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리스크 관리(Human Risk Management)는 조직이 구성원들의 행동과 관련한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대응하기 위한 프로세스 전반을 의미한다. 휴먼 리스크 관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저지를 수 있는 고의나 과실(오류), 무모하거나 악의적인 행동 등 인적 오류는 물론, 특정한 리더십이나 조직문화 등 조직 자체의 잠재되거나 활성화 된 오류(Latent or active failures)들에 대한 평가와 대응방법 등을 제시한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행동과 관련된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조직의 정책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하고, 작업 프로세스 설정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직원들이 위험에 대해 이해하고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한 충분한 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최근 휴먼 리스크 관리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기술과 경제 상황 때문에 인사관리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의사결정, 의사소통, 팀워크 및 스트레스 관리와 관련한 연구뿐만 아니라 휴먼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과 프레임워크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고위험 산업에서 인간이라는 ‘요소’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강화되면서 여러가지 분석 기법들이 산업 분야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휴먼 리스크 관리의 프레임워크
고위험 산업이라고 하면 대규모 플랜트, 원자력 발전, 의료, 해운, 항공 등을 들 수 있다. 첫 화에서 사례로 제시한 바 있지만, 그 중 항공이야말로 사소한 인적 오류가 대규모 인명 사고로 발전할 수 있는 고위험 산업의 대표적 분야이다. 플랜트나 원자력발전의 경우 허가된 인원만이 출입할 수 있는 닫힌 체계(Closed system)라서 외부 이벤트가 직접적으로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적다. 그에 반해 항공은 열린 체계(Open system)인데다, 운항이 시작되면 상공으로 비행하는 특성 상, 외부 조력이 개입하기 힘들며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래서 여러 고위험 산업군 중에서도 항공분야는 독보적으로 휴먼 리스크 관리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발전된 분석 및 관리기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그 중 ‘크루 리소스 매니지먼트(Crew Resource Management, CRM)’와 ‘인적 요소 분석 및 분류 시스템(Human Factors Analysis and Classification System, HFACS)’은 항공 안전에서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이다. CRM은 비행 승무원 간의 의사 소통, 팀워크 및 의사 결정을 개선하기 위해 NASA를 비롯한 미국 항공 산업에서 1970년대에 개발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인적 오류로 인한 사고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에 설계되었으며, 현재는 세계적인 조종사 교육의 표준이 되었다. 이러한 분석 기법의 개발은 항공 안전에서 인적 요소의 중요성을 점차 인식하게 된 결과이고, 실제로 현장에 적용해서 사고를 줄이는데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하다.
크루 리소스 매니지먼트(CRM)
CRM은 1972년 미국 이스턴항공 401편 여객기 추락 사고를 비롯한 여러 대형 항공 사고에 영향을 받아 개발되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401편은 늪지대에 추락했기 때문에 항공 사고 중에서는 비교적 생존자가 많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1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조사결과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들의 단순 판단 착오와 그로 인한 치명적인 실수였던 것으로 밝혀졌고 이는 업계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왔다. 이 사고로 인해 승무원들의 결격 사유를 비롯하여 인간이 업무에서 느낄 수 있는 피로, 스트레스와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각종 장해 요소에 대한 복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
CRM에서 강조하는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의사소통 : 운항 중 승무원 간 그리고 관제 시 효과적인 의사 소통은 매우 중요하며 특히 비상 상황에서 서로 명확하고 간결하게 의사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CRM은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표준화된 의사 소통 절차와 명확한 언어 사용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
● 상황 인식 :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승무원은 직면한 상황을 빠르고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항공기의 위치, 고도, 속도 및 주변 공항 등 중요한 요소에 대해 빠르게 인식하고 대책에 포함시켜야 한다. 상황 인식을 유지하고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가능한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을 사전에 검증한다.
● 의사결정 : 승무원은 고압력 상황에서 빠르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CRM은 정보 수집, 옵션 평가 및 최선의 대응 방안 선택을 포함하는 구조화된 의사 결정 과정의 형성 여부를 파악한다.
● 팀워크 : 어느 업계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한 번 이륙하면 다시 착륙할 때까지 고립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팀워크는 필수적이다. CRM에서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지, 팀원 간 신뢰와 존중 가능성 및 개방적 의사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리더십 : 상공에서 기장(Captain)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기장(및 유고 시 기장을 대리하는 경우 포함)은 리더로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한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과거에도 기장과 객식 최고 책임자의 빠른 판단과 결단으로 수많은 승객의 목숨을 구한 사례가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CRM은 리더 뿐만 아니라 모든 직급의 승무원들이 리더십을 개발하는 것을 중요한 판단요소로 제시한다.
