되곤 했다. 한국은 과거 이웃 국가들의 침략으로 곤란을 겪었으며(필자 주-중국과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한 것은 내부 갈등에 외세를 이용했던 한국의 협력자들과 군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기까지는 외국의 적대적인 간섭을 견뎌내야 했다. 한국의 경우, 분단은 외부 요인에 의해 점점 더 부채질된 동족상잔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세기에 걸쳐 여러 차례의 지배와 파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적 뿌리를 지켜 낸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국은 ‘아시아 호랑이 국가’의 리더로 자리잡았다. 서구에서는 아시아의 신흥국이라고 부르는 이들 국가는 단 한 세대 만에 농업국가에서 첨단기술사회로의 도약을 이뤄냈다.
여전히 분단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은 더 놀라운 성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계와 굴욕, 그리고 일방적 해석만 허용하는 양자 합의에 의해, 보유하고 있는 힘을 억제해야 하는 한국인은 어떤 민족인가. 이것만 보아도 한국의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편으로 한국은 수수께끼와 모순의 땅이기도 하다.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강대국 중국을 여전히 ‘중앙의 나라(中國)’라고 부르는 나라. -비록 아이들이 미국에서 얻는 경험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엘리트들이 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내기 좋아하는 나라. 노인을 존중한다고 자부하지만, 막상 지하철에 타면 노인들을 위한 좌석은 남기지 않는 대신 아이들을 위한 자리는 남겨놓는 나라. "한국인에게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체면을 잃는 것"이라고 말하는 나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생겨나, 특히 여성들이 성형 수술을 통해 그들의 타고난 개성을 인공적인 얼굴로 바꾸는 것을 돕는 나라. 한국인들의 '불일치 리스트'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독일의 통일은 1989년의 사건까지 유토피아였다. 모든 분야에서 다른 길을 걸어 온 -(동독과 서독) 양 측의 이념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했던- 두 적대 체제가 어떻게 다시 뭉치는 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의 완화 정책과,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와의 친분만으로, 양측 간에 신뢰의 대화가 열린 것이다. 그 순간 진자는 독일민주공화국(구 동독)을 무력화시켜 구경꾼으로 만들어 버리고, 독일 연방공화국(구 서독) 주권의 방향으로 휘둘러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한국의 통일에 있어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독일의 통일은 한국에게 청사진일 수 있다.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인 측면은 어떤 유토피아도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가장 사악한 시스템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붕괴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은 통일은 양쪽을 모두 고려해 더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배워가며 장기적 관점에서 차근차근 통일을 향해 나아감으로써. 천연자원을 보존하고 합리적인 기반시설과 지속가능한 개념에 투자함으로써.
한국은 표면적으로는 독일과 같은 운명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의 복잡성은 훨씬 더 크다. 현재, 한국의 지리적 이웃국가 지도자들 가운데 한국의 통일에 실질적 관심을 갖는 이는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들 사이의 취약한 힘의 균형은 진정한 의미의 주권으로 돌아갈 틈을 열어주지 않는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을 자신들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고, 일본은 이웃나라의 강화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미국은 동아시아와 한국시장의 교두보를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의 정치적 우선순위 중 하나는 멕시코와의 국경 전체를 따라 벽을 쌓는 것이지 한반도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북한의 개방에 관해선, 모두가 동시에 자신들의 주장을 확보하기를 원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 달리 광물자원이 풍부한데다 저개발국이고 새로운 주요 원자재 공급원이자 동시에 판매 시장이 될 수 있다.
현재의 한국은 이 문제 자체를 감당할 힘이 없어 보인다. 그 대신, 중국과 일본 투자자들에게 '한국 매각'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최후의 전원(田園)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특히 모든 해안 지역에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외국 자본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위성 도시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다자적인 압박 하에 놓여있다. 따라서, 기본적인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지 않고 미래를 탈출구로 삼는 방법 뿐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국은 매우 숙련된 청년인재들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일자리 숫자는 제한되어 있다. 한국은 첨단기술 국가이기도 하다. 전 세계 국가들 가운데 일부에서만 미래 모델이 매우 역동적으로 실험된다. 인터넷과 로봇과 같은 미래 기술들이 한국에서 비옥한 땅을 찾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한국이, 예를 들어 스위스 같은 나라를 벤치마킹하지 않고, 미국과 같은 거인주의에 빠졌는 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정확히 그때문이다. 모든 수준에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필자 주-한국은 국토와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선 지속가능성과 생태에 신경을 써야 하며, 미래세대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념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모든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경제 회복의 방향을 잡기 위해 자원과 비전의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통일의 순간에, 역사와 주권을 지키고 다시는 다른 나라의 손에 맡기지 않도록 더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일까?
한국을 생각하면 심장이 뛰는 사람으로서, 나는 한국 역사의 해피엔딩을 기원한다.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해피엔딩을. 열심히 노력한 뒤에 평안을 얻을 자격이 있는 젊은이들과 선배세대를 위해.
[원문]
Walls and hope. Between identity and freedom.
Is it a coincidence that I am deeply rooted in two countries whose destiny lay in the division of their territory and is still in the case of Korea? Both countries, Germany and Korea, were divided to avoid further conflicts and bloodshed. The division meant nothing but a frozen state of the front line. However, the division also means a visible wound and the fact that the divided countries are not in a position to decide sovereign over their fate. The decision was taken from them by other powers. From powerful players, which have entitled or unjustly interfered in the internal conflict, which are therefore co-responsible.
