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물리학, 양자역학 그리고 입자와 파동
2018년 개봉한 어벤저스 4 인피니티 워(Infinity War)에서는 6개의 스톤을 모은 타노스가 핑거 스냅(Finger Snap) 한 번으로 전 우주 생명의 절반을 없애버린다. 이어 개봉한 엔드게임(End Game)에서는 살아남은 어벤저스 멤버들이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에서 6개 스톤을 모아 타노스가 없애버린 생명들을 되살린다.
어벤저스 시간여행에는 자동차처럼 생긴 시시한 타임머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과학적 이론을 시간여행에 적용하는데, 그 이론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은 현대 물리학의 핵심 이론이다. 양자역학이란 무엇일까? 어벤저스 덕분에 양자역학에 관심이 생긴 필자는 관련 자료와 책을 찾아 보았다. 역시 물리학은 어려웠다. 고교 교과과정에서 가장 포기하고 싶은 과목 중 하나가 <물리학>이었던 것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을 배운다는데 아직도 왜 배우는지, 어디다 써먹을지 모르겠다.
(출처: 인공지능신문)
필자가 양자역학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필자도 이해 못한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기 위함이 아니다. 물리학 핵심 키워드인 <입자>, <파동> 개념을 빌려와 우리가 세상을 판단하는 방법이 얼마나 잘못되고 있는가를 이야기 해보려는 것이다. (물리학자 또는 물리학 전공자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이론적 반박을 하시기 보다는 그저 재미있는 글의 하나로 읽어주시길 부탁 드린다.)
10년 주기 경제위기설은 사실일까?
2018년은 경제적으로 힘든 한 해였다. 물론 힘들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2018년은 유독 악재가 많은 해였다.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과 미국 연방은행의 금리인상으로 세계 금융경제는 심하게 앓았다. 여기에 브렉시트(Brexit) 논란까지 겹쳐 앞날이 보이지 않았던 한 해였다.
경제가 나빠지면 역시나 비관론이 머리를 쳐들기 시작한다. 비관론자들이 내세우는 좋은(?) 이론이 있다. 10년 주기 경제위기설이다. 1997년 외환위기, 약 10년 뒤인 2008년 금융위기, 다시 10년 뒤인 2018년 글로벌 경기침체가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악화되고 있는 거시경제 지표들을 근거로 곧 경제가 붕괴할 지 모르니 현금을 보유하거나 안전자산에 투자하라고 주장한다.
(출처 : [이코노미스트] 1997년(외환위기)→2008년(글로벌 금융위기)→2018년?)
입자와 파동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다시 물리학으로 돌아가보자. 고전 물리학에서 <입자>란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물체, <파동>은 진동이 퍼져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입자>는 물질이 에너지를 가져가며 움직이고, <파동>은 물질은 움직이지 않고 에너지를 전달한다. 쉽게 말해, 드래곤 볼에서 손오공이 주먹을 날리면 입자고, 에네르기파를 쏘면 파동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출처 : 나무위키 )
편견이 가득 낀 미래 예측은 위험하다?
경제란 재화,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총체적 활동을 의미한다.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방법에 물리학 이론인 입자와 파동을 적용시켜 보자. 외화를 벌어 달러가 국내로 들어온다면 입자이고, 미국에서 금리를 올려 국내 달러를 빨아간다면 파동이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입자, 파동이 경제상황을 이해하는데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이론 같다. 그런데 그 복잡한 경제를 과연 입자나 파동 한 쪽으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라면 경제현황 분석도, 경제전망 예측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경제는 그렇기 단순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특히 거시경제는 너무 많은 변수들이 개입하기 때문에 금리, 통화 등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이론 만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는 사회분야 과목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 나눠서 배웠을 것이다. 바로 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때로는 입자로, 때로는 파동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본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이 채권 금리를 올린다.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이다. 안전자산인 미국국채 금리가 올라가니 미국 국채를 사기 위해 달러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특히 신흥국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신흥국 투자자금을 빼서 미국 국채를 사려고까지 한다. 신흥국에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연일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한다. 신흥국 경제위기가 온 것이다.
그런데…신흥국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한다. 모든 해외 투자자금에 대한 국가보증을 약속한다(정치). 다음 날 그 신흥국 1위 기업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스마트폰 상용화에 성공한다(경제). 국민들은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인다(사회). 상류층이 먼저 고통분담에 솔선수범하며 사재를 털어 경제위기 극복에 보탠다(문화).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경제현상을 이해하고 전망하기 위해서는 입자나 파동만 보지 말고, 입자와 파동을 함께 보자는 것이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일부 사람들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경제분석과 전망을 말하면서,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어쩌고, 금리 및 환율 변동에 따른 경기침체가 저쩌고 할 때가 있다. 마치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경제위기를 거론할 때마다 그들이 입자만 가지고 말하지는 않는지, 파동만 가지고 말하지는 않는지를 비판적인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12월이다. 벌써 언론에서는 내년도 전망을 다루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에게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고, 그들만의 시각이 있다. 누구는 입자를 중심으로 이야기 할 것이고, 누구는 파동을 중심으로 이야기 할 것이다. 그럼 우리가 할 일은? 좀 다양하게 들어보자. 한쪽만 듣지 말고…그렇지 않으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필터버블>에 또 갇혀버릴지 모른다.
글ㅣ정천(靜天), 직장인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5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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