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 아이템 / Must Item] 시원하면서 우아함까지, 버뮤다 쇼츠(Bermuda shorts) 이야기

김은영 전문위원 승인 2024.08.18 15:02 의견 0

“THE SHORT-PANT IS A TERRIBLE FASHION CHOICE. UNLESS IT IS FROM BERMUDA.

숏팬츠는 정말 끔찍한 패션 선택이에요. 버뮤다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요”
–WINSTON CHURCHILL 윈스턴 처칠

습하기 이를 데 없는 올해 여름, 너무 짧은 쇼츠가 부담된다면 편안하고 바람이 잘 통하여 시원함은 보장하지만, 펜슬 스커트와 유사한 무릎 길이의 이 반바지를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편안하고 기능적이며 우아한 버뮤다 스타일. 이 버뮤다의 필수품이 어떻게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 궁극적인 패션 아이템이 되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기로 하겠다.

가위로 탄생한 버뮤다 쇼츠

‘버뮤다 쇼츠(bermuda shorts)’는 밑단의 커프스(cuffs) 유무와 상관없이 남녀 모두가 세미 캐주얼 복장으로 착용하는 무릎 위 약 2~3인치 길이의 짧은 바지이다.

‘버뮤다 쇼츠’는 그 이름에서 예상 가능하듯이 영국 해외 영토인 버뮤다에서 인기가 높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그곳에서는 정장 같은(suit-like) 소재로 만들어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Bermuda hose), 드레스 셔츠나 흰색 또는 파란색 옥스포드 버튼 다운 셔츠, 보수적인 줄무늬 또는 클럽 넥타이, 싱글 또는 더블 브레스트 남색(navy) 블레이저와 함께, 여기에 검정이나 갈색의 태슬 로퍼까지 착용하면 남성에게 적합한 비즈니스 복장으로 간주되었으며 이는 2007년까지 버뮤다의 민족 의상이 되었다.

TABS(The Authentic Bermuda Shorts)의 창시자인 Rebecca Hanson에 따르면, 이 반바지는 제1차 세계 대전 중 버뮤다의 버뮤다 출신이자 찻집 주인인 Nathaniel Coxon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Nathaniel Coxon의 찻집은 영국 해군 장교들의 유입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지만, 그로 인해 분주해진 다실은 모락모락 나는 차주전자의 김으로 사우나로 바뀔 지경이었고, 깔끔한 남색 블레이저와 카키색 바지를 유니폼으로 입은 직원들은 더위를 호소하였다. 새로운 유니폼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았던 천상 사업가인 Coxon은 1914년 여름, 더위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직원들의 카키색 유니폼 바지를 무릎 위 3인치로 잘라 버뮤다 쇼츠의 처음을 만들어 냈다.

Mason Berridge 해군 제독은 Coxon의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그들의 새 유니폼이 ‘약간 오래된 옥스포드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동료들을 위해 이 스타일을 채택하기로 결정하고, ‘버뮤다 쇼츠’라는 복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제1차 세계 대전 중 버뮤다에 주둔한 영국군은 열대 및 사막 기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무릎 길이의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출처>British military commanders Brooke-Popham and Wavell in World War II, wikipedia.org


버뮤다 쇼츠의 비즈니스화 & 일상화

20세기가 진행되면서 버뮤다 쇼츠는 섬 안팎에서 점점 더 인기를 얻었고, 레저 및 열대 지역에서의 휴가와 연관되어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인기 있는 스포츠 아이템이 되었다. 미국과 영국 휴가객들은 이 반바지가 너무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여 반바지를 집으로 가져왔고 버뮤다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버뮤다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선보였다. ‘버뮤다 쇼츠’라는 이름은 뉴욕시의 스포츠웨어 업체인 The Bermuda Shop에 의해 미국에서 기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버뮤다 쇼츠와 양말의 조합은 버뮤다에 의류가 부족했던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이루어졌다. 버뮤다 은행의 전 부서장인 Jack Lightbourn에 따르면, 버뮤다에 있는 두 은행인 The Bank of Bermuda Ltd와 The Bank of N.T.의 총책임자는 제2차 세계 대전과 관련되어 의류 및 물자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남성 직원들이 입을 적절한 의류가 없을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따라서 그들은 현지 재단사에게 Coxon과 Berridge가 유명하게 만든 영국군 반바지를 모델로 한 반바지를 남성 직원들에게 만들어 주도록 제안했다는 것이다. 반바지는 회색 플란넬(flannel)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함께 착용할 두꺼운 회색 울의 긴 양말도 같이 제공되었다. 이것은 버뮤다에서 버뮤다 쇼츠가 비즈니스 복장화로의 전환이자 긴 양말과의 매치의 시작이었다.