Germany has meanwhile left the unspeakable pain of division after reunification in 1989. After 30 years, the geopolitical separation has been overcome. The inner differences, however, are still visible and palpable when you talk to German people. Germany had jointly contributed to the division of his country by beginning World War II under the dictator Adolf Hitler, by invading and terrorizing its neighboring countries, by wiping out its elites by exiling the highly educated Jewish population or bring them to the gas chambers and by immolating the German nobility and intelligence at the war front.
While Germany paid the price for its imperialistic insanity, Korea has always been a plaything for the surrounding powers. Korea had come to trouble with self-guided invasions in the past or endured foreign hostile interferences until modern times. The division of Korea was caused by an internal fratricidal war which was increasingly fueled from outside. And yet, over the centuries and despite multiple subjugation and destruction, Korea has, amazingly, preserved its identity and cultural roots. Korea has become the leader of Asian tiger states. In the West, these are called those emerging countries of Asia, which make the leap from the agricultural state to the high-tech society in just one generation. But Korea, still suffering from the burden of division, makes its rise all the more amazing. What kind of a people are this Koreans whose strength must be suppressed by limits and humiliation, by bilateral agreements that allow only unilateral interpretations? This alone gives Korea a special fascination.
Korea is a land of riddles and contradictions. A self-confident nation which at the same time still refers to its powerful neighbor China as Chung-guk, as the country of the center. A country whose elites love to send their children to the US for education, although the experiences they gain over there cannot really help them on their path through Korean life. A country that prides itself on respecting the ancients but leaves no seats for the elderly when they get into the subway, but instead for the children. A country that is culturally said that the worst thing for a Korean is to lose face. Whereby a multibillion dollar industry emerges, which especially helps women to turn their innate personality into a synthetic face through cosmetic surgery. The list of Korean inconsistencies could be continued indefinitely.
The reunification of Germany was a utopia until the events of 1989. No one could imagine how two hostile systems regroup after having taken a different path in all areas, heavily influenced by ideologies on both sides, virtually incapable of consensus. Only through the relaxation policy of former Russian President Michael Gorbachev and his friendship with the German Chancellor Helmut Kohl a dialogue of trust on both sides has been open. At that moment, the pendulum swung in the direction of the Federal Republic of Germany's sovereignty by disempowering the GDR and making it an onlooker. What does this mean for the possible reunification of Korea?
The reunification of Germany can be a blue print for Korea. In a positive and in a negative way. The positive is that no utopia is unreal. Everything can happen. And even the evilest system can implode overnight and suddenly. The negative point is that a unification has to be handled more carefully by taking under consideration both sides. By learning from each other and by unifying step by step in a long-term process. By preserving the natural treasures and investing in reasonable infrastructure and sustainable concepts.
Korea only superficially seems to share the same fate as Germany. But the complexity of the problem is far greater. At the moment, there is no real leader among Korea's geographic neighbors who would be interested in reunification. The fragile balance of power of various interests opens no space back to true sovereignty.
China still regards Korea as a territorial province, Japan fears the strengthening of its neighbor, the US does not want to give up the bridgehead in East Asia and the South Korean market as well. Furthermore, among the US American political priorities is to build a wall along the entire border to Mexico. There is no attention regarding the Korean peninsula.
But all want to secure their claims at the same time, should it come to the opening of North Korea. North Korea is rich in mineral resources unlike the South. In addition, the country is underdeveloped and can become a new major raw material supplier and at the same time a sales market.
Currently, South Korea does not seem to have the strength to handle the issue itself. Instead, the country's sell off continues to Chinese and Japanese investors. The last idyll is sacrificed for short-term profit. Thus, especially in coastal areas everywhere satellite towns are created which should create jobs and bring foreign capital into the country.
Korea is under multilateral pressure, so it seems logical that the only way out is to flee to the future without resolving basic questions first. The country has a highly skilled youth and at the same time a limited number of jobs. Korea is also a high-tech country today. In only a few countries worldwide future models are experimented so dynamically. Future technologies such as the Internet and robotics are finding fertile ground in South Korea. And that is precisely why the question arises why South Korea is not benchmarking a country like Switzerland for example, for lack of land and concepts of ecology, but a country in gigantism like the USA. Incomparable at all levels. Would not it be more important to focus on sustainability? With sober households of resources and vision to steer the economic recovery? To make oneself strong for the moment of reunification by preserving the own history and the sovereignty of the country and not leaving it in other hands again? As someone whose heart beats for Korea, I wish a happy ending in the history of Korea. A happy ending that leads to a better future. For the youth and for the elderly, whose hearts also deserve to come to a positive peace in mind after their efforts.
-Hendrik Hwang
글ㅣ헨드릭 황, 칼럼니스트
번역ㅣ신동훈 기자
<필자 소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성장한 뒤, 이탈리아에서 패션 브랜딩 전문가로 일했다. 이후 한국에 정착해 연세대 의류환경 방문교수로 일하고 있다. 패션 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들 대상의 브랜드&마케팅 컨설팅과 크로스 컬쳐 트레이닝 경험을 갖고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및 한국문화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관련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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