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하반기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APT.)' 인기가 글로벌 하게 치솟으며 '록 시크(Rock Chic)'가 패션 트렌드 키워드로까지 떠오르고. 2025년 SS RTW 트렌드 키워드의 1순위로 보헤미안과 시크가 합쳐진 '보호 시크(Boho Chic)가 언급되고 있다.

​우리의 지갑은 세상 물가 상승은 나 몰라라 하며 점점 얇아지고 있고, 2025 SS 트렌드는 맥시멀리즘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우리의 생활은 나를 위해서도 지구를 위해서도 미니멀해져야 하는 환경이다. 록과 보헤미안, 그리고 시크의 교집합에 놓일 수 있는 유용한 아이템. 오늘은 하나쯤은 내 옷장 속에도 있을지 모를 바이커 재킷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모터사이클의 인기로 탄생한 바이커 재킷

바이커 재킷의 기원은 모터사이클이 교통 수단으로 인기를 얻었던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탁 트인 도로의 자유로움을 즐기는 라이더들을 위해, 날씨로부터 노출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일정 수준의 보호 장비가 필요해진 것이다.

​바이커 재킷은 1913년 Irving과 Jack Schott 형제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제1차 세계대전 항공 재킷에서 영감을 받았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브랜드인 Schott NYC가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을 위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쿠바 시가의 이름을 따서 'Perfecto(지금 우리가 대표적인 바이커 재킷 하면 떠오르는)'라는 세계 최초의 모터사이클 재킷(Motorcycle Jacket)을 출시한 것은 1928년이 되어서였다. 이 재킷은 내구성이 뛰어난 가죽으로 제작되어 라이더들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가장 큰 특징은 앞 여밈이 지퍼인 최초의 바이커 재킷이라는 것이다. 이는 감각과 보호를 요구하는 모터사이클 세계에서 큰 혁신이 되었으며, 비대칭 지퍼, 스냅 다운된 넓은 라펠(lapels), 몸에 꼭 맞는 컷(cut), 비바람에 견디는 주머니와 잠금 장치, 앞보다 뒤쪽이 길게 된 디자인(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타는 자세를 위해)들은 빠르게 클래식이 되었다. 허약한 버튼으로 여미어지던 이전 모델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지퍼 여밈으로 바꾼 후, 착용자가 레이어드 하여 착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입고 벗기가 매우 편해지면서 더 나은 기동성과 보호 기능을 제공하였다.

출시 당시 재킷의 가격은 $5.50(오늘날 $76정도)으로 당시로서는 상당한 액수였지만, 실용적인 착용감과 안정성, 그리고 세련된 스타일을 제공함으로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하였다

Schott는 1940년대 후반에 '613'이라는 원래 'Perfecto'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613'은 어깨 견장에 별이 있었기 때문에 'One Star'라는 별명이 붙었고, 거의 맞춤 제작된 딱 맞는 핏을 가지고 있었다. 1950년대 초반 별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613'과 동일한 '618'이 출시되었다.

<출처> Schott NYC 'Perfecto' 118, hungermag.com

현재 생산되는 Schott Perfecto 613 스타일 '118'에는 다양한 손잡이가 있는 새로운 크롬 포켓 지퍼와 벨트 버클 아래 스냅이 장착되어 가스 탱크 손상을 방지하고, 측면 포켓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재킷 중앙에 더 가깝게 이동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내부 지도 포켓이 오른쪽 하단으로 이동하고, 왼쪽 가슴 포켓 내부에 가죽 트림도 추가되었다.

반문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바이커 재킷

1950년대가 되자 사람들은 바이커 재킷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져 보인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여기에는 할리우드 아이콘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 출연의 히트 영화 'The Wild One'(1953)이 있었다. 영화에서 말론 브란도는 BRMC(Black Rebels Motorcycle Club)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 오토바이 갱단의 리더 Johnny Strabler 역할을 맡았는데, 그가 착용한 Schott의 'Perfecto'는 반항적인 이미지를 말 그대로 ‘업’ 시켜주는 방아쇠였다(그가 착용한 재킷이 Schott Perfecto 613이었는지 아니면 복제품을 착용했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견장에 별이 있고 가슴에는 캐릭터 이름이, 뒷면에는 갱단 로고가 새겨진 말론 브란도의 바이커 재킷은 당시 반문화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되면서 자신감 있고 여유로우며 강렬한 태도를 지녀 즉시 한창 반항기에 있는 청소년 세대 멋짐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한편 바이커 갱 문화가 부활하는 반갑지 않은 영향력도 끼쳤다. 이처럼 미국의 젊은이들이 말론 브란도의 엣지 있는 스타일에 주목하고 영감을 받기 시작하면서 'Perfecto'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갱단 문화가 퍼지는 것을 두려워한 전국의 학교에서 가죽 재킷 입는 것을 금지함에 따라 매출은 다시 급감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 전후 시대가 지나며, 수년간의 전투로 인한 억눌림은 'Swinging Sixties(60년대 자유롭고 에너지 넘친 런던의 모습을 가리키는 말)'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모든 패션, 스타일, 정치적 혼란기에 접어들었고, 사람들이 옷을 입고 행동하는 방식에 더욱 개방적이고 실험적이 되는 새로운 자유의 감각이 생겨났다. 바이커 재킷은 떠오르는 음악가부터 비틀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반문화의 상징으로 젊은 사람들의 특징이 되었다.

