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영의 ‘방황하는 청년들의 취업이야기'] 집요함의 끝판왕! 1부

박신영 전문위원 승인 2024.08.11 13:29 의견 0

누군가 내가 만난 취준생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람이 누구였는지 묻는다면 단연코 ‘제이’다.

‘제이’는 해외대 스페인어/국제관계 전공이라는 나름 최고의 스펙으로 마케터로서의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그런 ‘제이’가 갑자기 개발자가 되겠다고 했다. ‘왜?’

취업 관련 인터뷰를 위해 오랜만에 연락했더니 흔쾌히 승낙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본에서 IT 개발 팀장에게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어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 개발하면 잘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아마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들어와 독학으로 앱 개발을 배우고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개발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어 네카라쿠배 과정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비전공자가 개발자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부트캠프 교육 자체를 수료하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리얼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집중해 보자.

“그냥 다 어려웠어요. 우선 용어부터 이해하지 못했어요. 특히 알고리즘 공부를 시작하면서 담당 선생님께서도 저한테 한 번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괜찮아요?’라고. 정말 배열도 이해를 못 했어요. 배열도 모르면서 알고리즘이라는 걸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셨던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그때 좀 답답했어요. 수업을 듣는데 못 알아듣는 게 구십 프로니까요. 그러다 보니 저는 매번 탈락리스트에 있었어요.”

당시 교육과정에는 매주 테스트를 통해 성적이 낮으면 탈락시키는 제도가 있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부모님 설득해서 새롭게 선택한 길이잖아요. 그런데 뭔가 시작도 하기 전에 탈락 위기에 있다 보니, 너무 서러웠어요. 그러다 오기가 생겼죠. ‘개발 1도 모르는 비전공자가 이렇게까지 될 수 있다’ 라는 사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선 문제 원인 분석을 해보았어요.

‘스스로 모든 부분이 부족하니 모든 부분을 공부해야 하겠다’ 라는 생각을 주변 분들한테 전했더니,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즉, 개발 공부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 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거죠.

저는 한 두 달 차에도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두석 달쯤부터는 점심을 안 먹기 시작했고 그다음엔 저녁도 먹지 않았어요.”

이제까지 만난 취준생 중 이런 시도를 한 사람은 없었다. 정말 ‘지독한’ 제이.

“절대적인 시간을 내가 어떻게 메울 것인가.

그 해결법을 생각했을 때, 그러면 우선 자는 시간을 줄이고, 먹는 시간을 줄여야 하겠구나. 공부 이외의 시간을 모두 없애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냥 한마디로 고등학생처럼 생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딱 세 시간을 잤어요.


다른 분들 식사하러 가실 때 삼십 분은 자고 삼십 분은 공부하고 뭐 이런 식으로. 원래 한 시간씩 운동하는 루틴이 있었어요. 근데 운동 시간도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운동도 안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잠을 좀 더 잘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도 당시엔 그냥 그게 최선이었던 것 같아요.

매일 10 to 10 수업을 마치면 집에 가서 새벽 4시까지 공부했어요.

집에선 알고리즘 공부만 했어요. 왜냐하면 알고리즘 테스트로 학원 교육과정 탈락 여부가 결정되니까요. 저는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못 하는 성격이고, 일 속도가 엄청 빠른 스타일도 아니라 좀 느려요 .더군다나 모르는 걸 공부하다 보니 다른 분들보다 습득력도 더 느렸어요.

일단 코딩테스트를 자바스크립트로 연습했어요. 몰라도 하다 보면 자바스크립트를 이해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나오는 모든 문제를 다 외웠어요. (돌아보니 다행히 저에겐 암기 능력이 있었더라고요.)

코딩 문제 풀이는 선생님이 여러 솔루션을 주어도 이해가 안 되어 일단 외웠다가 수업 끝나고 수강생들 식사하러 갈 때 남아서 질문을 했어요. 근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 보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이해하고 그다음은 외웠어요. 처음 한 달은 거의 달달 다 외웠던 것 같아요. 콕 찌르면 콕 나올 수 있게 외우다 보니까 이제 풀이 패턴이 보이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서 똑같은 설명을 들어도 더 잘 이해가 되는 거예요.”

내가 봤을 때 ‘제이’는 언어 전공이다 보니, 외우는 쪽은 특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자기가 잘하는 걸 활용하는 공부법!’ 이건 배워야 한다.

“사실 모든 사람에 적용할 수 있는 공부 방법은 아니지만, 제가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라 저한테 좀 맞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두 달째부터는 이해가 쉽게 되었으니까요. 그때부터는 자바스크립트 책을 보면서 아 이래서 이랬구나 라고. 대응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알고리즘도 좀 더 이해되었고. 이해가 되니까 재밌잖아요. 그래서 알고리즘을 아주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알고리즘 테스트 때문에 탈락 직전이었는데, 그걸 좋아하게 되었다니…

“ ‘너 개발자 왜 해 굳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다 보니, 그게 좀 제가 ‘보여주겠어’라는 트리거가 된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제 목표가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좋은 기업에 취업한다’ 가 되었어요. 공부에 집중이 안 되면 그거를 노트에 쓰고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 무서울 정도로 기가 막히게. ‘제이’는 같은 기수 비전공자 중 가장 먼저 합격했다.

(2부 에 계속)

글 : 박신영


<필자소개>

현) 데이원컴퍼니 커리어 전문위원 _ 커리어코칭 및 컨설팅
현) 바른채용진흥원 센터장 _ 전문면접관
전) 커리어케어 이사 _ 미디어/소비재 컨설턴트
서강대 언론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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