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 아이템] 힙합(Hip-Hop) 대표템 ‘후디 (Hoodie)’ 이야기

'후드티'라 불리는, 'hoodie(후디)‘ 에 대한 이야기

김은영 전문위원 승인 2022.06.05 16:24 | 최종 수정 2022.07.24 15:39 의견 0

얼마 전 건축 관련 책을 읽다 흥미로운 제목을 발견하였다. 유현준교수의 《어디서 살 것인가》 제 3장 중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이유'가 바로 그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패션 관련 이야기를 만난 점도 그렇지만 공간 전문가스러운 유현준교수의 해석이 꽤나 흥미롭고 설득력 있었다.

[출처]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지음

유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인간은 누구나 공간에 대한 욕구가 있는데 초기 후드티를 입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기 어려운 도시 빈민들이었다. 지붕이 있는 공간을 가지지 못하니 모자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 쓴다. 여기에 손을 좌우로 넓게 흔드는 힙합 춤도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액션이며,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는 가장 저렴한 방식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기간 사랑받고 있는 힙합의 인기에 힘입고,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건강과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패션적으로도 더욱 사랑받고 있는 아이템, 일명 후드티라 불리는, 'hoodie(후디)‘ 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처음, 후드 스웨트셔츠, Hoodie는 어떤 모습으로 시작되었을까?

[출처] A Brief History of the Hoodie/

Iiffleyroad.com

그 시작은 12세기...중세 유럽, 혹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승려들(Monks)은 'cowl'이라 불리는 두건이 달린 튜닉을 입었고, 야외 노동자들은 'chaperon'이라고 알려진 두건이 달린 케이프를 착용하였다. 이 짧은 케이프 또는 'capa'는 노르망디 정복기간 동안인 12세기에 영국으로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적으로 'hood'라는 단어는 'hat'과 같은 어근을 가진 Anglo-Saxon어의 'höd'에서 파생되었다 한다.

그럼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진 건 언제, 어느 브랜드일까?

최초 브랜드에 대해선 1920년의 'Russel Althletics'와 갑론을박 중이지만 대세는 'Champion'이다. 1919년 「Knickerbocker Knitting Company」라는 Knit 회사를 설립한 챔피언은 1930년대 첫 번째 후드 스웨트셔츠를 만들어낸다. 그들은 일반적 티셔츠 소재보다 두꺼운 소재의 봉제 방법을 개발한 후, 스웨트셔츠의 제작을 시작했다. 여기에 주로 외부에서 일하는 야외 노동자들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후드를 추가하게 된 것이 현재 Hoodie 형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출처] champion.com

그 후 챔피언은 운동 훈련 및 체육 수업을 위해 스웨트셔츠를 포함한 스포츠 키트를 US Military Academy에 공급했고, 미국 전역의 대학들과도 파트너 관계를 가지면서 학생들에게 퍼져 나갔으며, 캐주얼 웨어로 진화해 나갔다.

1970년대 이르러 후드 스웨트셔츠는 스포츠를 넘어서 대중 문화와 언더 그라운드 문화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두툼하고 편안하며 단순한 아이템인 후드 스웨트셔츠는 스트리트 댄서들과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에게 완벽한 따뜻함을 안겨주는 아이템이었고, 이는 70년대 후반 미국 뉴욕에서 새로 태어난 힙합의 상징이 되었으며, 패션과도 함께 가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출처] The Evolution of Hip-Hop Fashion: Origins to Now/hespokestyle.com

[출처] The Hoodie Throughout History/by Dalanie Harris/Medium

후드 스웨트셔츠 패션 아이콘이 되다!

여기에 후드 스웨트셔츠를 패션 아이콘 아이템이 되게 해준 사건이 1976년 발생하는데, 바로 5개의 오스카 상을 수상한 최고의 스포츠 영화 '로키(Rocky)'의 상영이었고, 실버스타 스텔론 (Sylvester Stallone)의 회색 후드 스웨트셔츠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 속 달리기 장면의 상징적 아이템이 되며 매스 패션 아이템 행렬에 합류하게 된다.

[출처] Rocky Balboa: The Best of Rocky-

Compilation by Various Artist/Spotify

이처럼 힙합이 후드 스웨트 셔츠에게 문화적 배경을 제공해주었다면, high fashion계의 세계로 이끌어 준 것은 1980년 최초로 catwalk에 소개한 노마 카말리(Norma Kamali) 디자이너이다.

이는 일반적 유행의 전파 방향이 역전된, 즉, 하위 문화(일명 스트리트 문화)가 상위 문화에 영향을 미친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21FW RTW의 Celine을 비롯, 많은 디자이너들이 Mix & Match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 사랑스러운 아이템의 행보를 보면, 그 당시 위험을 감수한 이 선택은 결국 예지력있는 결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1980 Original Norma Kamali
Couture Hoodie Dress From Her/ etsy.com

그러나, 1990년대에 이르러, Hoodie는 자신의 강력한 특징인 후드가 착용한 사람의 얼굴 특징을 숨기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소위 'stick-up-kids'라 불리는 군중 속의 작은 갱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이는 불행하게도 어떤 어두운 그룹이나 갱단에 소속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주류적인 방법이 되었고, 이로 인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아이템 용어로도 사용하게 되는 어두운 과거사도 가지게 된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2005년, Bluewater Shopping Centre에서는 후디를 입은 쇼핑객의 입장을 금지한 일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Hoodie는 다른 어떤 아이코닉한 의류 아이템보다도 강력한 사회적, 문화적 아이디어와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영향력 있는 아이템으로, 등장 이후 지금까지 수 십년 동안 지속적 인기를 누려 왔다. 또한, Mix & Match의 완벽한 스타일링을 위해 명품 브랜드까지 정복하였고, 실용적이면서도 중독성 높은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성장,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Must Item이 되었다.

[출처] 16FW Vetements/ 

The secret history of the hoodie /i-D Magazine

글 ㅣ 김은영

<필자 소개>

연세대 의생활학과 졸업하고 이랜드 여성캐쥬얼 브랜드 더데이,2Me 실장을 거쳐 로엠 실장 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다. 2008년부터 이랜드 패션연구소에서 여성복 트렌드 분석과 브랜드 컨셉을 담당하였으며, 여성복 SDO를 역임하였다.
현재 트렌드 분석과 메가 스트림 현상, 복식 이야기를 연구,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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