<출처> Marlon Brando, 'The Wild One'(1953), getty images

​그러다가 1970년대에 이르러 록(Rock) 음악이 그 세대를 대표하는 음악 장르가 되었고, 기름진 머리에 꽉 끼는 옷을 입고 기타를 휘두르는 록 스타들이 바이커 재킷을 그들의 유니폼처럼 채택하였다. 가장 상징적으로 The Ramones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앨범인 'Rocket to Russia', 'Leave Home' 및 'Road to Ruin'의 표지에 바이커 재킷을 착용한 사진을 사용함으로 바이커 재킷을 주류 영역으로 끌어 올렸으며, 재킷에 또 다른 차원의 멋을 더했다.

<출처> RAMONES 앨범 순서대로 'Rocket to Russia', 'Leave Home', 'Road to Ruin', namu.wiki

1980년대에는 펑크 음악이 주목을 받았고, 하위 문화는 바이커 재킷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 Vivienne Westwood같은 디자이너와 Sex Pistols같은 록 밴드가 아이코닉한 룩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바이커 재킷은 80년대 내내 지속된 반정부, 반체제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이 기간 동안 Sex Pistols의 묵직한 기타 리프를 혼합하여 착용자들은 금속 스파이크(spikes) 및 스터드(studs)와 결합된 오버사이즈 바이커 재킷을 스타일링했다.

펑크 록 시대가 사회 내에서 인기를 잃기 시작한 이후 새로운 경쟁 관계가 형성되었다. 모드(Mods)와 로커(Rocker)들이 정면 대결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펑크 록에서, 모드와 로커사이에서 벗어난 바이커 재킷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브래드 피트(Brad Pitt), 조니 뎁(Johnny Depp)과 같은 인기 배우들이 착용한 후, 1990년대 할리우드에 의해 바이커 재킷이 다시 활기를 띄고 부드러워졌다. 이러한 스타들은 바이커 재킷이 세계에서 묘사되는 방식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더욱 다양한 색상 팔레트의 출현은 1990년대 후반 바이커 재킷의 주요 특징이었으며, 생생한 색상과 반짝이는 마감, 그래픽 장식 등은 라이더의 독특함과 반항적인 태도를 반영하는 자기 표현의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어주었다.

바이커 재킷에 참여한 하이 패션

1950년대 바이커 재킷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하이 패션계가 참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60년, 당시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의 디자인 책임자였던 24세의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은 자신만의 바이커 재킷 스타일을 발표한다. 비트닉(Beatnik, 대략 1920~30년대 출생으로 1950년대 전쟁의 폐해를 수습하고 풍요스러워지면서 기성세대의 질서에 반항하며 그들만의 개성추구와 기행을 일삼았던 서구의 젊은 세대)에서 영감을 받은 런웨이 컬렉션의 일환으로 생 로랑은 악어 가죽으로 만든 싱글 브레스트, 모피 안감의 가죽 여성 재킷을 공개했지만, 당시 비평가들에 의해 폄하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의 Jasmine Helm은 "그것은 바이커 재킷에 대한 최초의 오뜨 꾸뛰르 해석이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생 로랑의 바이커 재킷은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브랜드의 아이콘으로써 믿을 수 없을 만큼 강세를 보이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완벽한 디테일과 블랙을 사랑하는 파리지앵의 미학을 통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Schott는 가죽 재킷 업계의 유일한 이름이 아니게 되고, 디자이너들은 90년대와 2000년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바이커 재킷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클로드 모타나(Claude Motana), 지아니 베르사체(Gianni Versace),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가 손꼽히며, Rick Owens는 Stooges 재킷 덕분에 인기를 얻었고, Kate Moss는 2000년대 초반 French Vogue에서 그가 만든 재킷을 입었다. 그러한 노출 덕분에 Rick Owens는 2002년 NYFW에서 첫 번째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한다.

스웨덴 브랜드답게 Acne Studios는 이미 인기 있는 바이커 재킷 실루엣에 스칸디 스타일의 미니멀리즘을 더해 명성을 얻었다. 그들의 깔끔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은 스냅다운 노치 칼라(snap-down notched collar)와 각진 전면 지퍼가 있는 크롭 핏이 특징으로 클래식한 매력을 한층 높여주었다.

​"세대를 거쳐 지속되는 다양한 스타일의 공통점은 유행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기능이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Schott는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라이더를 위해 순전히 기능만을 생각하며 거칠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바이커 재킷은 실용주의적 기원을 뛰어넘어 또한 반문화의 상징적 이미지도 뛰어넘어 그 뒤의 숨은 매력으로 옷장의 필수적인 아이템이 되었다.

이는 All Saints, Reiss같은 브랜드부터, Schott 및 Belstaff같은 전문 브랜드, Saint Laurent이나 Alexander McQueen, Balmain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끊임없이 그들의 컬렉션에서 재창조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힙하기 위해서이든 아니면 스타일에 약간의 엣지를 더하기 위해서이든 다양한 영감을 주는 지속적인 아이콘 아이템이 된 것이다. 바이커 재킷이 가진 이미지는 덤으로...

글 ㅣ 김은영

<필자 소개>

연세대 의생활학과 졸업하고 이랜드 여성캐쥬얼 브랜드 더데이,2Me 실장을 거쳐 로엠 실장 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다. 2008년부터 이랜드 패션연구소에서 여성복 트렌드 분석과 브랜드 컨셉을 담당하였으며, 여성복 SDO를 역임하였다.
현재 트렌드 분석과 메가 스트림 현상, 복식 이야기를 연구,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