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중소기업도 이제 준비해야 할 때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ESG 자산 규모는 35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국제금융협회(IIF)는 2025년에는 그 규모가 5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게도 현실적인 과제가 되었다.

국내의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이미 협력사에 대한 ESG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까지 모든 1차 협력사에 ESG 경영 도입을 요구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협력사 종합평가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대기업들이 협력사에 ESG 기준을 요구할 것이며, 그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권 역시 ESG를 활용한 대출 및 투자 의사결정을 강화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신한은행은 ESG 우수기업에 대한 금리 우대 상품을 출시했으며, 신용보증기금도 ESG 우수 중소기업에 보증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ESG 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ESG 도입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가 아직 이뤄지고 있진 않지만,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도 생각보다 쉽게 ESG를 시작할 수 있다. 특별한 시스템이나 전문가가 없어도, 지금 이미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를 ESG 관점에서 재분류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실제 사례로 보는 해외 중소기업의 ESG경영 성과

유럽은 ESG 정책과 제도가 가장 먼저 발달한 지역으로, 다양한 산업의 중소기업들이 ESG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가 풍부하다. 우리보다 앞서 ESG 여정을 시작한 유럽 중소기업들의 경험은 우리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로드맵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각기 다른 산업에서 자사의 특성에 맞는 ESG 전략을 개발하고 이를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한 주요 사례들은 우리 중소기업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탄소배출량에 집중해 성과로 연계된 사례부터 살펴보자. 스웨덴의 특수차량 제조 중소기업 닐슨 스페셜 비히클스(Nilsson Special Vehicles)는 ESG 경영을 시작할 때 자사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탄소 배출량'에 집중했다. 생산 공정별 에너지 사용량을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한 결과, 에너지 낭비가 가장 심한 공정을 파악하고 개선했다. 그 결과 탄소 배출량을 15% 감축했고 에너지 비용도 8% 절감했으며, 이는 연간 약 12만 유로의 직접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더 중요한 성과는 스웨덴 정부의 '친환경 조달 정책'에 부합하는 공급업체로 인정받아 경찰청과 5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계약은 회사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었다.

노동인권과 관련되어 적극적인 현장 모니터링으로 브랜딩 한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의 중소 식품기업 토니스 초콜로넬리(Tony's Chocolonely)는 초콜릿 산업의 아동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션으로 ESG를 핵심 경영 전략으로 삼았다. 코코아 농장의 노동 환경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품 패키지에 QR코드를 삽입해 소비자가 원재료의 출처와 생산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전략은 놀라운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졌다. 설립 후 15년 만에 연매출 1억 유로를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네덜란드 초콜릿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더 주목할 점은 일반 초콜릿보다 20%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년 무려 4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사용을 꼼꼼히 관리하여 성과를 낸 사례로는 영국의 친환경 바이오 소재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바이오베일(Biovale)의 사례가 주목할만 하다. 정부 지원으로 ESG 컨설팅을 받은 후, 에너지 효율성을 핵심 ESG 이슈로 선정하고 공장 내 모든 에너지 사용 지점에 측정 장치를 설치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강화했다. 그 결과 에너지 비용을 12% 절감하고 탄소 배출량을 약 20% 감축했으며, 영업이익률은 3.5% 상승한 경영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실적 외에도 '저탄소 생산 공정'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친환경 제품을 찾는 대형 유통업체와 신규 계약을 체결해 매출이 18%나 증가 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사와 관련된 핵심 ESG 지표를 선정 관리해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스페인의 중소 식품기업 노스트럼(Nostrum)은 300개가 넘는 ESG 지표 중에서 자사에 가장 중요한 10개 지표만 선정했다. 특히 식품 안전과 지역 농산물 사용이라는 두 가지 핵심 영역에 집중했다. 그 결과 식품 안전 사고가 무려 90%나 감소했고, 제품 리콜과 소비자 배상 비용을 연간 15만 유로 절감했다. 이러한 활동을 '지역 농산물로 만든 안전한 식품'이라는 마케팅 전략에 포함하여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매출 또한 이전대비 30% 증가했고, 대형 호텔 체인과 5년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여 성장할 수 있었다.

작은 실천이 가져오는 큰 성장, 지금 시작할 때

앞서 설명한 유럽의 중소기업들의 사례처럼 ESG 경영은 거창한 선언이나 대규모 투자가 아닌, 작은 실천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미 기업에서 측정하고 관리하는 데이터를 ESG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첫 단계다.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효율적인 설비를 발견하고 교체하면 매월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직원 교육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인재 개발의 효과성을 높이고 이직률을 낮춰 채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산업안전 관련 데이터 관리는 사고 예방으로 이어져 보험료 절감과 작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사의 산업 특성, 기업 규모, 고객 요구 등을 고려해 가장 중요한 ESG 요소에 집중하는 것이다. 대기업 고객사가 관심을 갖는 ESG 요소나 금융기관이 대출 심사 시 중요하게 보는 지표에 우선 집중하면, 적은 투자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다.

ESG는 더 이상 '왜 해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수익성 있게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요구, 규제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ESG는 이제 중소기업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이다.

살펴본 사례들은 ESG가 단순한 비용이나 부담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 효율화는 운영비 절감과 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친환경 이미지 구축과 정부 및 대기업 고객과의 계약 확보로 발전할 수 있다. 직원 관리와 안전 데이터는 인재 유치와 유지, 사고 예방으로 연결되어 인건비와 보험료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공급망 관리는 품질 향상과 비용 절감, 프리미엄 시장 진출의 기반이 된다.

중요한 것은 ESG를 단순한 의무나 규제 대응으로 보지 않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적 투자로 접근하는 것이다. 자사에 가장 중요한 ESG 영역을 파악하고 여기에 집중함으로써, 적은 투자로 최대의 경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지금 시작하는 작은 실천이 내일의 큰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 필자소개 ]

심준규. 경영학박사.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 ESG로 성과내는 사람들>,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