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HSCEI 지수의 지속된 하락으로 인하여 2021년도에 발행된 ELS의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만 7조원 규모에 달하는 ELS가 만기에 도달하였는데 큰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또 한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렇게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의 상품이 어떻게 은행을 통하여 판매가 되었으며 또한 이 판매의 과정에서 금융의 취약층으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령층이 ELS가 판매될 적합한 대상이냐는 점일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관련된 이슈들을 객관적 입장에서 설명하여 독자들의 이해와 투자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은행에서 ELS를 판매?
필자의 이전 칼럼인 “ELS의 이해와 오해”(http://mustnews.co.kr/View.aspx?No=2857300)에서 ELS의 판매채널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다루었던 적이 있다. 은행 판매채널을 통해서 판매되는 ELS를 통항 ELT라고 부르는데 이는 “특정금전신탁”이라는 형태로 ELS를 투자하는 경로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특정금전신탁”을 우선 알아보면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고객으로부터 예탁 받은 자금을 고객이 지정한 운용방법 및 조건에 따라 운용한 후 운용 수익을 배당하는 신탁”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우회경로를 통해 상품을 투자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직접적으로 증권을 고객에게 판매 또는 중개하는 업무는 증권사의 고유업무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신탁이라는 형태로 고객의 자금을 유치한 후, 고객을 대신해 투자해주는 형태로 상품을 구조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왜 이와 같은 신탁상품의 판매를 하게 된 것일까?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은행의 주요 수익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예대금리차)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며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예대금리차 역시 축소되어 갔다. (예금금리 10% 일 때 예대금리차 1%와 예금금리 2%일 때 1%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이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비이자 수익의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 중 국내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과거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손실이 발생한 경우가 거의 없었으며 실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였던 경우에도 추후 지수가 재상승하여 원금과 수익을 고객에게 안겨주었던 (이른바 은행에서 팔기 쉬웠던) 대표적 중위험 중수익의 상품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ELS의 특성상 상품 발행 후 6개월만에 상환이 되는 빈도가 높아 동일 자금으로 1년에 두 번 판매할 수 있는(은행으로서는 수수료를 두 번 취할 수 있는) 좋은 속성을 지닌 상품이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역사적으로 판매된 후 원금손실의 빈도가 매우 낮았고 1년에 동일 구조의 상품을 판매하여 두 번 수수료 수입을 창출하는 비이자 수익의 확대라는 지상과제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 바로 주가지수 기초자산 ELS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령층이 모두 금융취약 계층인가?
우선 우리나라의 노령층 인구에 관한 이야기 전에 ELS라는 상품의 히스토리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ELS는 2000년대 초반 처음 우리나라에서 발행되기 시작하여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구조의 원형 격인 조기상환형 상품은 2004년부터 국내에 판매되기 시작하여 내년이면 20년째 판매되고 있는 장수 상품이다. 그간 다양하게 그 구조가 추가되고 변형되어 왔으나 큰 틀에서 상품의 구조는 초창기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번 짚어볼 이슈는 현재 우리나라 70대 노령층들이 경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50대에 ELS가 등장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인데 물론 많은 수의 사람들이 ELS의 자세한 구조에 대하여서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어도 최소한 상품의 이름에 대한 친숙도는 어느정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되어진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상품이 원금과 약정 수익을 역사적으로 볼 때 계속해서 달성하였고 상환과 더불어 즉시 재투자하는 관행도 어느정도는 형성되었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HSCEI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도 많은 경우 수익 상환되어 “H지수(HSCEI를 칭함) 불패신화”가 투자자들 사이에 미신과 같이 자리 잡기도 했었다. 물론 8-90대의 초고령층에게 이러한 투자가 과연 적합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나 고령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의 운용이라는 관점에서 전체 자산대비 크지 않은 부분을 ELS에 할당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라고 보인다.
만약 이렇게 금융자산도 어느정도 여유가 있어 평소 자산배분에 관심이 많은 노령층 인구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이 분들을 과연 금융 취약 계층이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한가를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 분들이 자산배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ELS 투자 또는 더 위험한 금융상품투자를 반복적으로 수행하였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면, 생업에 쫓겨 금융상품에는 전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서 ELS라는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4~50대의 인구보다 더 금융에 취약한 계층이란 표현을 쓸 수 있는지는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앞으로 해당 ELS가 실제 손실상환이 되고 그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으나, 상품 판매과정에서 들었던 상품 구조에 대해서 “난 몰라요 은행직원이 알아서 다 처리한거에요”라는 식의 변명이 무조건 인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홍콩ELS” 사태는 왜 발생한 것일까?
