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e of your business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vN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이다. 神이 도깨비 김신(공유 役)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아이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그 앞에서 치킨집 사장인 김선(유인나 役)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내 가게에서는 神도 물은 셀프야. 내 인생도, 내 기억도 셀프고…신이라도 내 인생에, 내 기억을 마음대로 할 자격은 없어”
필자는 학창시절 국어를 배우면서 <전지적 작가시점>이라는 말이 제일 싫었다. 만약 神이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우리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우리는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처럼 神이 즐기기 위해 만들어 놓은 TV 프로그램의 배역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래서 김선(유인나 役)의 대사는 너무 통쾌한 한방이었다.
연말이 되면 많은 조직에서 인사명령을 발표한다. 필자가 속한 조직에서도 인사명령이 있었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억울해 할 인사명령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아무리 힘들다고 하더라도 인사결정을 당하는 사람 보다는 적어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힘들어 하면서도, 높은 자리로 가려고 한다. 바로 <자기결정권> 때문이다. 권력이란 바로 결정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 내 맘이야…불만이냐 내 맘이다
1994년 발표된 서태지와 아이들 3집 수록곡 <내 맘이야>는 가사가 앞뒤가 맞지 않고 맥락도 없다. 가사 때문에 심의통과도 어려웠고 방송에서 노래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 말도 안 되는 가사를 좋아했을까? 아마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억압된 청소년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태지는 시대 부조리를 보며 느낀 분노를 마음대로 표현했다고 한다.)
마음대로 하게 좀 내버려두세요
인간은 누구나 자기 인생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싶어한다. 그런데 살다 보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편의점 음료수 코너에서 사이다냐 콜라냐 정도뿐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른들이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면 결정할 수 있는 기회, 즉 결정권이 더 많음을 어른들은 살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그래서 권력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더 많은 결정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원 보다는 사장이, 병사 보다는 장군이 시간, 장소, 돈, 사람에 있어 더 많은 결정권을 가진다. 권력을 잃게 되는 순간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기 때문에 절대 놓지 않으려고 한다. 결정권, 바로 그것이 소위 말하는 권력이 맛이라는 건가 보다.
그래서 끝으로 누군가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수 많은 수험생, 고시생, 취준생들과, 꿈을 버리고 하루하루 누군가의 결정을 받으며 가족을 위해 피땀 흘리며 일하는 가장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글 | 정천(靜天), 직장인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5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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