이 스타일은 성공적이었고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반바지의 인기가 높아지자 Trimingham Bros. 및 H.A. & E. Smiths는 밝은 색상의 원단을 사용하여 반바지 디자인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회색, 베이지색, 남색(navy)에서 시작했지만 섬의 청록색 바다, 분홍빛 모래, 무성한 녹지의 찬란한 색조와 어울리도록 더욱 역동적으로 진한 녹색, 분홍색, 버건디(burgundy), 노란색까지 채택했다.

<출처> lucafaloni.com / TABS Bermuda, FACEBOOK


한편 보그(Vogue)는 1948년에 처음으로 ‘버뮤다 반바지(Bermuda shorts)’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버뮤다 쇼츠의 인기는 반바지(shorts)가 일상복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과 동시에 높아져 갔다. 그러나, 많은 신사들은 버뮤다 쇼츠의 짧은 길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고, 청바지와 함께 버뮤다 쇼츠는 1954년까지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여학생들에게 금지되었으며, 이후 캠퍼스 밖 행사에 대해서만 금지가 해제되었다. 그 해 The New Yorker의 기사에 따르면 Brooks Brothers와 같은 소매점에서 반바지 판매 수치는 증가했지만 일부 호텔과 클럽에서는 여전히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1950년대 미국 중산층의 새로운 여가 활동이 시작되고 일반적으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버뮤다 반바지, 페달 푸셔(pedal pushers), 카프리 팬츠(capri pants)와 같은 레저 의류가 서양에서 인기 있는 복장이 되었고, 여성들은 마침내 버뮤다 쇼츠를 입을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그때까지는 무릎 위의 다리를 드러내는 것이 여성스럽지 않다고 생각되어 왔기 때문에 이는 불법이었고 실제로 여성은 너무 짧은 반바지로 인해 벌금을 물릴 수 있었다.

<출처> tabsbermuda.com


버뮤다 쇼츠는 1970년대에 다시 인기를 얻었고, 1990년대 초반부터 런웨이(runway)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에르메스(Hermès), 랄프 로렌(Ralph Lauren)과 같은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이너들이 파리와 뉴욕의 런웨이에서 시대를 초월한 이 룩을 선보이며 패션을 선도하고 있다. 할리우드 역시 레드카펫 위의 유명 인사들의 이 룩에 주목했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것은 슈퍼스타 음악가이자 프로듀서인 Pharrell이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버뮤다 반바지를 입었던 순간일 것이다.

버뮤다 쇼츠는 유럽에서 선호되는 전형적인 무거운 의류보다 더운 아열대 및 열대 기후에 더 적합한 것으로 간주되면서, 오늘날 비즈니스 캐주얼 착용 정책을 갖고 있는 서양의 많은 기업들, 특히 미국, 캐나다,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 더운 계절에 착장이 허용되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업무용인 경우 주름이 잡혀 있지만, 좀 더 비공식적인 경우에는 주름이 없을 수도 있다.

버뮤다 쇼츠는 영국, 호주, 뉴질랜드의 많은 사립학교 남학생 여름 교복의 일부이며, 영국 왕립 해군과 캐나다 왕립 해군 복장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왕립 실론 해군 제복의 일부였다.

일년 내내 습도가 매우 높고 6월부터 10월까지의 버뮤다의 높은 기온을 고려하면 버뮤다 쇼츠는 매우 유용하며 어쩌면 우아할 수도 있는 아이템이다.

버뮤다 섬처럼 여름이 변해가고 있는 작금의 우리나라. 시원하면서 우아함까지 잡을 수 있는 버뮤다 쇼츠라면 아주 실용적이며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까!

<출처> Bermuda shorts street style, Pinterest.com / Instyle.com / Vogue.co.kr / parade.com

글 ㅣ 김은영

<필자 소개>

연세대 의생활학과 졸업하고 이랜드 여성캐쥬얼 브랜드 더데이,2Me 실장을 거쳐 로엠 실장 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다. 2008년부터 이랜드 패션연구소에서 여성복 트렌드 분석과 브랜드 컨셉을 담당하였으며, 여성복 SDO를 역임하였다.
현재 트렌드 분석과 메가 스트림 현상, 복식 이야기를 연구,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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