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변화 분석 모델의 하나로 PEST가 있다. P는 Political, E는 Economical, S는 Social, T는 Technological을 의미한다.
Political은 정치 또는 법률 분야 환경변화를 말한다. 선거와 같은 정치적 이슈, 부동산 세제변화와 같은 정책적 이슈가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국제사회 변화도 포함한다.
Economical는 경제 분야 환경변화를 말한다. 금리, 환율, 물가 등 경제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의 변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Social은 사회문화 분야 환경변화를 말한다. 저출산과 같은 인구통계적 이슈, 기후변화 등과 같은 환경 이슈, ESG와 같은 사회구조 이슈 등이 있다.
마지막 Technological은 기술 분야 환경변화를 말한다. 변화속도가 가장 빠른 만큼 주도적,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분야로서, 5G,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신기술로 인한 외부환경 변화를 말한다.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속도로 데이터와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을 누리고 있다. 동시에 인간의 속도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우리는 늘 불확실성의 공포를 느끼며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를 미리 알고자 노력한다. 그 변화의 키워드를 우리는 트렌드(Trend)라고 부른다.
트렌드(Trend) : 생각,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
필자는 일 년에 서너 번 정도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제안을 받는다. 직장에 다니면서 강의자료를 만드는 것도, 귀한 휴가를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굳어가는 머리에 다시 끓는 피가 도는 것 같은 쾌감이 있다. 그래서 강의제안을 받으면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모 대학에서 트렌드를 주제로 강의제안을 받았다. 한참 트렌드를 주제로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트렌드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렌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학생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트렌드를 빨리 캐치(Catch)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비록 온라인 수업이었지만 학생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방법인 텔레비전부터 YouTube, Internet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여러분의 의견 모두가 맞습니다. 트렌드는 한 시대를, 한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진 생각, 행동의 방향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서로의 의견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생각의 방향이 같기 때문에 모든 의견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의견에 또 하나의 의견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방법입니다. 저는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매주 한 두 번 서점을 들립니다. 서점에 어떤 책들이 많이 나왔는가를 보면 그 시점에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점에는 암호화폐로 돈을 버는 법과 같은 책이 많아졌습니다. 또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부동산 관련 책들이 많아졌습니다. 서점에 어떤 책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가를 보면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역사에 대한 관심을...
그러나 우리가 착각하는 것이 있다. 마치 트렌드는 미래라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몇 년 전부터 익숙해진 워라벨(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새로운 변화가 아니다. 이미 1970년대부터 영국에서 등장한 것이다. 주객전도를 의미하는 왝더독(Wag The Dog) 역시 선물-현물 투자시장이나, 마케팅 분야에서는 일반적인 용어이다. 그런데 마치 새롭게 등장했고, 새로운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트렌드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
트렌드가 생각과 행동에 대한 방향이라면 그 방향에는 시작점이 있다. 그 시작점을 우리는 역사(歷史)라고 부른다. 과거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기술의 흐름을 알 수 있다면 다음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트렌드와 역사와의 관계를 보며 다시 한 번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이 태동한 영국에서 1826년 세계 최초로 자동차가 등장했다. 그러나 자동차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은 마부들의 항의에 영국의회는 1865년 적기 조례를 선포했다, 적기 조례에 따르면 자동차를 운행하려면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자동차의 약 50미터 앞에서 붉은 깃발을 흔들며 자동차가 온다는 사실을 행인들에게 알려야 하며, 마차가 지나가면 자동차는 마차에게 길을 양보해야 한다.
적기 조례로 인하여 자동차 산업이 성정하지 못하자 영국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은 대륙으로 건너갔고 자동차의 헤게모니는 결국 독일이 차지하게 된다.
적기 조례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방향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같은 상황에 처할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해 온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글 | 정천(靜天)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5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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