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천(靜天)의 에너지 이야기 ] 반드시 알 필요는 없는 원유 종류에 대하여...

정천 전문위원 승인 2021.03.12 22:44 의견 0

국제유가는 오르는 것이 좋은가? 내리는 것이 좋은가?

2008년 원유 고갈론 때문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휘발유가 리터 당 2,000원을 넘어서자 서민 물가가 치솟았다. 정부, 국회, 언론은 기름값을 잡겠다고 했고, 정유사는 ‘악의 축’,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가 되었다.

(사진 출처 : 중앙일보 ‘저유가 얼마나 오래 갈까’, 2015. 1. 16)

그때 국제유가가 내리면 좋을 줄 알았다. 그러나 2015년 저유가를 겪으면서 국제유가가 내리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정수지가 악화된 산유국이 수입, 투자, 지출을 줄였다. 글로벌 유동성이 얼어버렸고, 특히 신흥국 경기는 계속 악화되기만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 조선, 전자 등 대부분 분야에서 수출, 매출이 감소하면서 저유가 공포를 톡톡히 경험했다.

(사진 출처 : 부산일보 ‘저유가의 역설;, 2016. 1. 17)

도대체 기름값은 오르는 것이 좋은 건지, 내리는 것이 좋은 건지 어느 대통령의 말처럼 정말 묘하기만 하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것이 좋은지, 내리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국제유가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원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석유, 생각보다 재미있는 녀석이네(2020. 6. 25)”에 이어 원유(Crude Oil)의 종류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매우 다양한 원유에 대하여…

원유는 황, 비중 등 구성요소가 서로 다른 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가격도 서로 다르지만 원유 거래는 준거 가격을 참고하여 이루어진다. 준거 가격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WTI(West Texas Intermediate, 미국 서부 텍사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中質 원유), Dubai(중동산 원유) 그리고 Brent(영국 북해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있다. WTI, Dubai, Brent 가격은 서로 다르지만 상승, 하락에 있어 전반적으로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사진 출처 : 한화토탈 블로그 ‘국제유가를 대표하는 세계 3대 원유’)

경질원유 vs. 중질원유

원유는 경질원유와 중질원유로 나눠진다. 경질원유와 중질원유로 나누는 기준은 비중이다. 미국 석유협회(API, American Petroleum Institute)가 1952년 만든 비중표시법을 기준으로 한다. 원유 비중은 보통 5~55도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 25~40도 안에 있다.

비중이 높은 원유를 경질원유라고 한다. 휘발유, 경유, 등유와 같은 석유제품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중질원유보다 가격이 높다.

황이 싫어요…

원유 종류를 나누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황(Sulfur)이다. 황은 의약품, 화약을 만드는데 쓰이는 중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석유제품에 들어가면 환경, 안전,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원유 정제 전에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원유에 황이 많이 들어있으면 황 처리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이 좋지 않게 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정유공장 근처에 가면 기분 나쁜 냄새가 많았다. 황 때문이었다. 상한 계란 냄새를 맡아본 경험이 있다면 황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 지 알 것이다. 정유사들이 황 처리시설에 계속 투자하면서 이제는 황 냄새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정리하면 원유는 비중, 황 등 성분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WTI, Dubai, Brent와 같은 준거 가격을 참고하여 거래가 성사된다. 그렇다면 국제유가는 어떻게 오르고 내리는 것이며 어떤 변수들의 영향을 받는 것일까? 이 복잡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루어 볼까 한다.

글 | 정천(靜天), 직장인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5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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