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가 정착된지 17년이 지난 현재 주4일제가 대선공약으로 등장하며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2003년 경제계 및 보수언론은 주5일제를 도입하면 경제가 망한다며 여러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주5일 근무하는 40시간제는 결국 정착했다. 이는 곧 일하는 시간과 생산성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일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효율성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검증결과, 우려와는 달리 출퇴근 시간이 절감되고 불필요한 회의가 없어져서 보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나왔다.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위해 언택트 기술들도 한몫했다. 화상 미팅이 일반화되고 업무 진척도를 시스템으로 확인하며 점차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업무효율성은 일하는 장소나 시간이 아닌 협업하는 기술과 방식에 좌우됨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직원들을 직장이라는 장소와 주어진 시간 내에서 효과적으로 통제하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주4일제는 스페인, 뉴질랜드 등 해외 뿐 아니라 국내기업들에게 까지 확산되고 있는데 MZ세대 및 취준생들이 직장을 선택하는 또하나의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
SK그룹, 에듀윌, 뮬라웨어 등 주4일제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일 잘하는 직원은 휴식시간도 잘 관리한다' 는 관리자의 생각, '근무하는 동안의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실무자들의 경험, '가족과 함께 하는 3일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등 삶의 가치관은 일과 휴식에 대한 직장생활 철학을 피력한다.
직장인의 워라벨과 동시에 업무생산성도 높일 수 있는 방식이 주4일제 시행에 있다는 사고의 전환은 전세계적인 흐름이지만 몇가지 선행조건들이 있다. 즉 단순히 제도적인 변화로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첫째, 일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임금은 같지만 주40시간이 아닌 32시간내에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려면 8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또한 업무 현황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협업툴이 필요하다. 이는 과도한 혹은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줄이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선행작업이다.
둘째, 평가방식의 변화이다. 자리에 열심히 앉아있고 회의시간에도 긍정적인 태도이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직원이 있다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실적 중심의 평가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실적이 공정하게 평가되었다면 보상체계도 사내 직원들과의 상대적 보상이 아닌 절대적 기준에 따라야 한다.
일부 스타트업 및 대기업에서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이라는 워크프레임을 도입하고 있는데 OKR은 말그대로 목표와 핵심성과로 구성되어 있다. 목표는 측정가능해야 하는데 하부에 설정하는 핵심성과를 수치화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회사의 큰 목표 안에서 정렬(Alignmemt)되어야 한다.
목표의 정렬을 위해서는 각기 조직단위별로 조율이 필요하고 조율된 목표에 대한 공개가 필수적이다. 조율하고 공개했다는 점은 전사적으로 직원들이 합의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최근 조명되고 있는 동료평가제 도입도 부정적인 비평을 지양하고 선의과 건설적인 피드백을 준다면 중.장기적으로 개인 및 조직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일에 대한 정의다. 워라벨이 아닌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 되어야 한다. 즉 일과 삶이 분리되는 것이 아닌 융합되어야 한다. 삶을 즐기기 위해서 일에서 벗어나는 개념이 아닌 휴식은 일을 더 효과적이며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충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일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가 삶에 반영되는 것으로 몸담고 있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구성원에게 내재화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주4일제 도입은 직장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며 보다 효과적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토양을 가꾸어야 하는데 일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평가, 조직문화가 조화를 이루어야 안착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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