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 아이템 / Must Item] 여름 시즌 유용한 스타일 살리는 아이템, 팔라조 팬츠(palazzo pants) 이야기

김은영 전문위원 승인 2024.07.28 22:13 의견 0

동남아성 장마가 이어지면서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로 습하거나 내리쬐는 태양으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쏟아지는 땀으로 옷이 달라붙거나 휘감기기 일쑤다. 이런 불쾌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우리는 신체에 닿는 면적이 적은 옷을, 시원한 소재의 옷을 찾아 노력한다.

불쾌감 없이 버텨내기 어려운 폭염, 폭우의 시기, 여름에 루즈하고 가벼운 소재감이 돋보이며 통기성이 좋아 여름 시즌 스타일로 적합한 아이템. 여기에 여성스러운 우아함까지 더해주는 매력의 아이템. 더하기 올 여름 트렌드인 보헤미안 시크(bohemian chic)까지 연출 가능한 아이템.

이번 칼럼은 팔라조 팬츠(palazzo pants)에 대해 해당 아이템처럼 가볍게 이야기 해보려 한다.

팔라조 팬츠의 이름과 시작

‘팔라조 팬츠(영국 영어: palazzo trousers, 인도 영어: Panada)’란 허리에서부터 발목까지 균일하게 벌어지는 헐렁하고 매우 폭이 넓은 긴 바지를 말한다.

‘팔라조 팬츠’의 컨셉은 이름에 담겨져 있다. 웅장한 건축 양식을 가진 시칠리아의 노르만 궁전(Palazzo dei Normanni)의 구조의 유사성에서 유래된 이름. 궁전을 의미하는 ‘팔라조’는 그 이름처럼 우아하고 고급스러우며 세련된 것으로 간주되었고, 사회적으로 이동성이 뛰어난 럭셔리 여성에게 적합했다.

패션계에서는 가브리엘 코코 샤넬(Gabrielle Coco Chanel)이 1920년대에 와이드 팬츠(wide-leg trousers)와 비치 파자마(beach pajamas)를 유행시켰다고 이야기 한다. 활동적이며 적극적인 참여를 중요시했던 샤넬은 베니스 여행 중 베네치아의 더위 속에서 곤돌라 탑승 여행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 유용한 이 폭이 넓은 바지의 팬이 되었다고 한다.

<출처>Palazzo style trousers (1920s) / thefashionplatemag.com // avourbrook.com

지구 다른 편 1920년대 중국에서도 귀족들은 몸매가 돋보이면서도 여성의 체형을 적당히 가리는 와이드 실크 팬츠(wide-leg silk pants)를 선호했다고 한다. 한편, 그루지아 트빌리시(Georgia in Tbilisi, 당시 러시아 제국의 일부)에서는 아이린 갈리진(Irene Galitzine) 공주의 팔라조 잠옷(palazzo pajamas)을 발명한 공로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그래서 팔라조 팬츠를 파자마 팬츠라고도 부른다). ‘팔라조 파자마’ 그 이름은 우아함과 고급 원단으로, 그 실루엣은 신체적인 것보다 움직임과 자세는 더욱 돋보이게 하는 아이템이었다.

<출처>Actress Ida Lupino with a creation by Galitzine / vintagemust.com

이처럼 20년대 당시 팔라조 팬츠는 해변에 가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캐주얼한 외출에만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되었다.

이 스타일은 1930년대와 1940년대 아방가르드(avant-garde) 패션을 좋아했던 일부 여성, 특히 캐서린 헵번(Katharine Hepburn), 마를렌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와 같은 여배우들이 입었던 와이드 커프스 팬츠를 연상시킨다.

<출처> favourbrook.com / vovk.com


이렇게 사랑 받기 시작하던 팔라조 팬츠는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그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하는데, 제2차 세계 대전은 모든 물자의 절약이 필요했고 따라서 직물의 배급이 이루어졌으며 실용적인 의류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게 했다. 또한 많은 여성들이 작업장, 특히 기계와 관련된 작업에 동참하고 있었기 때문에 팔라조 팬츠는 1940년대와 1950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부적합한 어쩌면 호화로운 실루엣이었다.

‘팔라조 팬츠’의 부활

그러나, 이 넉넉하고 호화로운 실루엣이 진가를 발휘하는 시대가 왔다. 특히 1960년대, 이 아이템은 무척 유용했다. 많은 고급 레스토랑이 여전히 여성이 드레스나 스커트만 입어야 한다는 엄격한 복장 규정을 따랐던 그 시대, 패션 트렌드에 저항하던 그 시대. 여성의 허리 라인에서 발까지 흘러내리는 벌룬 형태의 유동적인 실루엣은 팔라조 팬츠가 스커트나 드레스로 착각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 그래서 패션에 정통한 여성들은 팔라조 팬츠가 제공하는 순간적인 실루엣의 착각을 통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유연하게 레스토랑에 출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팔라조 팬츠는 의도치 않게 20년대의 코코 샤넬, 30년대 캐서린 헵번, 60년대 반항아…여성성이 스커트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가부장적인 관점에 반항한 가장 용감한 여성들이 입으면서 반문화적 스타일로 창출되기도 했다. 또한, 1970년대 팔라조는 청바지 소재와 만나면서 청년 항의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팔라조 팬츠’와 패션 컬렉션

패션 컬렉션에서는 1960년대 에밀리오 푸치(Emilio Pucci)가 처음 소개했으며, 바닥까지 내려오는 스커트를 연상시키는 가볍고 하늘거리는 이 와이드 팬츠가 대중에게 선보인 것은 바로 이때였다. 당시 많은 패셔니스타와 영화 배우 스타들은 이 참신한 팔라조 팬츠와 사랑에 빠졌으며, 캐서린 헵번과 마를렌 디트리히는 종종 레드 카펫에 이 옷을 입고 나타났다.

1980년대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와 도나 카란(Donna Karan)을 비롯한 많은 디자이너들이 테일러링의 남성성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팔라조 팬츠를 선택하면서 파워 슈트(power suit)가 다시 등장했다. 팔라조 팬츠는 유려한 바지 실루엣으로 파워 수트를 특히 여성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시가렛 팬츠가 날카롭고 엣지있고 섹시했던 반면, 팔라조 팬츠는 테일러드 블레이저나 턱시도에 대한 보헤미안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팔라조 팬츠는 클래식한 테일러드 재킷과도 조화를 이루며 시크한 룩부터 이 여름 휴양지의 루즈한 리조트룩까지 유려한 폭만큼 여유롭게 소화해낸다. 하지만 최고의 활용도는 후덥지근한 이 여름! 가벼운 소재와 시원한 통기성을 가졌지만 충분히 시크하고 여유로운 바이브를 낼 줄 아는 아이템, ‘팔라조 팬츠’로 트렌드인 보헤미안 시크까지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출처> pinterest / www.instyle.com / zara.com

글 ㅣ 김은영

<필자 소개>

연세대 의생활학과 졸업하고 이랜드 여성캐쥬얼 브랜드 더데이,2Me 실장을 거쳐 로엠 실장 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다. 2008년부터 이랜드 패션연구소에서 여성복 트렌드 분석과 브랜드 컨셉을 담당하였으며, 여성복 SDO를 역임하였다.
현재 트렌드 분석과 메가 스트림 현상, 복식 이야기를 연구,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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