항공 분야에서 휴먼 리스크 관리의 프레임워크로서 CRM이 도입된 것은 수 십년이 지났기 때문에 그만큼 항공 안전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것도 입증되었다. 미국 연방 항공청의 연구에 따르면, CRM 교육을 시행한 항공사는 사고 및 사건 발생률이 19% 감소했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CRM 교육이 조종 승무원의 실수 발생률을 최대 50% 감소시켰다는 결과도 있었다.
인적 요소 분석 및 분류 시스템(HFACS)
HFACS는 각종 항공 및 해운사고에서 휴먼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는 대표적인 프레임워크로 각 대학의 항공 관련 학부과정에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유명한 이론이다. 1990년대 미 해군 소속의 연구자 더글라스 비그먼(Douglas Wiegmann)과 스콧 샤펠(Scott Shappell) 박사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해군 소속 함선 및 항공기 사고의 이유와 사고율을 줄이는 방법을 파악하라는 임무를 받고 개발했다.
그들은 제임스 리즌(James T. Reason)의 선행 연구(스위스 치즈 모델)를 바탕으로 HFACS를 개발해 제안했다. 이 새로운 프레임워크는 제임스 리즌의 모형을 토대로 조직 내 여러가지 요소들의 인과관계에 집중한다. 사고가 단일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다양한 수준에서 복잡한 상호 작용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프레임워크는 ‘사고는 대부분 사람의 고의와 과실로 발생하지만 그러한 원인은 개인이 아닌 조직에 있다’는 기본 원칙과 함께 네 가지 계층(Tier)적 분석 기준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를 다시 세부적으로 분류해서 검토할 수 있게 만든 일종의 체크리스트와 같다.
HFACS Model /Wiegmann&Shappell, 2003
HFACS 의 각 계층은 다음의 4단계로 구성된다.
● Unsafe Acts(불안전한 행동) : 사고에 직접적 원인이 되는 개인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오류, 위반 및 절차적 불이행 등이 있다.
● Preconditions for Unsafe Acts(불안전한 행동의 전제 조건) : 피로, 스트레스, 교육 부족과 같은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외부 환경적 요소들을 말한다.
● Supervisory Factors(불안전한 감독) : 관리자와 감독자가 안전한 행동을 장려하는 환경을 잘 조성하고 있는지와 그러한 권한이 충분히 있는지 검토한다.
● Organizational Influences(조직적 영향): 이 단계는 불충분한 자원, 부적절한 의사 소통 및 비효율적인 정책과 같은 광범위한 조직적 요소가 사고에 기여하는 것을 고려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HFACS는 일반적인 산업과 조직 구성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용어와 분석틀을 제공하기 때문에 항공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산업에서도 이를 조금씩 응용하여 안전관리에 적용하고 있다. 사고 발생 가능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직적인 전략을 개발할 수 있고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HFACS는 오류의 심층적, 인지적 원인까지 다루지는 않는다는 비판이 일부 있으나, 작업자의 상태부터 관리감독과 의사결정까지 거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광범위하고 빠짐없이 다루기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 오류의 원인을 비교적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커서 여러 고위험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휴먼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방법론
휴먼 리스크 관리는 20세기 이후 산업화 시기 벌어진 대규모 인명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사소한 오류가 큰 파급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구성원 개인 부주의와 악의적인 행동을 조직적으로 방지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개발해 왔는데 1980~90년대 이르러 리더십과 조직 문화가 위험 관리에서의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앤드류 홉킨스, 그리고 미국의 조직이론가 칼 에드워드 윅(Karl Edward Weick)은 조직 내 안전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리더들이 안전을 적극적으로 촉진하고 강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크든 작든 사고의 대부분은 인간의 행위에 기인한다. 인간이 다루는 기술과 설비가 매우 빠르게 발전한 반면, 고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인식능력과 의사결정 상의 특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으로 전체 사고의 빈도는 감소하고 있으나, 인간 행위에 의한 사고 비율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래서 최근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은 구성원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휴먼 리스크 관리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최근의 경영 환경에서 사소한 휴먼 리스크는 조직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사고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법적 책임 문제는 물론이고 수 많은 종업원과 그의 가족들까지 불어닥친 불황기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사례들과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는데 HR에서는 휴먼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다음의 최소한의 원칙을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에 반영하도록 하자.
● 명확한 정책, 절차 및 규정을 수립하여 직원들이 따를 수 있도록 한다. 직원들이 정책, 절차 및 규정과 그들이 작업에 적용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관리자의 보고에 의존하지 말고 사업장 특성에 맞게 직원들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잠재적 위험을 회사에 보고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현한다.
● 직원들이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육 및 교육을 제공한다.
● 안전과 보안을 위한 정책과 규정을 잘 따르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특별한 보상을 명시하고 널리 알린다.
● 사고 가능성이 명확하게 식별, 평가, 관리되도록 잘 알려진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거나 자체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개발/도입하여 활용한다.
글 : 사람인HR 연구소 제공
관련링크 : www.thepllab.com/post/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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