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미국의 한 청년이 50달러를 들고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이름은 필 나이트, 당시 오레건 대학교 출신의 육상 러너이자 스탠포드 MBA 졸업생. 그는 졸업 논문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일본의 고급 러닝화가 미국 시장을 점령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질문이, 인생이 되었다. 그는 오니스카 타이거(Onitsuka Tiger) 본사를 찾아가 수입권을 요청했고, 미국 귀국 후 ‘블루리본 스포츠’라는 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그가 진짜로 만든 건 신발 회사가 아니라, 신념의 무대였다.
창업자는 '달리는 CEO', 브랜드는 ‘철학의 연장선’
필 나이트는 전형적인 스타트업 창업자와 거리가 멀다.
그는 비전도, 마케팅 전략도, 심지어 사무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에게 브랜드란 이런 것이었다.
“브랜드는 단지 제품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선언이다.”
그는 회계사로 일하면서 퇴근 후 신발을 팔았고, 차 트렁크에 제품을 싣고 직접 마라톤 대회장을 돌았다. 제품보다 사람을, 사업보다 신념을 먼저 생각했다.
‘신발’이 아니라 ‘신념’을 설계
그가 만든 브랜드가 진짜 나이키로 불리게 된 것은 1971년이다.
그전까지는 일본 브랜드인 오니스카 타이거의 딜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계약이 파기되고 배 신을 당하자, 그는 결단을 내린다.
“우리는 이제 우리 이름으로 달린다.”
이때 브랜드 이름을 정한 것은 직원 제프 존슨, 로고를 만든 것은 대학생 그래픽 디자이너 캐롤린 데이비슨, 첫 제품 설계는 코치 빌 바우어만.
즉, 나이키는 창업자의 이름이 아니라 팀워크로 만든 브랜드였다.
세 번의 파산 위기, 그리고 조직을 지킨 리더십
나이키의 초창기는 파산 위기의 연속이었다. 1차 위기: 오니스카의 단절
2차 위기: 은행 신용 거절 및 자금 압박
3차 위기: 재고 과잉, 세금 조사, 내부 마찰
그러나 필 나이트는 매 순간 회사를 지키기보다, 사람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 퇴사하려는 직원을 붙잡지 않았고,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공유했다. 그는 ‘완벽한 CEO’보다 “함께 뛰는 사람”이 되기를 선택했다.
'Just Do It'은 나이키 브랜드가 걸어온 길의 요약
1988년, 나이키는 정체기에 있었다.
리복이 에어로빅 열풍으로 시장을 점령했고, 나이키는 방향을 다시 잡아야 했다. 그때 광고 대행사 Wieden+Kennedy가 제안한 슬로건은 단 세 단어였다.
"Just Do It."
이 짧은 문장은 필 나이트와 나이키 내부 모두를 멈춰 세웠다. 왜냐하면 그것은 브랜드가 해 온 모든 경영 결정의 요약이었기 때문이다. 무수한 실패, 반복된 시도, 내부 갈등과 자금 부 족… 그 모든 순간에서 나이키가 택한 방식은 단 하나였다. 고민보다 실행. 정답보다 도전.
“Just Do It”은 실제로 그들이 했던 방식이었다
브랜드명도 그랬다.
오니스카와의 계약이 깨지자, 48시간 안에 브랜드명을 만들어야 했던 순간.
제프 존슨이 잠결에 떠올린 “Nike”를, 필 나이트는 충분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하자” 는 판단으로 밀어붙였다.
로고도 그랬다.
대학생 디자이너 캐롤린 데이비슨이 35달러에 그려준 ‘스우시(Swoosh)’도 처음엔 탐탁지 않 았지만, “그냥 가자”는 감각이 결정했다.
제품 개발도 그랬다.
빌 바우어만은 아내의 와플기계에 고무를 부어 새로운 밑창을 만들었다.
완벽한 도면도 없었고, 데이터도 없었지만, “일단 해본 것”이 나이키 최초의 혁신이 되었다.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도 그랬다.
신인이던 조던에게 전례 없는 파격 계약을 제안하며, NBA 규정 위반 벌금을 대신 물어주면서 까지 밀어붙인 실행력.
결과적으로 ‘조던 브랜드’는 수십 조 원의 가치를 갖게 된다.
“Just Do It”은 단지 브랜드를 대표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고 이끌어 온 모든 결정방 식의 요약이었다. 경영 철학이 언어로 표현되었고 그 언어는 곧 소비자와 직원을 동시에 움직 이는 신념이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나이키는 불완전한 시도, 실패를 전제로 한 도전, 실험에 대한 관용을 조직 문 화 깊숙이 유지하고 있다. 사내 프로젝트 제안서에서도, 디자인 회의에서도, 제품 개발실에서 도 나이키 구성원들은 마지막에 이렇게 쓴다.
“We’ll Just Do It.”
[브랜드&피플이 주목한 직업정신]
직업 윤리 : 제품보다 사람, 이익보다 신념을 우선하는 운영 방식
경영 철학 : 고민보다 실행, 완벽보다 도전을 우선하는 ‘Just Do It’ 정신
위기 대응 : 파산 위기에도 조직보다 개인의 신뢰를 우선 보호
브랜드 정의 : 브랜드를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선언’으로 규정
리더십 스타일 : 완벽한 CEO보다 함께 뛰는 팀 플레이어를 자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