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트 아이템] 폴로 셔츠와 세 사람 이야기

‘Polo shirt(폴로 셔츠)’라 불리 우게 된 이야기

김은영 전문위원 승인 2022.06.18 20:28 | 최종 수정 2022.06.18 20:29 의견 0

오늘날 우리가 흔히 ‘polo shirt’라고 부르는 이 클래식한 아이템의 역사에는 세 명의 사람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전설이 된 프랑스 스포츠 스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남성복 브랜드 설립자 가문, 탁월한 안목의 미국 젊은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이 이야기는 전개된다. 과연, ‘폴로 셔츠는 어떻게 탄생했고, 왜 그렇게 불리우게 됐을까?

자, 그럼 “polo shirt’ 탄생과 스포츠 스타와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기로 하자!

현재의 ‘폴로 셔츠’는 그 이름에서 바로 유추할 수 있는 폴로 경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의외로 완전히 다른 스포츠인 테니스 코트에서 시작되었다. 19세기와 20세기 초까지 테니스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긴 팔 흰색 셔츠에 플란넬 바지, 넥타이로 구성된 ‘tennis white(테니스 화이트)’라는 복장을 입었다. 그러나, 이 복장은 플레이 중 동작의 불편함을 가져왔고, 이를 해결하고 싶었던, 7회 그랜드 슬램 우승자인 프랑스 테니스 스타 René Lacoste(르네 라코스테)가 자신만을 위한 셔츠를 디자인한 것이 오늘날 ‘폴로 셔츠’의 시작이다.

<출처> tennis white (1880) / de.wikipedia.org

라코스테가 개발한 셔츠는 가볍고 통기성 좋은 저지 면 piqué(피케)로 만든, 3버튼 플래킷을 가진 흰 색의 반팔 디자인이었다. 반팔은 말아 올린 긴 팔 소매가 경기 중 자꾸 흘러내리는 단점을 보완해주었고, 스탠드분 없이 납작한 one-ply ribbed collar는 세울 수 있어 태양으로부터 목 피부를 보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앞보다 뒷 길이가 더 긴 ‘shirt-tail’은 셔츠가 바지에서 빠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출처> chemises Lacoste (1933) / pinterest

과연 이것이 운동 선수의 디자인인가 싶을 정도로 뛰어난 실용성을 겸비한 이 셔츠를 라코스테는 1926년 US Open Championship에 최초로 입고 출전했으며, 1927년에는 왼쪽 가슴에 자신의 닉네임인 악어 자수까지 수놓아 착용했다. 자신의 셔츠를 입고 출전한 메이저 대회인 US Open Championship 단식에서 연달아 우승까지 거머쥐며, 라코스테의 셔츠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라코스테의 상징으로 각인되었다.

1933년 프로 테니스에서 은퇴한 라코스테는 프랑스 니트웨어 제조업체의 선두 회사인 André Gillier와 함께 ‘La Chemise Lacoste’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악어 로고가 수놓인 자신의 테니스용 폴로 셔츠를 대량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Lacoste’로 알려진 이 브랜드는 제품 외부에 브랜드 엠블럼이 있는 의류를 생산한 최초의 브랜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라코스테의 테니스 셔츠를 우리는 왜 ‘폴로 셔츠’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B.C. 600년경 페르시아에 뿌리를 둔 폴로 경기는 인도 식민지 시대 Manipur(마니푸르)에 주둔했던 영국군의 눈에 띄여 1871년 영국으로 수입되었다. 그 후 왕족과 상류층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으며, 그 당시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랬듯 에티켓에 신경 쓰는 종목 중 하나가 되었고, 이에 선수들은 jodhpur(승마) 바지, 드레스 셔츠와 유사한 긴 팔 면 셔츠에 재킷까지 착용해야 했다. 이 복장 역시 ‘tennis white’와 같은 불편함을 야기했고, 경기 중 바람에 셔츠 깃이 얼굴에 펄럭이는 것까지 방지하기 위해 선수들은 핀이나 단추로 깃을 고정해서 착용해야만 했다.

때마침 영국을 방문한 Brooks Brothers 회사의 John E. Brooks는 폴로 선수들의 이 아이디어를 보고 미국으로 돌아와 1896년 드레스 셔츠에 버튼다운 칼라를 적용한 'The Original Button-Down Polo Shirt’라는 이름으로 최초의 대량 버튼다운 셔츠를 생산 판매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현대 셔츠에서 너무나 익숙한 버튼다운 collar의 탄생이다. 하지만, Brooks Brothers의 버튼다운 옥스포드 면 셔츠 역시 원래 폴로 유니폼의 고질적인 불편함을 해결하지 못하였다.

