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하나, 현충일은 왜 6월 25일이 아닌 6월 6일일까?
6월은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이다. 호국보훈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쓴 사람들의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 된 것은 한국전쟁(6.25전쟁) 때문이다.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일어난 한국전쟁은 우리에게 동족상잔의 비극이자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왜 현충일(顯忠日)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6월 25일이 아닌 6월 6일일까?
정설에 따르면 현충일을 24절기 중 하나인 망종(亡種)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망종은 벼, 보리 등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한다. 씨앗을 뿌린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에, 1956년 전후 복구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에서 망종인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생각 둘, 왜 우리는 그들을 잊고 살아가는 것일까?
돌아가신 필자의 외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고 한다.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는 손바닥 한 가운데 동그란 구멍이 뚫렸던 상처를 보여주시며 총알이 뚫은 상처라고 하셨다. 전쟁에 대한 잔혹함, 두려움을 알리 없던 어린 필자는 그 상처를 보고 마냥 신기해 했던 기억이 있다.
<북한 30년사 (현대경제일보사, 1985)>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는 약 14만명이라고 한다. 2010년 개봉한 <포화 속으로(이재한 감독)>에 등장한 학도병과 의용군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전사자는 엄청났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잊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민간인 사망자들이다.
<북한 30년사 (현대경제일보사, 1985)>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는 약 14만명이라고한다. 그런데 민간인 사망자는 약 24만명이라고 한다. 필자는 전쟁터에서 희생하신 군인, 학도병, 의용군의 희생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일년에 딱 한 번 현충일 아침 순국선열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바로 그 순간 잠시만이라도 억울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 민간인 사망자를 생각하자는 것이다.
생각 셋,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추모하며…
홀로코스트(Holocaust)
그리스어 holókauston에서 유래한 말로, 고대 그리스에서 신에게 동물을(holos) 태워서(kaustos) 제물로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1960년대 이전까지 대량 학살을 지칭하는 뜻으로 쓰였지만, 1960년대 이후부터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독일의 유태인 학살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1998년 개봉한 이탈리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의 참혹한 현실로부터 아들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모습을 그린 영화다. 당시 20대 초였던 필자에게 이 영화의 미장센은 나치독일의 잔인함이었다. 어느덧 아빠가 된 지금에서야 그때 집에서 함께 영화를 보던 외삼촌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던 가족에게 시련이 닥친다. 유태인인 주인공 귀도는 어린 아들과 함께 유태인 수용소로 잡혀가게 된다. 어린 아들이 유태인 수용소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을 것을 염려한 귀도는 아들에게 “우리는 지금 재미있는 게임 여행을 떠난 것이다”고 거짓말을 한다. 귀도는 수용소에서 온갖 고초를 당하지만 아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고통 속에서도 아들을 위해 너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연기한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절대 또 다시 나치독일의 홀로코스트와 같은 만행을 역사에 기록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 이 분노 때문에 우리가 잊고 있는 한 가지가 더 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유태인 수용소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유태인은 약 6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유태인 수용소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은 유태인만이 아니었다. 나치 독일에 의해 강제 수용되어 인종청소 대상이 된 사람들에는 장애인, 집시, 동성애자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인원은 무려 1100만명이었다고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한다. 이 말해 더해서 필자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외면하는 인류에게도 미래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순국선열의 희생에 감사하며, 더불어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께 추모의 말씀을 드린다.
글 | 정천(靜天)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5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저작권자 ⓒ 머스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