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수많은 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외치지만, 정작 성과 관리의 낡은 틀에 갇혀 좌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의 목표를 재무, 고객, 내부 프로세스, 학습 및 성장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측정하는 BSC(균형성과표)가 한때 경영의 정석으로 통했지만, 이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과거형' 도구가 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런데 1999년,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구글은 BSC의 굴레를 일찌감치 벗어던지고 OKR(목표와 핵심 결과)이라는 새로운 항해 지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흐른 지금, 구글은 OKR을 통해 혁신 기업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들이 OKR을 통해 이룬 성과는 단순히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숨어 있다.
OKR의 전도사로 불리는 벤처 투자가 존 도어는 인텔에서 배운 OKR을 구글에 처음 소개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이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회사의 성장 엔진으로 삼았다. 구글의 OKR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철학으로 기업의 본질을 바꾸어 놓았다.
첫째, '투명성'으로 조직 전체의 방향을 일치시키다.
구글에서는 모든 직원이 다른 팀, 다른 직원의 OKR을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정보 공유를 넘어선다. 내 업무가 전체 조직의 목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명확히 이해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나아가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 부여 장치다. 이러한 투명성은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 협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효과도 낳았다.
둘째, '도전성'으로 혁신의 싹을 틔우다.
구글의 OKR은 달성 가능성이 60~70% 정도 되는 '야심 찬(aspirational)' 목표를 권장한다. 만약 목표를 100% 달성했다면, 목표가 충분히 도전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이는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적인 시도를 하도록 장려하는 구글만의 문화다. 과거의 성과에 연연하는 BSC와 달리, OKR은 미래를 향한 과감한 도전을 독려한다.
셋째, '보상과 분리'하여 진정한 협업을 이끌어내다.
OKR은 개인의 성과 평가나 보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 점이 OKR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이다. 개인의 이익보다 조직 전체의 목표 달성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부서 간의 경쟁 대신 협업을 촉진한다. 보상과 연계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쉬운 목표 설정'의 함정을 피하고, 직원들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한다.
구글은 이처럼 OKR을 단순한 목표 관리 도구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 문화 자체를 혁신하는 지렛대로 삼았다. 그 결과,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크롬 브라우저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들을 성공적으로 탄생시킬 수 있었다.
기존 성과 관리 시스템에 발목 잡혀 성장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구글의 사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조직은 투명하고 도전적인 목표를 공유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구글이 BSC의 굴레를 벗고 OKR로 혁신의 날개를 달았듯, 우리 기업도 시대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참고로 구글은 2022년에 'GRAD(Googler Reviews and Development)'라는 새로운 직원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러 비판을 받고 있지만 과거의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던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고, 직원들에게 더 의미 있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