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아니면 쉬어~ 알았으면 뛰어~ 그래 내가 원래 그래 그래서 뭐 어쩔래 나 이런 사람이야 (DJ DOC <나 이런 사람 이야(2010)> 가사 중에서)
송구영신(送舊迎新)
舊 [예 구 | 옛 구]
1. 예, 옛 / 2. 오래된, 묵은 / 3. 늙은이 / 4. 묵은 사례
新 [새 신]
1. 새로운 / 2. 새롭게 / 3. 처음으로 / 4. 새롭게 하다, 새롭게 고치다
새해가 되면 등장하는 사자성어가 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송구영신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이다. ‘묵은 해’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빨리 버리고 싶다. ‘새해’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설레고, 무엇인가 잘 될 것 같고, 빨리 만나고 싶다.
매년 새로운 디자인, 성능의 자동차가 쏟아진다. 신차를 타면 이전에 출시된 자동차 운전자에 대해 우월감이 든다. 클래식 카(Classic Car)에 대한 애착문화가 있는 미국, 유럽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매년 새로운 인테리어, 편의시설의 아파트가 지어진다. 어느 지역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빨리 돈을 모아 오래된 아파트를 팔고 새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어진다.
묵은, 오래된 것에 대한 거부감은 사물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나이든 사람은 필요 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어르신들이 흔히 말하는 ‘나이 들면 죽어야지’는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나이든 사람은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말이 안 통하고, 과거에 갇혀 살며, 젊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온고지신(溫故知新)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공자(孔子) 말씀으로,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알게 된다는 뜻
필자가 신입사원 교육받을 때 있었던 이야기다. 당시 대부분 기업이 전담부서를 둘 정도로 지식경영(KM, Knowledge Management)은 중요한 경영의 화두였다. 필자 회사에도 지식경영 전담부서가 있었다. 그날은 지식경영팀장 강의 시간이었다.
[팀장] “지식경영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유롭게 발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필자] “나이 많은 직원들을 존중하고 대접해주는 것입니다.”
[팀장]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나요?”
[필자] “조직은 ‘혁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오래된 문화, 관행을 버리길 원합니다. 물론 잘못된, 맞지 않는 문화나 관행은 없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좋은 문화, 관행도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버리고 있습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든 직원들이 젊은 직원들을 체력, 정보에서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젊은 직원들이 가지지 못한 경험(암묵지)이 있습니다. 경험(암묵지)이 기억에서 그치지 않고 지혜, 지식으로 형식지로 만들어 후배들에게 전해진다면, 그것이 진정한 지식경영이라 생각합니다.”
Wind of Change
임홍택 작가의 <90년대 생이 온다(웨일북, 2018)>,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위즈덤하우스, 2020)> 그리고 고광열 작가의 <MZ세대 트렌드 코드(밀리언서재, 2021)>까지 최근 몇 년 동안 출판계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MZ세대라 불리는 이 세대를 두고, 이 책들은 앞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는 MZ세대에 있으며, 모든 초점을 MZ세대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2021년 <영 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이선미 저 | 앤의서재)>와 같은 책들이 서점 한 켠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방송, 언론에서도 X세대, 8090세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일까?
X세대가 온다
마케팅의 대가, 켈로그 경영대학원 <필립 코틀러 (Philip Kotler)>교수는 <마켓 5.0(더퀘스트, 2021)>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X세대는 1965년부터 198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베이비부머와 Y세대의 인기에 밀리고, 그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X세대는 마케터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어 ‘잊힌 낀 세대(Forgotten Middle Child)’라고 불린다.
X세대는 소비자 기술의 변화를 겪으면서 뛰어난 적응력을 갖게 되었다. 젊었을 때 MTV에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소니 워크맨으로 여러 노래를 모아 녹음해 놓은 테이프를 들으며 성장했다. 성인이 되자 오디오 스트리밍 뿐만 아니라 CD, MP3를 이용해서 음악을 들었다. 이들은 DVD 대여 사업의 흥망성쇠와 비디오 스트리밍의 전환을 목격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X세대가 경제활동을 하게 될 무렵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이들이 연결의 얼리어답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정리하면, X세대는 아날로그 문화와 디지털 문화를 모두 경험한, 두 문화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라는 것이다.
직장생활의 절반을 넘어서 이제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된 X세대. 어느덧 조직에서 꼰대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 퇴물 취급을 당하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때 밀레니얼 세상에서 리더이자, 변화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지금은 조금씩 퇴물 취급을 받으며, 자신의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느냐고? 필자도 X세대이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문화와 디지털 문화를 모두 경험한 X세대들에게. 우리 X세대는 두 가지 경험을 모두 가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세대이다. 우리는 송구영신(送舊迎新) 대상이 아니라,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이루었으며 MZ세대에 대한 영향력이 큰 세대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세대가 가진 가치를 알고 당당하게 일어설 때인 것이다.
다시 한 번 당당하게 이야기 하자.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아니면 쉬어~ 알았으면 뛰어~ 그래 내가 원래 그래 그래서 뭐 어쩔래 나 이런 사람이야 (DJ DOC <나 이런 사람 이야(2010)> 가사 중에서)
글 | 정천(靜天)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5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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