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리아힐은 이름 그대로 동백정원이다
제주도 남쪽에서 조금 서쪽으로 치우친 해발 250미터 정도의 중산간지역 맹지를 40여년 동안 가꾸어 만든 수목원이다.
언제부터인가 제주도가 여름에는 수국, 겨울에는 동백으로 핫스팟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동백은 몇몇 곳이 이미 SNS상에서 유명세를 보이고 있고 그중 카멜리아힐, 동백포레스트, 위미동백군락지는 규모 면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다만, 가드너로서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동백 핫스팟이 애기동백(사상까(sasanqua)-일본품종)만으로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애기동백도 붉은색, 분홍색, 흰색 등 여러 가지 색상이 있지만 모든 곳이 붉은 애기동백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관광이 사진찍기 좋은 곳, 사진에 남길만한 곳, 나의 인생샷을 만들 수 있는 곳 등 이런 곳들을 좋아하고 찾아다니는게 트랜드가 되어버린 이유라고 본다.
그러다 보니 동백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게 되서 아쉬울 뿐이다.
동백은 크게 세가지 품종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가 자포니카종(C. japonica)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붉은색의 꽃봉오리를 가지고 있는 그 토종동백. 동네 어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동백나무, 동백섬, 동백아가씨에 등장하는 그 동백꽃이 이 자포니카종이다. 개화시기는 10월말부터 4월초까지로 여러 품종들이 다양하게 꽃을 피운다.
두 번째는 사상까종(C.sasanqua)이다. 애기동백이라고 불리고 있고 11월에서 1월까지가 개화시기이다. 이 품종의 특징은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며 바닥을 꽃잎 색깔로 물들이는 것이다. 특히 붉은 애기동백은 바닥을 붉게 물들여 마치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듯 하기에 사람들이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사진 배경으로는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
세 번째는 레티큐라타종(C.reticurata)이다.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며 꽃이 크고 화려한게 특징이다. 당동백(唐冬柏)이라고 불리운다.
이 세가지 품종중에 특히 자포니카종과 레티큐라타종은 17세기경부터 일본, 중국, 유럽, 미국을 거치며 교배를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품종들이 계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서는 영국 식물탐험가 Forrest가 중국 원난성에서 샤류이넨시스종(C.saluenensis)을 수입하여 기존 동백품종들과 교배시키며 제2의 동백 붐을 일으켰고, 교배중에 새로운 생장눈이 우연하게 생기거나 야생종의 돌연변이종까지 등장하며 지금은 약 35,000여종 이상의 품종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쯤 되면 독자분들은 입이 쩍 벌어질 것이다. 동백 품종이 이렇게나 많다고!
그럼 어디를 가야 그 많은 동백꽃을 볼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1980년 초엽에 들어서야 동백품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당시 국제식물원 원장이신 김운초 원장님이 미국 뉴지오 양묘장에서 묘종을 들여왔고 일본에서도 개량된 몇종류의 일본동백을 들여오면서부터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오픈 공간에 입장객들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동백꽃이 비치되어 있는 곳은 그나마 카멜리아힐이 유일하다.
제주 카멜리아힐은 40여년 전부터 동백에 관심이 많으셨던 창립자께서 국내와 일본 등 해외를 오가며 지속적으로 동백 묘종을 들여왔고 그 동백들은 카멜리아힐 여러 곳에 식재되어 지금까지 잘 자라주고 있다.
카멜리아힐 입구를 들어서면 토종동백 고목을 바로 만날 수 있다. 수형을 보면 족히 100년은 넘어선 고목(古木)이다. 입구를 지나면 유럽동백숲 코스를 만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유럽동백 지역과 아태동백 지역이 있고 100여종 이상의 동백꽃을 볼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카멜리아힐이 자랑할 만한 곳이다. 이곳 동백들은 12월부터 3월까지 개화시기가 다양하여 한 번에 전체 품종의 동백꽃을 볼 수가 없기에 한번 방문하는 관람객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제주의 핫스팟이 되어 있는 애기동백들을 볼 수 있다. 이곳도 11월에서 1월이 개화시기이고 제주의 강한 찬바람에 꽃잎들이 쉽게 떨어지고 다시 개화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항상 최상의 꽃 상태를 볼 수 없다는 것 또한 관람객에게는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카멜리아힐의 히든카드가 있다. 바로 하우스에서 화분 상태로 관리되고 있는 600여종의 동백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10월부터 4월초까지 긴 기간 동안 다양하게 피어나는 동백꽃들을 두 곳의 온실과 동백전시관에 비치하여 꽃을 보기 힘든 겨울 시즌에 최고의 다양한 동백꽃을 만날 수가 있다. 카멜리아힐을 방문한 분들 대부분은 이렇게 다양한 동백꽃들을 볼 수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디서 이렇게 다양한 동백꽃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단 말인가.
카멜리아힐만의 특별함을 보여주기 위해 가드너들은 일년 열두달 정성을 쏟아붓는다.
동백에 필요한 물주기, 일조량, 비료, 방제 등 맞춤형 관리가 필수이다.
외부에 식재되어있는 동백나무는 년간 1회 비료(생장이 시작되기 전 이른봄), 2회 방제(장마 시작 전,후)를 진행한다. 화분에 식재되어있는 동백은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동백은 뿌리가 낮게 뻗어나가는 천근성 식물이다.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자주 물주기가 필요하다. 반면 배수가 잘 되는 흙을 사용하여 물이 오래 머무르지는 않도록 해야 뿌리가 건강하다.
일조량에 대해서는 동백은 반양지를 좋아한다. 단, 애기동백은 햇볕이 많이 드는 곳을 좋아한다. 동백화분이 있는 하우스는 지붕에 차광막을 설치하여 적절한 일조량을 만들어주고 있다.
비료와 방제부분은 상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비료는 추비형 고형비료와 엽면시비용 영양제를 필요시기에 맞춰 적절히 주는 편이다. 특히 식물에 필요한 미량원소는 엽면시비를 통해 공급해줘야 한다.
방제는 동백충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외부식재 동백나무는 반드시 장마 전,후로 방제작업을 해줘야 동백충을 막을 수 있다. 하우스 안에서는 진딧물, 총채벌레, 응애, 나방류 등 필요한 살충제와 살균제를 적기에 방제해줘야 한다. 이런 관리가 이루어져야만 건강한 잎과 꽃을 볼 수가 있다.
그 이외에 겨울이 시작되면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바로 동백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제거작업이다. 겨우살이를 방치하면 동백나무는 고사하게 된다. 외부에 식재되어있는 동백나무는 하나하나 발견되는 겨우살이는 모두 제거하고 있다. 이 겨우살이는 효능이 좋아 별도 처리후에 카멜리아힐에서 동백차로 판매하고 있다. 겨우살이의 효능을 알고 계신 분들이 의외로 많다. 동백나무에는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게는 좋은 이중성을 갖고 있는게 겨우살이이다.
또한 낙화 후 생긴 동백열매에서 수확하는 동백씨도 별도의 처리과정을 거친 후 동백오일을 만들어 낸다. 카멜리아힐에서 판매하고 있는 많은 상품에 이 동백오일이 사용되고 있다.
동백은 카멜리아힐의 대표 수종이기에 가드너들의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수고스러움을 달래본다.
저작권자 ⓒ 머스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