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순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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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1 20:35 | 최종 수정 2020.10.0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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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대학 졸업 취업자의 음주와 흡연이 임금수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리포트가 흥미롭다.
발표에 따르면 술을 주 3회~4회 이상 마시는 경우 임금수준이 평균 5.6% 이상 높고, 담배를 하루에 21개 이상 피우면 3.5% 이상 높았다고 한다.
이는 국내 노동시장이 생산성보다는 관계중심 체계라는 점을 반증한다고 하는데 담배의 경우는 조금 피우는 것보다 하루 한갑이상 피우는 직장인의 임금이 높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직장인도 무언가 중요한 사내소식을 듣기위해 흡연자를 따라나서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이렇듯 직장 근처의 흡연장소는 정보가 오고가고 관계가 형성되는 '공간'임은 사실이다.
또한 담배냄새가 덜 풍기는 전자담배로 옮겨간 흡연자들이 늘어난 것을 보면 흡연자들도 주변인들을 신경쓰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결국 관계형성 인자가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구분되는 것이 아닌, 흡연이라는 행위를 하며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정보전달과 친화력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문제는 흡연이 직장 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와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평가한다. 즉 생산성 측면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떤 대기업의 경우는 집중근무제를 실시하여 해당 시간에는 사내흡연실도 폐쇄하고 출입체크를 통해서 근무시간을 측정해 인사에 반영하기도 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흡연 직장인은 평균 41분 정도 흡연을 하며 이는 생산성 손실을 가져와서 기업측면에서는 초과 급여가 지급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내 모 제약회사에서는 사내직원의 건강과 조직문화를 위해 '흡연자 취업제한 공고'를 내서 일부 취준생들에게 지탄을 받은 사례로 있다.
담배보다 음주의 경우 직장인 대부분이 접하는 문화이다. 특히 부서회식의 경우 구성원 서로를 더욱 이해하며 업무에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업무의 연장선이 되기도 한다.
담배와 마찬가지로 음주도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경영주의 입장에서는 환영하는 문화가 아니다.
왜냐하면 음주는 직장생활에서 중요한 '자기조절' 능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기조절은 개인의 목표나 사회규범을 지키려는 에너지로 직무열정과 갈등해결에 동력이 된다.
자기조절 에너지가 떨어지면 자아고갈 상태가 되어서 의욕을 상실하고 본능에 의존하게 된다. 즉 과음을 하면 지각,결근,병가의 확율이 높고 성과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술한잔으로 동료간의 갈등이 순간적으로 해결되기도 하지만 억눌러온 갈등이 폭발하는 상황도 발생하는 것을 보면 음주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하수의 방법일 것이다.
위의 흡연문화와 음주문화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며 건전한 회식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직장에서 볼 수 있는 구시대의 산물로 남을 것으로 예견된다.
하지만 관계중심적인 국내 기업의 조직문화에서 같은 '공간과 관점'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 좋은 평가를 받을 확율은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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