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스니커즈 이야기1’에서 우리는 운동화의 발명과 브랜드의 탄생에 대해 살펴보았다. 오늘은 요즘 패션의 필수템이 되기까지 운동화와 대중문화와의 인연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스니커즈’와 대중문화 : 음악
운동화에 대한 사회학자 Yuniya Kawamura의 연구에 의하면, 운동화 역사에는 세 가지 큰 파동이 있다고 한다. 그 첫 번째 물결은 1970년대의 언더그라운드 문화와 힙합의 등장이다. 대표적인 예로 Adidas의 Samba 모델은 축구팬들의 테라스 패션(Terrace Fashion)의 핵심이 되었고, 1986년 Run-DMC는 ‘My Adidas’라는 곡을 발표하고 브랜드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것은 대중문화에서 운동화의 뿌리 깊은 위치를 구축하게 해주었다.
1970년대부터 특히, 힙합(주로 푸마, 나이키, 아디다스)과 로큰롤(주로 컨버스, 반스) 문화에 있어 운동화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PUMA Suedes와 Clydes는 1980년대 비보이들에게, Nike Air Force 1은 래퍼와 뮤지션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다. Converse 운동화는 Kurt Cobain, Joe Strummer 또는 Billie Armstrong을 포함한 로큰롤 및 펑크 아티스트가 착용하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모방하였고, 인기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색을 위해 특정 브랜드의 운동화를 선호하게 되면서, 운동화와 음악은 문화적으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Run-DMC가 자신들이 사랑하는 브랜드, 'My Adidas'를 발매한 후 아티스트와 패션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1985년 ‘Adidas Superstar’를 만들었고, 2020년 ‘Superstar’ 기념일에 또 하나의 콜라보레이션을 출시한다. Jay-Z와 Reebok은 Gucci의 1984년 스니커즈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을 출시했고, Kayne West는 그 유명한 Nike Air Yeezy를 포함하여, Louis Vuitton 및 Adidas와도 함께 협업을 하였다.
Rihanna와 PUMA의 콜라보레이션은 젊은 여성들에 대한 그녀의 영향력을 한 눈에 보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PUMA를 재탄생 시켰고, 이는 스포츠 브랜드에서 여성 아티스트의 구매력과 대표성을 인정하게 해준, 판도를 바꾸는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스니커즈’와 대중문화 : 영화
Kawamura의 첫 번째 물결의 원동력이였던 뮤지션들이 특정 운동화를 대중 속으로 끌어 들인 것처럼 스크린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1950년대 청소년들은 패션을 표현하기 위해 운동화를 신기 시작했는데, 영화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에서 James Dean의 운동화를 본 후 더 많은 십대들이 따라 신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이미 판매하고 있었던 나이키 코르테즈(Nike Cortez)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 등장하면서 그의 입지가 달라지게 되었고, Vans의 체크 무늬 슬립 온(slip-on)은 ‘Fast Times at Ridgemont High’에서 캐릭터 Sean Penn이 신고 나온 후 인기를 끌게 되었다. ‘더티댄싱Dirty Dancing’의 Jennifer Grey 일명 Baby가 신은 흰색 Keds는 후 폭풍을 몰아치며 그 해 브랜드 매출을 10배나 끌어 올리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하였다.
요즘 ‘뉴트로’라는 말로 이어지고 있는 레트로 열풍은, 지난 시절을 대표했던 영화의 재개봉 혹은 다시 보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 영화는 우리에게 그 시절에 대한 향수도 불러 일으키지만, 그 시대에 유행했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거나 혹은 신세대들에게는 신선하게 어필하여, 특정 시대를 대표했던 운동화에 힘을 실어 주어 다시 컴백하게 해주고 있다.
‘스니커즈’와 대중문화 : 스포츠 스타
Kawamura의 두 번째 물결은, 1984년 Michael Jordan이 Air Jordan이라는 Nike 운동화를 신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스포츠 스타 마케팅과 함께 운동화의 상품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Michael Jordan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Adidas와 계약하기를 원했다고 하지만, 결국 Nike의 Air Jordan는 데뷔하자마자 대중 문화의 전설이 되었고, Michael Jordan과 같은 운동화를 신기를 원하는 대중들의 바람으로 인해, 이것은 가장 탐나는 유명 운동화 중 하나가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애호가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는 모델이 되고 있다.
