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은 아직도 영하를 가리키고 있고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마음은 긴긴 겨울 입고 있는 두터운 파카와 코트는 벗어 던지고 화사한 봄으로 갈아입고 싶다.

​간절기를 버텨주는 아우터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트렌치 코트를 시작으로 바이커 재킷을 비롯한 가죽 재킷, 보머 재킷, 바버 재킷, 트렌드 소재로 부상한 스웨이드 재킷, 워크 재킷, 바서티 재킷...이 중에서 아마 봄바람처럼 가장 가벼울 아우터, 윈드브레이커(windbreaker)에 대해서 오늘 이야기해보려 한다.

애슬레틱 트렌드는 팬데믹 이후 계속 우리 일상에서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25ss RTW에서 유명 디자이너들이 애슬레틱 아이템을 개성 있게 현실성 있게 매치함으로 그 인기는 더욱 상승할 것 같다. 애슬레틱 시크라는 트렌드로 표현되는, 사실 애슬레틱 아이템을 어떻게 전혀 다른 컨셉과 믹스매치 할 것인가가 관건인, 걸리쉬와 매치한 Mui Mui부터 셔츠, 미니 스커트와 단정하게 매치한 Prada, 블레이저 안에 혹은 화이트 와이드 슬랙스처럼 클래식한 아이템과 매치한 Rabanne과 The Row에 이르기까지, 2025년 올 봄 가장 활용도가 매력도가 넘칠 아이템은 바로 오늘 얘기할 윈드브레이커이다.

<출처> 25ss RTW 좌로부터 1. Mui Mui, 2. Mui Mui, 3. Prada, 4. Rabanne, 5. The Row

윈드브레이커(또는 윈드치터windcheater*라고도 불리는)는 그 단어가 말해주는 그대로 바람의 차가움과 가벼운 비를 견디도록 설계된 아우터 웨어이다. 기후가 급변하고 하루의 날씨조차 예상하기 힘든 요즘 얇고 가벼운 합성 소재로 만들어진 이 아우터는 가방에서 쓱 꺼내 툭 걸치기에 딱인 요즘 기후 트렌드에 안성맞춤인 아이템이다.​

윈드브레이커의 유래와 시작

클래식 윈드브레이커 재킷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은 실제로 1960,70년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유래라는 시각으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재킷은 500년 넘게 환경에 맞게 사회적 요구에 맞게 적응해왔다. 이 재킷의 유래는 가혹한 기후, 북극이라는 환경 속에서 이누이트(Inuit)족이 처음으로 만든 파카(Inuit parka)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실제로 아노락anorak이라는 단어는 이누이트 단어 annoraaq의 덴마크어 해석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이누이트 파카는 전통적으로 두 개의 동물 가죽(물개 또는 순록)을 서로 엮어서 만들어졌으며 각각의 피부 쪽은 바깥쪽으로 향하고 털이 안쪽으로 향하도록 만든 후 물개 지방으로 방수 처리하였다. 이러한 디자인은 바깥쪽은 비바람에도 잘 견디고 재킷 내부는 따뜻한 공기를 가두어 보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게 단열과 방수의 기능을 가진 재킷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서부 극지 탐험대에 채택되어 개조되었으며. 그들의 수정된 버전이 20세기 스포츠 시장으로 진출되어 겨울에는 점차 일반 야외용으로 채택되었다.

'윈드브레이커(windbreaker)'라는 용어는 시카고의 John Rissman 회사에서 개버딘 재킷에 처음 사용했다. 그는 이 혁신적인 개념을 미국과 영연방 국가 전체에 대중화하였다. 이는 윈드브레이커가 생존의 필수품에서 일상 옷장의 아이템으로 바뀌는 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개버딘 소재의 빈티지 재킷은 Windbreaker 라벨로 John Rissman & Son이 1940년대 시카고에서 제작했다. 카키색 울 개버딘 소재로 만들어진 이 재킷은 주름진 뒷면과 핸드워머 포켓이 특징인 디자인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윈드브레이커는 혁명적인 전환을 맞이하는데 더 가볍고 기능적인 아우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조업체들은 동물 가죽에 의존하는 대신 합성 섬유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나일론과 기타 인조섬유 직물이 동물 가죽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나일론은 윈드브레이커를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편안하게 만드는 가볍고 통기성이 뛰어난 품질을 제공해주었다. 놀라운 속도의 방수 소재 개발이 진행되면서 비바람에 견디는 소재가 이 재킷의 표준이 되었고, 소재의 변화로 인해 기능성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향상된 이전보다 훨씬 더 가볍고 부피가 작아진 아우터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A Rissman company ad for windbreaker jacket(1942), wikipedia.org / 1940s John Rissman gabardine windbreaker jacket, vintagehaberdashers.com

현대적 스타일에 가까운 윈드브레이커는 1965년에 설립된 Sierra Design이라는 회사에서 발명되었다. 이 가벼운 재킷은 바람의 차가움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통기성이 뛰어나 산에서 매우 격렬한 활동에도 쾌적하게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오리지널 윈드브레이커는 나일론으로 제작되었으며 지퍼가 달린 전면과 체온 유지에 핵심적인 신축성 있는 허리밴드와 커프스가 특징이다.

