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려주지 않는 금융이야기 ] 엔-캐리 트레이드, 중앙은행의 금리 피봇 그리고 금융시장에의 영향

김호영 전문위원 승인 2024.09.24 21:43 | 최종 수정 2024.09.26 09:36 의견 0

엔-캐리 트레이드란?

엔-캐리 트레이드란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엔화로 자금을 차입하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간단한 예로 엔화를 차입하여 이자율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통화로 환전하여 올라가는 이자율을 통한 수익을 향유하는 투자라 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이자율이 상승하는 통화는 그렇지 못한 통화 대비 현물환율의 강세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환율결정의 로직에서 알 수 있듯이 특정 통화의 이자율이 상승하게 되면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서 해당 통화로 환전하여 상승하는 이자율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서 환전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현물환율을 자연스럽게 상승시키게 된다.

따라서 엔-캐리 트레이드는 1. 미국 이자율이 지속적으로 상승 2. 일본의 이자율은 0% 수준을 유지 3. 엔화대비 달러화의 강세로 엔-달러환율의 상승을 기본 가정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간단한 예로, 엔-달러 환율(USD/JPY)이 달러당 140엔일 때 140엔을 0% 금리로 차입하고 이를 1달러로 환전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 시점에 미국 이자율이 0.25%라고 하고 이를 달러 변동금리 예금에 모두 가입한다면, 1년뒤 투자의 원금과 수익은 1.0025 달러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상 상황에서 1년 만기 선도 환율은 140/1.0025로 정해져 있을 것이므로 (필자의 이전 칼럼 중 “금리와 환율 : 시장 속에 존재하는 가장 가까운 형제” 참고) 이를 활용하여 1년뒤 엔화 선물환 매수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예금가입과 동시에 갑자기 미국 이자율이 0.25% 에서 1%로 상승하였다면 달러 예금의 수익이 0.0025달러에서 0.01 달러로 증가하게 된다. 1년뒤 기 매수한 엔화 선물환을 활용하여 140엔을 매수하는데 사용되는 금액은 1.0025달러 (엔달러 환율이 140/1.0025이므로)인 반면에 달러예금 만기에서 발생되는 현금흐름은 1.01 달러가 됨을 알 수 있다. 물론 시장 상황에 대한 가정이 포함이 되어 있으나 이 거래에서 0.0075달러만큼의 수익이 발생(1.01 중에 1.0025달러를 140엔 매수에 사용하고 나머지 0.0075달러를 수익으로 인식)하게 되며 이것이 특정 통화의 이자율 상승을 활용한 기본적인 캐리트레이드의 예이다

두번째 생각해 볼 수 있는 캐리 트레이드는 만약 지속적인 미국 금리 인상을 예상하여 1년뒤 엔-달러 현물환율의 상승을 예상하고 1년짜리 엔화 선물환 매수거래를 하지 않은 경우이다. 첫번쨰 예제와 모든 것이 동일한 상황에서 1년뒤 엔-달러 현물환율이 달러당 150엔으로 상승하였다고 가정할 때 (엔화 약세), 현물 엔화 140엔을 매수하기 위한 필요 달러는 140/현물환율(150엔) = 0.9333달러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미국 변동금리 달러예금에서 발생되는 현금흐름이 1.01이라면 1년뒤 엔화 상환 뒤 순수익으로 남는 달러화는 1.01-0.9333=0.07666달러가 된다. 즉, 엔-달러 환율의 상승(엔화의 달러대비 상대가치 하락)으로 엔화 차입금의 가치가 1달러에서 0.9333 달러로 하락하여 0.0666달러의 수익이 발생하고 달러 예금에서 0.01달러 추가수익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래에 현물 환율이 에상한대로 움직여 주는 경우 환율변동에서 발생되는 수익과 이자율의 변화에서 발생되는 수익을 모두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는 미국에서는 기준금리인상이 예정되어 있고 일본에서는 통화정책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 예상되었던 2023년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 생각해볼 수 있는 예는 두번째 예제와 동일하나 투자를 미국 변동금리 예금이 아닌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하였을 경우이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같은 주식). 만약 투자기간동안 주가가 약 10% 상승하였다고 한다면 투자한 1달러는 1.1달러가 되었을 것이고 차입한 140엔을 상환하기 위해 0.9333달러를 사용하면 순수익 0.1666달러가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자기자본의 사용이 전혀 없이 엄청난 규모의 수익이 창출 됨을 알 수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 피봇과 캐리트레이드의 청산

중앙은행의 금리 피봇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 또는 인상하여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 또는 완화에서 긴축으로 전환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지난 3월 일본 중앙은행은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여 마이너스 금리에서 0.1% 수준으로, 7월에 추가로 인상하여 0.25% 수준으로 통화정책의 변화를 단행하였고 9월 미국의 FOMC에서 0.5% 금리를 인하하여 약 1년반 넘게 이어져 온 긴축의 기조를 끝내는 결정을 내렸으며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이 기조는 상당시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상승(엔-달러 현물환율의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실제로 두번의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이후 엔-달러 현물환율은 160엔에서 140엔까지 한달만에 하락하였다.

두번째 캐리트레이드의 예제에서 만약 엔-달러 현물환율이 140엔에서 120엔으로 하락하였다고 하면 차입된 140엔 상환을 위한 달러의 규모는 140/현물환율(120)=1.1667 달러이며 변동금리 예금에서 발생되는 현금 흐름(미국금리는 변화가 없다고 가정해도)은 1.01달러이므로 0.1567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세번째 캐리트레이드 예제에서도 원금과 수익 금액이 1.1달러에서 1.1-1.1667=-0.0667달러의 손실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실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관련 보유 자산을 일시에 매각하여 손실을 축소하고자 하는 사태가 쉽게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2일, 5일 양일간 장중 엔-달러환율이 140엔 초반대에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니케이225지수가 -5.81%, -12.41%, KOSPI200지수가 -3.65%, -8.77%를 기록하는 등 전세계 주식시장은 금융위기에 버금갈 정도의 주가하락을 보였고 그 배후에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에 따른 여파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게 제기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 엔-캐리 트레이드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없고 과연 8월초 청산된 물량 이외에 추가로 남아 있는 것은 없는지 알기 어려운 상태라 경계심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올해 미국의 금리인하 사이클의 시작과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의 시작이 맞물려 엔-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로 인한 불확실성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큰 상황에 직면하였다. 향후 엔-달러 환율이 크게 움직일 때, 이 칼럼이 독자들에게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초적 지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마무리하고자 한다.

[ 필자소개 ]

김호영 위원은 서울대, 스탠포드대, 펜실베니아대에서 수학하고 LG투자증권을 시작으로 Citigroup Global Market Korea 파생상품팀 이사,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Equity파생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 KB증권 Equity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하였다. 특히 파생상품의 운용과 평가를 위한 모형개발을 담당하는 Quant 업무부터 ELS 상품의 개발과 운용, ELW/ETN/주식선물옵션 등 각종 주식파생상품 시장조성업무를 위한 상품개발및 운용, 시스템개발 등 제반업무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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