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 인디고, 데님 그리고 청바지(Jeans) 이야기 I >에서는 청바지 이전에 인디고와 데님, 그리고 최초의 리벳 청바지 즉 현대적 청바지의 탄생을 이야기 하면서 리바이스 역사에 대해서 간략히 다루었다.

오늘은 청바지가 단순 노동자 작업복에서 서서히 패션 아이템으로 변화되면서 시대에 따라 어떻게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갔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시대 속으로 들어간 청바지, 시대 상징이 되다

데님의 어두운 색상과 뻣뻣함은 1950년대 바지용 원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1950년대 리바이스도 지퍼 방식을 도입하면서, 1960년대에는 남성용 여성용 청바지 모두 앞면에 지퍼가 달렸고, 젊은 세대가 데님 팬츠를 레저 웨어로 입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데님을 입기 시작하면서 '데님 작업복(denim overalls)' 대신 '청바지(jeans)'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청바지가 작업복 이미지에서 일상복, 나아가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청바지를 주류 문화로 끌어올린 것은 할리우드 은막이었다.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서부극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 장르였고, 서부 영화에서 존 웨인(John Wayne)과 게리 쿠퍼(Gary Cooper) 같은 아이콘이 연기한 거칠고 잘생긴 남자들이 데님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이는 구서부에 대한 집단적 향수를 불러 일으켰으며, 1930년대에 보그(Vogue)는 청바지를 '웨스턴 시크(Western Chic)'라고 부르며 승인했다.

1950년대에는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와 같은 영화배우 아이콘들이 청바지에 힘을 실어 주고 재해석했다. 영화 'The Wild One'에서 1947 501®을 입은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와 'Rebel Without a Cause'의 제임스 딘(James Dean)은 매우 스타일리쉬한 역할을 통해 소박한 청바지를 'cool'의 대명사로 재정의하며 새로운 세대의 유니폼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반항적인 십대들은 화면 속 우상의 모습을 닮고 싶어 했고, 이러한 반항적인 인물과 연관되어 청바지가 너무 도발적이고 반체제적이라고 간주한 많은 미국 학교에서 청바지 착용을 금지하게까지 되었다. 여기에 문화적으로 1950년대와 1960년대 대학생들이 베트남 전쟁과 제도의 형식에 대한 항의로 청바지를 입기 시작하면서 의도치 않게 청바지는 청년 반란의 상징이 된다.

<출처> 영화 'The Wild One'의 Marlon Brando, Alamy, bamfstyle.com / 'Rebel Without a Cause'의 James Dean, Getty Images


이렇게 1950년대 후반부터 청바지는 반항성뿐 아니라 개성, 자기 표현과 쉽게 연관되었으며, 평화, 사랑, 나팔바지(bell-bottoms)는 1960년대의 찬가가 되었다. 젊고 자유로운 free-love 운동은 캐주얼한 청바지를 받아들였는데, 이는 구조화된 옷으로부터의 자유를 상징하는 동시에 창의적인 자기 표현의 한 형태로 착용했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고, 소박한 청바지는 민권 시위 중 연대의 상징이었으며, 활동가들이 억압받는 사람들과 가난한 노동자들과 동일시하기 위해 입었다. 이처럼 지난 10년간의 자유분방한 정신은 청바지를 캐주얼 웨어, 창의적인 표현의 한 형태, 해방된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였다. 동시에 여성들은 청바지를 통해 성적 해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더 넓은 '나팔바지(bell-bottoms)'같이 더욱 대담한 스타일을 입으면서 이러한 정신을 반영하게 되었다.

플레어(flared)과 나팔 바지 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트렌드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확산되었으며, 청바지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출처>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 중 'Flower Power', 70년대 히피 스타일, , blog.naver.com, Grtty Image


한편 1965년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부티크인 림보(Limbo)는 새 청바지를 세탁하여 의도적으로 낡고 닳아 보이도록 한 최초의 리테일러(retailer)가 되었고, 패치(patches)와 데칼(decalcomania의 줄임말)로 장식한 다음 $200에 판매했는데, 이 아이디어는 곧 히트를 쳤다.

진 재킷이 패션 트렌드로 처음 등장했고, 스팽글(sequin), 자수, 패치, 페인팅 등 장식된 데님이 인기가 높아졌다. 청바지는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이 되어 버렸다.

1970년 새로운 10년이 시작될 무렵, 히피족(Hippie)은 너무 오래된 청바지를 입어서 종종 정교한 패치워크가 필요했다. 낡은 청바지를 입는 것은 후대까지 전해지는 통과의례가 되었고, '디스트레스(distressed)' 룩은 종종 소매용으로 재현되었다. 또한, 디스트레스 청바지(혹은 destroyed jean으로 불리는)는 1970년대 문화적 펑크 운동에서 등장하는데 초기 펑크들은 자본주의와 기업의 탐욕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청바지를 찢어버렸다. 펑크들은 옷에 안전핀을 사용하여 청소년들이 끝없이 의미 없는 패션을 사지 않도록 격려했고, 데님은 남성과 여성 모두 찢어진 바지와 재킷을 입고 안전핀과 슬로건으로 장식되며, 워싱되고, 닳고, 지워지는 해체의 아이콘이 되었다. 당시의 청바지는 결함으로 완성되는 DIY의 시대였다.

청바지는 점점 스타일리쉬해지고 있었고, 부티크 브랜드는 1970년대 중반 디스코 열풍이 불붙으면서 '벨바텀'과 '힙허거(hip hugger)'를 디자인했다.

