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C(Balanced Scorecard, 균형성과표)는 지난 수십 년간 기업 경영의 전략적 이정표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버드대 로버트 캐플란 교수가 제시한 이 모델은 기업 성과를 재무적 관점을 넘어 고객, 내부 프로세스, 학습 및 성장이라는 4가지 관점에서 측정하며, 장기적인 전략 실행에 기여해왔습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이 강력했던 시스템의 한계를 노출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히 IT와 혁신 분야의 선두 기업들은 평가 시스템을 완전히 뒤집는 혁신을 단행했습니다.
BSC의 공로와 피할 수 없었던 '3대 한계'
BSC는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구체적인 KPI(핵심성과지표)로 변환하고, 4가지 관점 간의 인과관계를 통해 조직을 정렬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 적용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첫째, 경직된 전략 실행: BSC는 보통 연간 단위로 운영되기에, 기술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 목표를 민첩하게 수정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무형 자산 측정의 어려움: '학습 및 성장' 관점에서 리더십, 혁신 역량, 조직 문화 등 무형 자산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정량화하는 것이 모호했습니다.
셋째, 목표 설정의 소극성: 평가 결과가 보상에 직접 연계되면서, 직원들이 도전적인 목표 대신 달성하기 쉬운 목표만 설정하는 이른바 '샌드백킹(Sandbagging)' 현상이 만연했습니다.
BSC를 넘어선 新평가 시스템: '속도와 성장'에 집중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실리콘밸리발(發) 평가 시스템들은 '측정'보다는 '관리'와 '몰입'에 초점을 맞추며, 평가의 패러다임을 전환했습니다.
1. 전략적 집중의 OKR (구글, 인텔, 링크드인)
BSC의 KPI가 너무 많아 전략적 집중이 분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이 부상했습니다. 핵심은 도전적이고 영감을 주는 목표(O)와 이를 측정하는 소수의 핵심 결과(KR)에 집중합니다.
주요 특징으로 구글은 OKR을 보상에 직접 연계하지 않음으로써,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인 목표(Stretch Goals)를 설정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조직 전체의 투명성과 전략적 정렬을 극대화했습니다.
2. 연례 평가를 파괴한 지속적 피드백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연간 단위의 경직된 평가 주기를 타파하고,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직원 성장을 가속화하는 시스템입니다.
어도비(Adobe)의 '체크인'은 2012년 연례 평가를 폐지하고 '체크인(Check-in)'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관리자와 직원이 연중 수시로 목표를 재조정하고 실시간 코칭과 피드백을 제공하여, 자발적 이직률을 3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경쟁을 부추기던 강제 등급제(Stack Ranking)를 폐지하고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기반의 지속적 피드백 시스템으로 전환, 협업과 포용을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우는 공식적인 평가 시스템 대신 '솔직함(Radical Candor)'을 기반으로 한 상시적인 360도 비익명 피드백 문화를 통해 인재 밀도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대 기업의 임원 및 직원 평가는 '과거의 점수를 매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의 성장을 코칭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평가 시스템이 더 이상 단순한 인사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혁신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전략임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