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너의 길' 칼럼은 카멜리아힐 양 혁 가드너(gardener)가 정원,꽃밭,화분 등을 가꾸는 방법과 전경을 독자에게 전합니다. 카멜리아힐은 1979년에 개장한 200,000m² 규모의 수목원으로 수많은 동백과 다양한 식물 종을 볼 수 있습니다. 첫 칼럼은 카멜리아힐 가드너의 하루를 소개해 봅니다.
아침 5시 2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어제 야외작업을 많이 했더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아침 일찍부터 해야 할 일들이 많기에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
회사에 도착하니 아침 6시 35분.
벌써 나와서 하루 일과를 준비하는 동료들이 인사를 한다
"오늘도 좋은하루~ 화이팅!" 힘든 하루를 시작할 동료들에게 아침인사를 하며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가볍게 아침체조를 마치고 어제 미리 계획했던 업무내용과 순서, 각자 업무에 대해 재확인하고 아침일과를 시작한다
겨울이라 아침 7시는 어둡다. 잠시나마 실내에서 난로가 주는 따뜻함에 몸을 녹인 후 먼동이 터오는 푸르스름한 기운에 각자의 위치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의 아침은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다. 개장 전에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다 해 놔야 한다. 물주기, 화분 이동, 쓰레기 등 정리, 관람로 보수 등등.
관람객이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서둘러서 개장 전 업무들을 진행한다. 지금은 겨울이라 필요한 곳에만 물주기를 하고 있지만 봄,여름 시즌에는 물주기와의 전쟁이다
이곳은 6만평의 정원이다. 꽃이 심어져 있는 화단, 시즌마다 전시되는 화분들, 이끼로 덮혀있는 자연돌담, 목마른 나무들 등등 모두가 건강하고 푸르른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게 하나하나, 곳곳을 빠짐없이 물주기를 한다
자동급수시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뱀처럼 긴 호스를 끌고 다니며 직접 물을 주며 식물들과 대화하고 함께 느낀다. 직접 물을 주는게 좋은 점은 식물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한 조치를 바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전 8시 30분 관람객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마음이 점점 급해진다. 아직 물 줄 곳이 남아있다.
최대한 관람객들의 이동 및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서 호스를 당기며 물을 준다. 그리고 전화기를 꺼낸다. 아직 온실 오픈 준비를 하고 있을 담당자와 곳곳에 개화된 화분들을 옮기고 있을 담당자에게 관람객의 입장을 알려주며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 하도록 조치한다.
카멜리아힐에는 두 개의 온실이 있다. 온실은 여성 가드너들이 맡아서 관리를 한다
물주기, 시든 꽃 정리, 화분 정리, 바닥 쓸기, 바닥 물기 닦기, 화단 초화 식재 등등 손이 가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최고의 모습과 최상의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침을 분주히 움직인다.
오전 9시 30분.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하루 중 가장 바쁜 아침 시간을 보내고 맞이하는 휴식시간이다.
따뜻한 커피와 가벼운 주전부리로 허기진 속을 채우며 숨고르기를 한다. 짧은 휴식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통해 서로 공유해야 할 업무사항과 이후의 업무스케줄에 대해 확인하며 정리한다.
어찌보면 하루 일과중 가장 중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침 업무중에 발견된 문제점이나 조치가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바로바로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최상의 환경을 유지하게 만드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꿀맛 같던 휴식시간을 뒤로하고 이제부터는 식물들을 관리하고 있는 하우스 및 텃밭을 돌아봐야 하는 시간이다. 이곳에 있는 초화들과 화분들이 있기에 일년 열두달을 항상 아름다운 카멜리아힐로 보여줄 수 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물주기를 하면서 식물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병충해 방제작업이 필요한지, 비료를 줄 시기가 되었는지, 하엽 등 전정을 해줘야 할 것들이 있는지, 개화상태를 보며 관람로나 온실로 이동해야 할 것들이 있는지 등등 필요한 사항들은 공유하며 다음 작업업무에 반영시켜 준비한다
가드닝 작업은 최소 3개월에서 1년을 내다보며 일을 진행한다.
주요업무는 년간, 월간 플랜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주간 업무플랜이 수립되고 사전 계획된 업무와 수시 반영되는 업무들로 일일업무플랜을 수립하여 하루의 일과는 한가할 틈이 없다. 그러다보니 점심은 꿀맛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조경파트는 새로운 관람공간을 조성하느라 분주하다. 제주의 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외부작업이 한창이다. 항상 변화해야하고 새로움이 보여져야 한다는게 창업주의 정신이다. 그것이 지금의 유명세를 유지하고 이어가는 힘이다.
오후에 가드너들은 가을정원으로 향한다. 3년전부터 조성된 이곳은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리뉴얼작업을 거치며 60종 이상의 그라스류와 초화류가 식재되어 있는 정원이다.
올해도 멋진 정원을 보여주기 위해 전정 등 초화류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보다 새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몇 번의 리뉴얼 회의를 거쳐 마무리 단계가 진행 중이며 곧 삽질이 시작될 예정이다.
하우스에서도 작업은 분주하다. 3월에 철쭉, 수국, 튤립 등 꽃을 보여주기 위해 하우스 안으로 하나둘씩 입고작업이 진행 중이다. 다른 일반적인 곳보다 빨리 만들고 보여줘야 한다는 창업주의 정신이 반영된 작업들이다.
3월의 카멜리아힐은 사계절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동백, 튤립, 철쭉, 수국! 이 네가지 종류의 꽃들이 온실 안에서 동시에 보여진다. 환상적인 콜라보가 아닐 수 없다.
어느덧 시계는 3시 30분을 가리킨다. 오후 휴식시간이다
가드너의 시계는 참 빠른 듯 하다. 휴식시간 동안 오늘의 일과를 점검하고 마무리 준비를 얘기한다. 그날그날 마무리 되는 업무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업무들도 많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 장갑을 벗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정리하지만 잠시 집에 다녀온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이다.
‘정원가의 열두달(카렐차페크, Karel Capek)’이란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맞장구 치게 되는 부분이 수도 없이 나온다. 일년 열두달, 365일 가드너들에게 한가한 시간은 없다.
하지만 평생 꽃을 가꾸고 흙을 만지며 나무를 심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도 매력적이고 감성적인 일이다. 바쁘고 이성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한평 짜리 텃밭을 가꾸어보거나 베란다에 식물 화분을 들여놓는 것을 해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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