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에서 ChatGPT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인공지능 도구들을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마침 이 칼럼을 준비하던 중이라 실습에서 강사가 알려주는 대로 본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여러 인공지능 도구들 사용해 보았다. 채 두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던 상황에서 적절한 내용의 보고서와 프리젠테이션 파일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얼마전까지 사용하던 방식으로 같은 수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적어도 2~3명 정도의 사람이 2~3일을 소요해서 마무리 지었을 것이다. 검색엔진, 학술DB 등에서 관련 자료를 찾고, 그 내용을 정리․요약하고, 요약한 내용에 맞는 프리젠테이션 디자인을 찾거나 그려가며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만들었을 것이다. 익숙하지도 않은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업무를 1/10 이상 획기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절감하여 업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필자의 경험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공장에서는 로봇들이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사무실에서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건설현장이나 위험한 작업장에서는 다양한 스마트 안전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여러 업무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를 넘어 고용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여러 연구나 설문 등을 통해서 이런 저런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는데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자리가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받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산업연구원에서 2025년 3월에 발간한 이슈페이퍼 ‘인공지능의 고용 효과 분석-직종별 차별적 영향을 중심으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구에서는 이론 연구나 특정 산업에 국한된 연구, 혹은 설문조사에 의존하는 정성적인 성격을 가졌던 기존의 연구와는 다르게 인공지능이 국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공지능 노출도(Artificial Intelligence Occupational Exposure, 이하 AIOE)를 통해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고용보험 DB의 피보험자와 사업장 자료를 활용하여 노출도 수준에 따른 영향력과 직종별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AIOE를 기준으로 노출도가 낮을수록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노출도가 높을수록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즉, 인공지능의 여러 기술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의 고용이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인공지능노출도는 직업별로 업무를 수행할 때 인공지능의 여러 기술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해석하면 됨

또한 직종별로 분석해보면 AIOE가 1% 증가할 때 인문․사회과학 연구직의 평균 고용이 약 23.2%로 가장 크게 증가하며, 경영․행정․사무직(21.0%), 사회복지․종교직(19.6%), 교육직(16.0%) 등은 고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금융․보험직은 AIOE가 네번째로 높은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고용이 5.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돌봄 서비스직(-45.9%), 건설․채굴직(-28.5%), 정보통신 설치․정비직(-24.3%), 섬유․의복 생산직(-23.1%), 음식 서비스직(-22.1%) 순으로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OE가 증가할 때 비반복적․창의적이고 높은 수준의 인지능력이 필요한 높은 업무의 고용은 증가하는 반면, 단순 반복․기술적인 업무의 고용은 감소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노동시장에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물론 AIOE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이것을 높일 수 있을까? 연구에서는 인지능력이 AI기술을 활용의 중요한 요소로 설명하며, 듣고 이해하기, 읽고 이해하기, 말하기, 글쓰기, 창의력, 논리적 분석, 추리력, 범주화, 수리력, 기억력, 공간지각력, 선택적 집중력을 강화하는 교육과정 개발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영유아기 혹은 초등학고 저학년 때 인지 능력 개발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으니 이 시기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은 특별히 독서나 말하기, 글쓰기 또는 일기쓰기 같은 활동을 권장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 본문에 제시된 연구보고서의 원문(정재기․김동근(2025), 인공지능의 고용 효과 분석 – 직종별 차별적 영향을 중심으로, 산업연구원 Issue Paper 2025-03)은 국가정책연구포털(www.nkis.re.kr)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음.

[저자소개]

조병덕. 행정학박사. 연세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하고, KDI, 산업연구원 등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감사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성과관리, 국가R&D 체계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