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검사에서 탈락하는 사람
많은 지원자들이 기업에서 나의 인성검사 결과 총점을 보고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지원자가 인성검사에서 총점 기준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즉시 탈락시키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다른 평가 요소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인성검사는 채용 과정의 여러 평가 요소 중 하나로 사용되며, 지원자가 조직의 문화와 직무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인성검사에서 지원자들이 탈락하는 비율은 특정 기업들의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통계가 공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인성검사를 개발하여 공급하는 기관들에서는 평균적으로 지원자의 5%에서 많게는 10% 정도가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누군가 인성검사 전형에서 탈락 통보를 받았다면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는 응시 신뢰도이다. 대부분의 인성검사에는 응시자가 문항을 꼼꼼하게 읽고 응답을 성실하게 했는지, 결과를 왜곡시키기 위해 실제 본인의 성향과는 다르게 거짓 응답을 하지는 않았는지, 비슷한 문항에는 일관성있게 답변했는지 등을 검증하는 알고리즘이 포함되어 있다. 검사결과 이 부분에서 문제가 보고되는 경우 기업은 응시자의 지원 의사 그 자체에 의문을 갖게 되며, 심하면 다음 전형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사례도 있다. 둘째는 조직문화와 개인성격의 부합 정도이다. 조직과 잘 맞는지 보는 것은 성격적 결함 때문이라기보다는 회사 가치관과 조직문화가 지원자의 성향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입사하더라도 장기 근속하기가 어렵고 지원자에게 잠재된 역량이 표출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조기 탈락으로 결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특히 건전한 조직을 만드는 데 부정성 제거가 중요하다고 보는 조직 심리학계 트렌드를 반영하고, 연구와 통계적 타당화를 거쳐 지원자가 조직에 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검사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정보통신 및 미디어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 현재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는 한 사람이 조직에 부적응하거나 일탈하는 문제가 다른 직원들에 까지 부정적 영향을 주거나 조직 전체를 윤리적 또는 법적 문제에 휘말리게 하는 등 휴먼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검사도구들은 휴먼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강점이 있다.
인성검사 점수가 잘 나오면 성과를 잘 낼까?
한 번의 인성검사로 한 개인의 성격을 100%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성격 특성을 평가하고, 특정한 업무 환경에서 남들보다 성공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를 예측하는데에는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인성검사로 지원자의 성과를 예측할 수 있을까?
선발도구와 성과평가 사이의 관계를 메타분석하는 연구에서는 상관계수(r)를 사용해서 예측타당성(Predictive Validity)의 정도를 나타낸다. r값이 1에 가까울수록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보통 통계적으로 .6이상일 때 높은 상관관계에 있다고 인식하며, 미국 노동부는 평가도구의 예측 타당도가 .35를 넘어가면 매우 유용하다(Very beneficial)*고 본다. 스펜서 & 스펜서(L.M.Spencer & S.M.Spencer)의 연구에서는 인성검사의 상관계수를 .39로 도출했다. 프랭크 슈미트(Frank L. Schmidt)가 최근 100년간 채용 관련 연구결과를 메타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성검사의 특성을 갖고 있는 Integrity test의 경우 .46로 나타났으며, 일반인지능력검사(General Mental Ablity test)와 조합하여 사용하는 경우 .78의 매우 높은 예측타당도가 나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떤 사람이 맡은 직무에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내재적 특성을 우리는 ‘역량(Competency)’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인성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성격적 특성은 인지능력, 태도 등과 함께 역량의 강력한 준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인성검사 점수가 곧 그 사람의 성과와 1:1로 대응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격무에 시달리는 인사 담당자와 HR 임원들은 인성검사 결과지의 해설을 다 읽기보다는, 간편하게 총점으로만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검사 결과를 우수한 성과로 연결시키고 싶다면 지양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인성검사의 본질은 심리학적 목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원자가 조직의 가치와 문화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평가하는데 사용되는 것이다. 또한 직무마다 특정 성격이 중요한 성과 유발 요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 직무에서는 성격적으로 대인 관계와 스트레스 관리에 능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욱 능숙하게 업무에 적응하고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인성검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성향과 행동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예측하는 검사이며, 기업에서는 지원자의 성격이 해당 직무의 요구 사항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인성검사는 직무 적합성과 문화 적합성을 평가하는 도구로서의 가치를 가지며, 이를 통해 기업은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
인성검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최근의 인성검사는 결과 왜곡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격을 표현하는 진술에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보다는, 어떤 가치중립적 상황을 제시하고 해당 행동을 고른 이유를 선택하게 하여 응시자의 논리 체계를 추론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업무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 야근을 하여 일단 빠른 피드백을 받을 것인지, 일단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더욱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 것인지를 고르게 한 후 그 이유를 묻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원자의 가치관과 논리, 성향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지원자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고, 문항만 봐서는 긍정적 답변과 부정적 답변을 구분할 수 없다. 이렇게 가치 판단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내면으로부터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나 발현 가능성이 높은 성향을 측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를 받을 때는 집중하고 답을 선택하기 전에 침착하게 질문을 전부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신중하게 생각하거나 모든 관점에서 답을 따져보는 대신 즉각적인 충동에 따라 답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빠르고 직관적으로 답하는 것이 ‘이러이러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좋겠지?’를 일일이 판단하고 답하는 것보다 더욱 높은 신뢰도와 일관성을 보여줄 수 있다. 무엇보다 검사 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맑은 정신 상태가 더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출처 : 사람인 HR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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