<출처> The Original Polo Shirt’ by Brooks Brothers / Heddels.com

이에 선수들은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더 활동성을 가진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1930년대에 클래식하지만 편의성을 겸비한 라코스테의 테니스 셔츠를 선택하게 된다. 폴로 선수들이 기존 폴로 셔츠 대신 경기에 라코스테 셔츠를 착용하게 되면서 폴로의 상징이 되었으며, 따라서 ‘폴로 셔츠’라는 이름이 라코스테 테니스 셔츠의 보편적인 용어가 되어 버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1950년대까지 ‘tennis white’가 여전히 일반적인 테니스 셔츠라고 생각한 테니스 선수들은 실제로 폴로보다 자신들이 먼저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조차 라코스테의 셔츠를 ‘폴로 셔츠’라고 불렀다는 점이다.

이제 마지막 사람, ‘폴로’라는 이름을 너무나 익숙하게 해준 미국의 젊은 디자이너는 ‘폴로 셔츠’와 어떤 관련이 있었던 걸까?

1960년대 말, 기술의 발전은 합성 소재를 대중화 시켰고, 라코스테의 면 셔츠를 폴리에스터로 대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1967년 ‘Polo Ralph Lauren(폴로 랄프 로렌)’이라는 의류 브랜드를 런칭한 Ralph Lauren(랄프 로렌)은 예전 면 소재인 라코스테 셔츠의 낡아져가는 과정을 그리워했다.

한 인터뷰에서 “나는 입는 것을 좋아한다”며 말문을 연 랄프 로렌은 “저는 구멍과 눈물로 가득 찬 오래된 체크 무늬와 데님 셔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패치되고 수선되고 무너지고 있지만, 나는 그것들을 버리지 않습니다. 입을 때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요…”고 말했다. 마침내 그는 1972년 “It gets better with age 시간이 지날수록 더 멋져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자신의 생각대로 아이코닉한 면 피케 ‘폴로 셔츠’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다.

<출처> Ralph Lauren 홈 페이지

폴리에스터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랄프 로렌이 고집한 전형적인 면 피케 소재의 ‘폴로 셔츠’는 다른 모든 셔츠를 압도하며 인기를 모았다. 로렌만의 풍부한 무지개 color palette와 왕의 스포츠와 밀접하게 일치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 ‘Polo Pony(경기하는 폴로 선수)’가 새겨진 로렌의 ‘폴로 셔츠’는 미국의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게 되었으며, 국제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따라서, 로렌의 ‘폴로 셔츠’가 단순히 ‘폴로 셔츠’의 대명사처럼 불리워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거의 5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Polo Ralph Lauren’의 가장 인기 있는 제품으로 남아 있으며, 이제 라코스테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폴로 셔츠 중 하나가 되었다.

랄프 로렌이 ‘폴로 셔츠’에 스포츠뿐 아니라 어떠한 특정 층의 라이프스타일(일명 American Lifestyle)이라는 이야기를 불어 넣어 준 것처럼 1926년 탄생한 폴로 셔츠는 지난 시간 내내 계속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랑을 받으며,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왔다.

폴로 셔츠의 인기는 스포츠 경기장에서 1960년대 스트리트로 확산되면서 Fred Perry의 폴로를 사랑하던 런던의 Mods로부터, 미국의 대학 스포츠 재킷 안에 라코스테 셔츠를 입던 아이비리그 선수들, 80년대의 preppy look(프레피 룩), 그리고 미국 동부 해안에 이르기까지 스타일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아이템이 되었다.

심지어 60년대 후반 John F Kennedy 미국 대통령의 여가 시간 일상복으로도 사랑 받았던 폴로 셔츠는 90년대가 되면서 Kanye West와 같이 인기 있는 랩과 힙합 아티스트들의 뮤직 비디오와 일상 생활에서의 폴로 셔츠 착용 컷이 노출되면서 힙합 문화의 또 하나의 필수품 마저 돼버렸다.

<출처> Lacoste Spring/Summer 2019 / vogue.com


이제 ‘폴로 셔츠’가 패션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클래식 아이템 중 하나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폴로 셔츠는 비록 테니스를 통해 스포츠웨어로 출발했지만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으로 진화하면서, 스트리트웨어와도, 포멀웨어와도 조화로운 매치를 보여준다. 스트리트한 조거 팬츠와 함께, 클래식한 치노 팬츠와 함께, 해변의 비치 쇼츠와 함께, 훌륭한 스타일링을 만들어내며 나이불문 가장 인기 있는 아이콘 아이템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하게 된 것이다.

글 ㅣ 김은영

<필자 소개>

연세대 의생활학과 졸업하고 이랜드 여성캐쥬얼 브랜드 더데이,2Me 실장을 거쳐 로엠 실장 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다. 2008년부터 이랜드 패션연구소에서 여성복 트렌드 분석과 브랜드 컨셉을 담당하였으며, 여성복 SDO를 역임하였다.
현재 트렌드 분석과 메가 스트림 현상, 복식 이야기를 연구,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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