사실 시그니처 스니커즈를 착용한 최초의 NBA 선수는 PUMA Clyde의 Walt "Clyde" Frazier였다. Frazier는 코트 안팎에서 패션 감각으로 유명했는데, 1970년대 자신이 이 운동화를 착용하기로 결정했을 때 운동화의 모양과 디자인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농구화는 아니지만, 1980년대 댄서들과 함께 컴백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선수들이 착용하고 있다.
‘스니커즈’와 대중문화 : 패션, 그리고,,,
애슬레틱의 상징이었던 운동화는 이제 본래의 기능성을 넘어 상업적이고 패셔너블한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운동화에 대한 개념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직장 등 덜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착용을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여기에 애슬레저 트렌드와 팬데믹은 사람들이 편안함을 더욱 우선시하게 하였고, 운동화의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이러한 운동화의 존재감은 패션에서 Nike, Adidas 또는 Fila와 같은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Louis Vuitton, Balenciaga, Gucci 또는 Prada와 같은 일명 명품(Luxury) 브랜드가 같이 경쟁을 하게 만들었고, 2017년 Balenciaga의 트리플S는 명품 스니커즈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Converse, Vans, Nike, Adidas 등과 같은 스포츠웨어 제품은, 서핑, 힙합, 스케이드 보드와 같은 스트리트 문화에 뿌리를 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에게 있어서, 브랜드 문화의 필수품이 되었다.
이러한 스니커즈의 역사와 패션의 부상은 Supreme을 비롯한 브랜드가 Louis Vuitton과 협력하거나 Anna Wintour/Vogue와 Nike의 협업하는 모양새로 이어졌다. 더 많은 브랜드가 서로 협력하여 과장되고 특별한 스니커즈를 선보이기 때문에 이는 계속해서 다가오는 트렌드가 될 것이며, 런웨이의 스니커즈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제 운동화에 대한 우리의 사랑도, 다양한 패션적 취향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지금까지도 스니커즈는 스포츠 영웅들, 유명인들의 멋진 모습을 따라하고자 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피트니스 애호가들에 의해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이 사랑을 현실적 수치로 표현하자면, 실제로 글로벌 운동화 시장의 규모는 2025년까지 951억 4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여기에 Kawamura가 세 번째 물결로 꼽은 재판매 문화(resell culture)의 성장은,운동화를 수집하고 교환하는 ‘운동화 수집광(sneakerheads)’들의 존재감을 커지게 했으며, 사람들은 희소성이 있는 모델을 갖기 위해 밤새도록 줄을 서는 희생을 기꺼이 지불하게 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운동화 재판매 시장은 2019년 60억 달러였으며, 2030년에는 300억 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처럼 패션에 있어 큰 시장으로 발돋움한 운동화는, 스포츠 브랜드부터 하이 패션 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슬립 드레스와 짝을 이룬 Converse부터 1990년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Christopher Kane과 Maison Margiela의 엄청난 두께의 밑창을 가진 운동화, 그리고 Y2K에 빠진 패션계에 걸 맞는 Loewe의 데님 스니커즈에 이르기까지 운동화의 변신술도 더욱 풍부해지면서 신선함을 무기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기본 화이트 스니커즈까지 다시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매년 트렌드 정보를 제공해주는 매거진들은 컬렉션의 의류 아이템 뿐 아니라 이번 시즌 ‘머스트 해브 운동화5’와 같은 헤드라인으로 운동화 트렌드까지 제공해주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운동화는 문화적 아이콘이라는 위상과 함께 패션스타일을 완성시켜주는 머스트 아이템이 되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글 ㅣ 김은영
<필자 소개>
연세대 의생활학과 졸업하고 이랜드 여성캐쥬얼 브랜드 더데이,2Me 실장을 거쳐 로엠 실장 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다. 2008년부터 이랜드 패션연구소에서 여성복 트렌드 분석과 브랜드 컨셉을 담당하였으며, 여성복 SDO를 역임하였다.
현재 트렌드 분석과 메가 스트림 현상, 복식 이야기를 연구,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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