ELS가 상환되었다는 의미는 기초자산이 중간평가일(만기이전에 조기에 상환 여부가 결정되는 날로서 보통 투자 후 6개월 주기로 이루어져 있음)까지 상대적으로 급격한 하락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기초자산이 중간평가일까지 급격하게 상승하였다면, 당연히 ELS는 상환이 이루어졌을 것인데 상환이후 기초자산 가격 조정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므로 재투자에 유의해야 할 것임은 매우 명확하다. 그러나 은행입장에서는 판매된 상품이 상환되면 재투자되어야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므로 내부성과목표의 달성을 위해 상품의 재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이 같은 과정은 기초자산의 가격수준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수레바퀴가 돌 듯 상환과 재투자 유치의 순환고리가 형성되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ELS 상품의 구조상 6개월내 10~15%의 하락까지는 상환이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어서 상환-재투자의 순환고리는 별문제 없이 돌아가다가 갑자기 기초자산 가격이 어느 순간 조기상환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예를 들면 약 2~30%하락) 비슷한 시기에 가입된 ELS가 동시에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과거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50% 이상 주가가 하락하여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이후에 최종 만기가 다가오기 전에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하여 무리없이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을 상환해줄 수 있었으나, 지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ELS”는 2021년에 발행되어 기초자산인 HSECI가 거의 3년이 다 되도록 의미있는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서 최종만기 손실 상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짚어보아야 할 점은 2021년에 발행되었던 모든 “홍콩ELS”들이 손실로 상환될 것으로 예상되는가 라는 점이다. 일단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상품의 조건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이 특정 수준이상을 유지하면 상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2021년에 발행된 상품 중에서도 일부는 이미 상환되었고 따라서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홍콩ELS”의 목록에는 빠져 있는 것이다. 통계학적으로는 이를 생존자 편향(Survivor’s Bias)이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는 조기 상환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ELS들 만을 대상으로 문제를 바라보면서 실제 발생된 원인에 대해서 왜곡된 해석이 발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현재 감독기관이 조사중인 불완전 판매의 이슈가 없다는 가정하에서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나 첫번째는 해당 ELS를 투자했던 타이밍의 이슈일 것이다. HSCEI가 단기고점을 형성하였던 시기에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한 것이 원인이다. 두번째는 앞서서 말했지만 조금 더 보수적인 구조의 ELS를 투자하지 못했던 점이다. 앞서서도 이야기하였으나 비슷한 시기에 발행되었던 동일 기초자산을 가진 ELS중에서도 투자 후 6개월만에 조기 상환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일부 수익을 희생하더라도 상환확률이 조금 더 높은 상품을 선택하였어야 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위의 두가지 이유를 보았을 때 판매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가정하에 이 사태는 결국 해당 기초자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투자의 실패로 해석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맺음말
지난 20여년간 ELS는 우리나라에서 출시되었던 금융상품 중에 가장 투자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그에 따라 큰 시장을 형성하였던 대표적인 상품이었다. 특히 통계적으로 높은 상환확률과 저금리 시대에 예금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였던 특성상 해당 상품의 성공은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오버슈팅의 국면에 상환된 ELS의 경우 바로 재투자하기 보다는, 어느정도 가격하락을 기다린 후 재투자하던가 상대적으로 기대수익을 낮추고 상환확률이 높은 구조를 선택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모든 투자의 선택은 결국 투자자의 책임이기 때문에, 비단 ELS뿐만 아니라 모든 투자에 있어서 해당 투자의 구조와 특성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스스로 마친 이후에 투자할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
물론 금융상품을 판매한 영업사원이 고객을 사기 기망의 의도를 가지고 투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갈취하려는 목적으로 불완전 판매를 자행하였다면 응분하는 법의 잣대로 처벌해야 할 것이나 단순히 본인의 투자선택이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을 때, 투자 당시 상품을 잘 몰랐고 설명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진 계약을 떼를 써서 취소할 수 있다는 편견을 시장 참여자에게 남기는 것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포퓰리즘이 자본시장에 똬리를 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이러한 비합리적인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투자의 스펙트럼을 넓혀 주었던 주요 상품이 혹시라도 사라지게 된다면 결국 그로 인한 보이지 않는 손실은 온전히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몫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필자소개 ]
김호영 위원은 서울대, 스탠포드대, 펜실베니아대에서 수학하고 LG투자증권을 시작으로 Citigroup Global Market Korea 파생상품팀 이사,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Equity파생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 KB증권 Equity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하였다. 특히 파생상품의 운용과 평가를 위한 모형개발을 담당하는 Quant 업무부터 ELS 상품의 개발과 운용, ELW/ETN/주식선물옵션 등 각종 주식파생상품 시장조성업무를 위한 상품개발및 운용, 시스템개발 등 제반업무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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