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 면접은 예능 다큐처럼

박지순 발행인 승인 2019.04.22 00:00 | 최종 수정 2138.08.15 00:00 의견 0
(사진=JTBC 예능다큐 화면 캡처)
(사진=JTBC 예능다큐 화면 캡처)

취준생이 힘들어하는 채용 단계 중 하나는 면접이다.

왜냐하면 채용의 당락을 결정짓는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요한 단계를 위해 친한 친구끼리 그룹을 만들어 연습을 하거나 면접 학원에 간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모의면접은 나름 도움이 되겠지만, 친구의 단점을 냉정하게 지적하기가 힘들고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서로를 평가하는 것에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래서인지,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합격률이 높다고 입소문이 난 면접 학원에 간다.

면접 학원의 교과과정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응시생들이 면접장에서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대충 어떤 수업들이 이루어지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유는 도식화되어 있는 언어구사와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직군이 아닌 특정분야에 지원하는 취업준비생의 경우는 짜인 천편일률적인 답변과 행동들이 확연히 드러난다.

응시생은 다음과 같이 짜인 틀에서 행동하고 대답한다. 면접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앉지 않고 차렷 자세에서 큰 소리로 수험번호와 성명을 말한다.

그다음 정자세로 착석하고 면접관을 응시한다. 준비된 자기소개와 기타 답변들은 이미 수차례 암기했기에 기계적으로 대답한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에 대응하는 방식은 잠깐 시간을 달라며 생각이 정리되면 답변을 한다.

즉 외운 것은 답변이 가능하고 외우지 못한 것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면접 답변들의 암기가 왜 필요한 것일까? 본인의 열정과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어야 하는 중요한 면접이기에 짧은 시간에 막힘없이 효과적으로 답변을 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단어와 문장을 순서에 맞게 외워서 막힘이 없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면접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지원자의 역량과 그간의 노력이다. 즉 지원한 기업에서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러한 자신감을 얻기까지의 노력이다.

그렇다면 어떤 답변이 평가를 잘 받을 수 있을까.

필자가 방금 언급한 자신감과 그간의 노력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면 된다고 단순하게 해답을 제시하면 독자들은 만족하실런지? 면접장에서 본인은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고 대답하면 면접관들이 진심으로 믿어 줄까? 

잘 짜인 대답과 미사여구는 누구에게나 영혼이 없이 들린다. 즉 감흥이 없다.

인재를 판단할 때, 지원자가 면접관을 반드시 감동시켜야 할 이유는 없겠지만, 추상적이고 말로만 들어서는 검증할 수 없는 대답은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이기 힘들다.

도대체 자신감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진정성 있는 답변을 위한 로직이 따로 있는 것일까?

요즘 대부분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은 리얼리티를 강조한 다큐 예능이다. 과거에 예능은 어떻게든 일부러 웃겨야 했는데 현재는 그러한 가식적인 요소를 축소하고 예능에 다큐적인 사실감을 입혔다.

그렇게 하니 시청자들의 '공감'과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예능에서 추구하던 순간적인 폭소로는, 더 이상 시청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짜인 대본이 아닌 현실상황을 지켜보며 연예인과 공감하고 따라서 웃는 것이 더 재미있다.

화장기가 전혀 없는 인기 여배우가 일상복을 입고 함께 출연한 동료들을 진심으로 챙겨주는 모습은, 짙은 화장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미소 짓는 포스보다 아름답고 더욱 관심이 가게 된다. 

본인을 돋보이기 위한 화장과 날개옷으론 면접관의 관심을 끌긴 힘들다. 오히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본연의 모습과 짜인 대답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 한마디가 큰 울림을 주는 것이다. 면접도 다를 바 없다.  

 

면접 시  자기소개에 효심과 우정을 활용하는 것은 자칫 동정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 오해받기 쉽다. 오히려 끈기와 도전에 관한 소개가 호감을 준다. 
면접은 뛰어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사람을 찾는 통제된 관찰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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