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광고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양호길 전문위원 승인 2019.11.03 18:05 | 최종 수정 2019.11.25 15:55 의견 0
 

오늘날 기업들은 상품 판매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광고는 중요한 판촉 수단 중 하나입니다. 소비재 산업에서는 독점기업이 드물고 경쟁체제가 일반적이므로 자사의 상품이 타사의 상품보다 좋다는 취지의 비교 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 광고가 어디까지 허용되느냐에 관해서 종종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비교 당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과히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당 기업 간에 종종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신경전이 격화되어 분쟁사건으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교광고와 관련하여 표시광고법, 공정거래법, 부정경쟁방지법, 상표법 등이 문제되는데 이들 법령은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속이는 행위가 아니라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 비교 광고와 관련하여 분쟁이 일어나서 대법원까지 치열하게 다툰 사건이 있었습니다.  2004년경 미샤 브랜드를 전개하는 화장품 회사 ㈜에이블씨앤씨는 발효에센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밝고 투명한 피부를 원하시나요? 모자이크의 비밀 뷰티넷에서 확인하세요. 이제 더 이상 값비싼 수입화장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발효 효모액 80% 함유” 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TV 광고 등을 시행하고, 1개월 정도 동안 뷰티넷에서 신청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SK-II 에센스 제품의 다 쓴 공병을 전국 미샤 매장으로 가지고 오시면 □□ 에센스 정품으로 교환해드립니다“ 는 행사를 진행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SK-II를 수입 판매하는 한국 P&G 유한회사는 자사 제품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며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소송의 쟁점은 크게 미샤측의 행위가 1)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유인인가 2)부정경쟁방지법상 타인 제품의 모방인가 그리고 3) 표시광고법상 금지되는 부당한 비교 광고인지 여부였습니다.   

쌍방 치열하게 다투었으나 최종적으로 대법원(2013다212066)은 P&G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미샤의 광고행위를 법률 위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화장품 판매 시 고객들에게 제품을 체험할 기회를 주고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화장품업계의 일반적인 판촉 관행이라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물론, 위 판결이 있다고 해서 비교 광고가 제한 없이 허용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정도를 넘는 판촉활동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단속대상이 되어 시정조치명령이나 임시조치명령, 과징금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형사처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비교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운영하는 주무부서입니다. 

미국의 경우 비교 광고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버거킹과 맥도날드, 애플 아이팟과 아이리버 MP3,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비교광고가 활성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위 사건처럼 상고심까지 다투는 경우는 오히려 이례적인 경우에 속합니다.

수평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미국과 수직적이고 공동체중심적인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인 차이에서 원인을 찾는 견해도 있습니다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고 앞으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광고 제작 담당자들에게 복잡한 법률 공부까지 강요하는 것은 가혹할 수 있습니다. 광고 문외한인 제가 생각해도 반짝이는 창의성이 생명인 광고 업무와 복잡하고 무미건조한 법률 업무를 동시에 잘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법률전문가에게 광고제작을 맡긴다면, 자가 검열에 걸려 기발한 광고는 탄생하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합니다. 

비교 광고의 허용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기발한 위트로 자사 상품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소비자를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한 비교 광고라면 허용될 것이나, 경쟁사를 무턱대고 폄하하거나 허위정보를 적시하여 소비자의 오해를 유발하는 광고는 금지 된다 > 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으로 판단이 안 되는 모호한 경우라면 공개하시기 전 법률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보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글 ㅣ 양호길, 변호사

<필자 소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33기)을 수료하였다. 법무법인 및 상장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7년부터 법무법인 동률에 합류하여 구성원변호사로서 기업법무, 건설부동산, 문화예술 분야 저작권 및 형사 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다수의 사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다. 기업경영 관련 법률을 일반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 문의사항 및 상담 :  yang12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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