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천(靜天)의 에너지 이야기 ] 콤플렉스가 있는 그대에게 '극복 에너지'를 전하는 이야기

정천 전문위원 승인 2020.09.21 22:01 | 최종 수정 2020.09.21 22:04 의견 0

목소리 콤플렉스로 고통 받다

오래 전 필자에게는 콤플렉스가 하나 있었다. 바로 목소리였다. 남자다움의 상징인 굵은 중저음이 아닌, 가늘고 여린 목소리를 가진 필자의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고등학교 때 한문 수업시간이 두려웠다. 선생님이 무섭거나 한문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한문 선생님이 준 상처 때문이었다. 첫 수업시간 선생님은 교과서를 읽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몇 주 후 교과서를 읽고 자리에 앉은 나에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산에 가서 소리를 지르란 말이야. 그래야 목소리가 남자답게 굵어지지.”

필자는 산 대신 운동장 구석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변성기가 지난 목소리는 굵어질 턱이 없었다. 오히려 음역만 넓어졌다. 덕분에 훗날 잠시 밴드생활을 했을 때 도움이 됐다.

어느 날 선생님은 교과서를 읽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 나를 보더니 그냥 앉으라고 하셨다. 남자답지 못한 내 목소리가 귀에 거슬린다고 하셨다.

목소리 스트레스가 가장 컸을 때는 군대였다. 지금도 이름이 기억나는 그 병장은 점호시간이 끝나면 괜히 내 앞에 서서 손가락질 하며 ‘당장 목소리 바꿔’라고 소리 질렀다.

제대하면 목소리 스트레스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변수가 생겼다. 바로 하리수였다. 하리수는 음지에 숨어있던 트랜스젠더들에게 용기를 준 혁명전사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당시 트랜드젠더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리수는 목소리, 행동, 외모, 성격 등에서 중성적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다시 말해 성 정체성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비웃는 고유명사이기도 했다.

어느 날 강의실에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나를 보고 두 여학생이 수근거렸다.

“저 남학생 하리수 같아…”

목소리 콤플렉스를 극복하다.

실어증이 찾아왔다. 누구보다도 대화하고 논쟁하고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입을 닫았다. 하고 싶은 말들은 입을 떠나지 못한 채 머릿속에서만 멤돌았다. 시간이 갈수록 실어증이 우울증이 될까 두려웠다.

어느 날, 지인들과 함께 압구정 어느 카페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대학 선배를 만나러 갔다. 군대에 가기 전 잠깐 만난 적이 있는 선배였다. 3년 만에 만난 선배에게 인사를 했다.

“저를 기억 못하시겠지만, 그때 거기서 만난 정천입니다.”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던 선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얼굴이 기억이 안나. 그런데 너 목소리를 들으니 누군지 알겠다.”

콤플렉스가 개성이 되다.

사전적 의미로 개성(個性, Individuality)이란 독립적인 존재인 개체를 다른 개체와 구별할 수 있게 하는 독자적인 특성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개성이란 나를 다른 사람과 구별할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다.

그 선배 말이 끝나자 내 머릿속에서 깨달음의 종이 울렸다. 내 생각이 틀렸다. 내가 그토록 싫었던 내 목소리는 콤플렉스가 아니라 개성이었던 것이다. 그 날 이후 난 누가 목소리를 비웃거나 말거나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통해 나를 기억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말하고 더 당당하게 표현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여리게 들리지는 않지만 지금 내 목소리는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함께 잘 살고 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I Feel Pretty(감독 에비 콘, 주연 에이미 슈머)>는 뚱뚱한 몸매의 주인공이 사고로 머리를 다친 후에 자신을 매력 넘치는 여자로 오해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코미디 영화다. 사고 후 외모에서 비롯한(?) 자신감이 넘치자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이다.

혹시 가슴 아픈 콤플렉스가 있다면 필자처럼 그 콤플렉스를 개성으로 바꿔볼 수 있다. 또는 영화 <I Feel Pretty> 주인공처럼 자신감으로 콤플렉스를 덮는 방법도 있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소설과 마찬가지로 현실에 있을 법한 소재로 만든 이야기라면 그 있을 법한 이야기가 여러분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민족의 대 명절 한가위가 콤플렉스 때문에 두려운 여러분에게 극복의 에너지를 전하며…

글ㅣ정천(靜天), 직장인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5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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