1976년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은 런웨이에서 청바지를 선보인 최초의 디자이너였다. 이렇게 디자이너 데님이 탄생하면서 청바지에게 1980년대는 아르마니 등 더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컬렉션에 포함시키기 시작하는 프리미엄 청바지 시대가 된다.

1980년대에 청바지는 펑크, 그런지, 록과 같은 다른 하위 문화에도 스며들었고, 스톤 워싱(stone washing), 애시드 워싱(acid washing)과 같은 새로운 가공 처리가 인기를 얻었고, 데님 스커트와 찢어진 청바지, 테이퍼드 핏(tapered fit)과 같은 트렌드가 지배했다.

1990년대는 그런지와 힙합의 부흥으로 형성되었다. 캐주얼하고 코베인풍(Cobainesque)을 유지하는 스트레이트 레그 청바지(straight-legged jeans)가 있었고, 하이 웨이스트의 여유로운 핏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맘진(Mom Jeans)'이 등장했다. 여러 개의 포켓과 탭이 있는 카펜터(carpenter) 청바지는 필수품이 되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른바 '청청 패션'도 마찬가지여서 데님 오버올과 쇼츠 올(shortalls)도 유행했으며, 청바지와 짝을 이루는 오버사이즈 데님 재킷은 이 시대 유명 인사들의 핵심 룩이 되었다.

과연 이런 연도가 올까 했던 밀레니얼 2000년대에는 착용자가 자신의 스타일을 통해 자신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맞춤형 청바지, 일명 DIY 청바지가 뜨거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그리고, Destiny's Child, Britney Spears, Christina Aguilera 와 같은 여성 아티스트들은 울트라 로우 라이즈(ultra-low-rise) 청바지의 무대를 마련했고, 사람들은 열성적으로 시류에 동참했다. 카프리(Capri) 스타일의 부활과 함께 플레어 청바지와 부츠 컷(boots cut) 청바지도 인기를 끌었다.

<출처> 그런지 룩의 대명사 커트 코베인(Kurt Cobain), m.fashion.com. / low-rise 청바지를 착용한 Destiny's Child,, About Her


2010년경 뮤직 페스티벌의 등장으로 이러한 이벤트는 단순한 음악 모임에서 패션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탐내는 이벤트로 변모했다. 이러한 문화적 변화는 페스티벌 웨어 현상을 탄생시켰고, 작업복, 점프수트(jumpsuit), 롬퍼(rompers) 등 빈티지에서 영감을 받은 데님 제품이 콘서트 참석자들에게 필수품이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 가장 주목할만한 추세는 스키니 진(skinnyjeans)의 활약이었다. 데님 스트레치 기술 발전에 힘입어 스키니 진은 다양한 상황의 필수 일상복으로 떠올랐다.

또한, 2010년대 로우 셀비지(raw selvedge)* 데님과 환경 친화적인 기술을 사용하여 가볍고 부드러운 데님으로 제작된 청바지가 돌아왔으며, 유틸리티와 작업복(work wear)이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여 계속 되고 있는 추세이다.

노동자들의 튼튼한 작업복으로 시작된 실용적인 청바지는 런웨이까지 진출하며 패션 아이템, 트렌드 아이템으로 성장한 것 뿐 아니라 형평성, 반항, 자기 표현, 평화, 자유, 해방, 해체 등 시대 속에서 시대 정신의 상징으로 같이 살아왔다.

이번 주 봄을 늦추는 눈이 내렸지만 다음주부터 다시 기온이 오르면서 완연한 봄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청바지는 4계절 입을 수 있지만 추운 겨울에는 아무래도 원단의 특성상 잘 손이 가지 않게 된다. 이제 봄, 여름, 가을...청바지를 뽐낼 시간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바래지는 데님의 색감처럼, 새로 산 'shrink to fit' 청바지가 내 체형에 맞춰 바뀌듯이,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닳는 곳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자신의 취향대로 자기를 표현하며 이제 청바지를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

<출처> 2025ss RTW 좌로 부터 1. Coach 2. Bally 3. Comey 4. Stella McCartney 5. Comey 6. Chloe 7. Bottega Veneta


*셀비지(Selvedge)는 '셀프 엣지(Self-edge)에서 유래한 말로, 직물 양쪽 가장자리의 직조 스트립을 의미한다. 셀비지는 직물의 가장자리가 닳거나 말리거나 올이 풀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때문에, 셀비지가 있는 청바지는 미학적으로 고급스러울 뿐만 아니라 원단의 수명을 보장한다. 셀비지 데님은 전통적인 좁은 셔틀 직기로 직조되기 때문에 그 짜임이 불규칙하여 각 상품이 약간씩 달라 완전히 동일한 제품은 없다는 매력이 있다. 1927년 데님 공급 회사인 콘 밀(Cone Mills)은 리바이스 501®을 위한 레드 셀비지를 제작하였고, 그 이후로 레드 스티치의 셀비지는 리바이스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디테일이 되었다.

글 ㅣ 김은영

<필자 소개>

연세대 의생활학과 졸업하고 이랜드 여성캐쥬얼 브랜드 더데이,2Me 실장을 거쳐 로엠 실장 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다. 2008년부터 이랜드 패션연구소에서 여성복 트렌드 분석과 브랜드 컨셉을 담당하였으며, 여성복 SDO를 역임하였다.
현재 트렌드 분석과 메가 스트림 현상, 복식 이야기를 연구,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