패션 아이템이 된 윈드브레이커

바람을 차단하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유지하도록 설계된 윈드브레이커는 얇고 가벼운 디자인으로 인해 속도를 늦추지 않는 의류가 필요한 운동선수들이 주로 사용하였다. 포장하기 쉬웠고 날씨 변화에 완벽한 윈드브레이커는 스포츠가 전문화되면서 통기성 기능, 수분 흡수 기능, 방수 기능 등이 추가되면서 더욱 편안하면서 기능적으로 향상되었다.

이처럼 아이템이 가진 실용성과 다용도성으로 인해 운동선수들과 아웃도어 애호가들이 자주 착용하던 윈드브레이커는 1970년대 들어 새로운 스포츠웨어 트렌드가 생겨나고 기능적이면서 더 가볍고 패셔너블한 재킷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면서 밝은 색상과 대담한 디자인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이에 캐주얼 의류와 운동복 모두에서 빠르게 필수품이 되었고, 캐주얼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옷차림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며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인기 있는 패션 아이템이 되어 갔다.

특히 윈드브레이커는 남성 패션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1970년대 스포츠웨어의 부상은 축구와 미식축구 등 관중 스포츠의 붐과 동시에 일어났다. 추운 날씨에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멋진 보호 기능을 원했고,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윈드브레이커 버전을 제공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21세기 초에는 거의 모든 스포츠 웨어 및 캐주얼 웨어 회사의 컬렉션에 윈드브레이커 버전이 포함되게 되고, 이에 윈드브레이커는 대부분의 젊은 남성 옷장에서 비옷과 오버코트를 점점 대신하게 되었다.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윈드브레이커는 일상 패션에 스며들어 다양한 서브 컬처와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스케이드 보드를 타거나 콘서트에 참석하거나 스타일과 실용성이 자연스럽게 혼합되어 착용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윈드브레이커가 어떻게 원래 생존 의복으로써의 목적을 뛰어넘어 현대 패션에 필수적인 아이템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힙합계의 힙한 아이템이 된 윈드브레이커

힙합 문화에서 패션은 항상 대담한 표현을 수용해왔으며, 1990년대 윈드브레이커는 힙합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래퍼와 힙합 아티스트는 오버사이즈의 밝은 색상 윈드브레이커를 헐렁한 청바지, 운동화와 함께 착용하면서 그들의 정체성과 문화를 표현하는 그 시대의 대명사가 되는 시그니처 스타일로 채택하였다. 그들의 생동감 넘치는 색상과 독특한 혹은 대범한 디자인은 스트리트 웨어의 트렌드와 병행하여 젊은이들에게 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이처럼 오버사이즈의 윈드브레이커는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스타일과 기능성의 독특한 조화를 대표하며 빠르게 힙합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출처> adidas windbreaker & Run DMC, myblackclothing.com

힙합에서 윈드브레이커의 인기는 캐주얼하고 기능적인 패션을 향한 더 넓은 트렌드의 일부였다. Run-D.M.C와 같은 아티스트 그리고 LL Cool J는 윈드브레이커를 스트리트 웨어의 필수 아이템으로 끌어올리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다. 이러한 현상은 윈드브레이커가 문화적 아이콘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가지게 해주었으며, 단순한 실용성을 넘어 자기 표현과 정체성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대담한 색상과 독특한 디자인의 윈드브레이커는 힙합 문화의 본질을 포착하여 패션이 문화를 표현하는 능력이 풍부하고 그러면서 실용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스트리트 문화에서 재 탄생한 윈드브레이커는 계속해서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와 패션 애호가들에게 여전히 영감을 주고 있고, 2025년 또 한번 재해석 되어지고 있다.

​윈드브레이커는 추운 날씨에도 따뜻함을 유지해주는 탁월한 능력으로 다재다능하고 패셔너블한 재킷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일반 재킷이나 코트에 원할 때 제거할 수 있는 탈부착 가능한 안감으로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고, 추운 계절에 레이어링 전략의 일부로도, 안전을 위해 사용되는 밝은 색상의 반사 의류로 예상치 못할 날씨에 직면할 가능성이 많은 러너가 착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윈드브레이커는 개인 스타일과 요구사항에 맞는, 하이킹을 하든, 달리든, 일상 생활을 하든 보호와 편안함, 혁신과 실용성의 완벽한 조화를 구현한다.

​이처럼 필수 아우터가 가져야 할 탁월한 기능성을 가진 윈드브레이커는 현대적인 트렌드 스타일과 완벽하게 결합하여 이 재킷이 제공하는 실용적인 이점을 즐기면서도 개인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가벼운 착용감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패셔너블하게 매치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아우터인 것이다.​

이번 주중 기온이 올라갈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다. 아직 기나긴 겨울이 완전히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2025년 새롭게 나만의 스타일로 표현할 윈드브레이커와 함께 봄을 기다려 본다.

​* '윈드치터(windcheater)'라는 용어는 윈드브레이커라는 용어보다 더 먼저 사용되었으며 원래는 현대적인 지퍼가 달린 윈드브레이커보다 풀오버 아노락(anorak)에 더 가까운 일종의 의류를 설명하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글 ㅣ 김은영

<필자 소개>

연세대 의생활학과 졸업하고 이랜드 여성캐쥬얼 브랜드 더데이,2Me 실장을 거쳐 로엠 실장 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다. 2008년부터 이랜드 패션연구소에서 여성복 트렌드 분석과 브랜드 컨셉을 담당하였으며, 여성복 SDO를 역임하였다.
현재 트렌드 분석과 메가 스트림 현상, 복식 이야기를 연구,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