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천(靜天)의 에너지 이야기 ] 낙망에 대하여 그리고 낭만에 대하여

정천 전문위원 승인 2021.09.17 23:03 의견 0

첫 번째 이야기 Prejudice is ignorance

중학교 3학년 점심시간 때 일이다. 당시 최고 인기 곡이었던 Michael Jackson의 <Heal the World>를 듣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내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을 확 잡아챘다. 아픈 귀를 감싸 쥐고 있는 나를 보며, 손에 내 이어폰을 들고 있는 친구가 말했다.

“사탄의 음악을 듣다니 너 미쳤어? 우리 교회 전도사님께서 Michael Jackson은 사탄이라고 했어!”

전쟁을 멈추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노래를 두고 사탄의 음악? 정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덤덤히 친구 손에 들려있던 이어폰을 되찾아 교실 문을 나갔다.

당시 Michael Jackson은 수많은 사건과 루머에 둘러 쌓여 있었다. 아동 성추문, 하얀 피부 그리고 여호와의 증인까지. 그를 둘러싼 루머 하나하나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무지(無知, ignorance;)에 근거한 편견(偏見, prejudice)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Source : Michael Jackson <Black or White> Music Video)

두 번째 이야기 Anger makes prejudice

합스부르크 가문 <마리아 테레지아(1717~1780)>는 오스트리아 왕위에 올랐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주변국들의 공격을 받는다.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을 경계하기 위해 앙숙인 프랑스 부르봉 가문과 동맹을 맺는다. 이 동맹을 위해 마리아 테레지아 딸이자 오스트리아 왕녀를 프랑스 왕세자와 정략결혼을 시킨다. 그녀가 바로 세기의 악녀로 알려진 <마리 앙투아네트>이며, 그녀와 결혼한 프랑스 왕세자가 바로 <루이 16세>이다.

(Source : Wikipedia)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치와 허영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이 말은 프랑스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시민혁명으로 이어진다. 이후 시민혁명정부는 사치와 허영, 부패와 타락의 상징이자 국가재정 파탄의 주범인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사형선고를 내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

후대 오스트리아 <슈테판 츠바이크>, 영국 <안토니아 프레이저> 등 많은 학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주변 사람들에게 늘 겸손했으며, 아이들에게는 검소함을 가르쳤다고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 때문이라고 알려진 프랑스 국가재정 파탄은 그녀의 사치 때문이 아니었다. 그 동안 누적된 왕실의 적자와 오랫동안 주변국과 치른 전쟁 때문이었다.

도대체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루머, 편견 그리고 분노는 어디서 온 것일까? 많은 연구에 따르면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들은 오스트리아 출신 왕비를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사건에도 모든 원인을 오스트리아 출신인 마리 앙투아네트 탓으로 돌렸다고 한다.

특히 국가재정 파탄으로 프랑스 시민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그 분노를 표출해야 했을 것이다. 결국 그 대상이 오스트리아 출신 왕비가 되었던 것이다.

위 두 이야기를 통해 정리해보면 편견은 무지와 분노 때문에 생긴다.

무지와 분노는 논리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무지와 분노에 깊이 사로잡힌 사람은 편견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존경받는 사람은 늘 공부하고, 배우고, 담담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편견은 자신을 파멸로 이르게 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명절에도 가족과 친척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필자 주변 취준생, 공시생 그리고 미혼들은 오히려 잘됐다고 말한다. 명절 때 집안 어른들이 돌아가면서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상처가 되는데 코로나 핑계로 만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라고 한다.

어른들의 자식 걱정은 잘못이 없다. 다만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의 교훈은 과거 젊은 시절을 살면서 얻은 교훈이다. 하지만 지금 젊은 시절을 살아가는 저들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무슨 스타트업이야. 모름지기 대기업에 취직해야 잘살지.”

“여자는 무조건 공무원이 최고야.”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거야.”

어른들 걱정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청년들에게는 편견일 뿐이다. 내 사업에 도전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대기업 취직은 노예가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은 여성들에게 공무원은 가슴 뛰는 인생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결혼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결혼은 족쇄다.

그렇다고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것도 아니다. 윤택한 삶, 안정된 삶을 위해서 어른들 말씀도 일리가 있다. 어느새 중년이 된 필자 역시 젊었을 때는 어른들의 말씀을 수긍하지 못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낙망(落望)이 낭만이 되기 위해서는 어른들도 청년들도 상대 생각이 틀렸다는 편견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Michael Jackson이 사탄이라는 편견을 버렸다면 그 친구는 팝의 황제가 부르는 아름다운 음악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나쁜 여자라는 편견을 버렸다는 프랑스는 적어도 왕비를 단두대에 보냈다는 안타까운 역사를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글 | 정천(靜天)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5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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