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은 개인을 호구로 보는 걸까?

평을 전문위원 승인 2019.03.18 00:00 | 최종 수정 2138.07.06 00:0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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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호구(虎口)는 원래 호랑이의 입이란 뜻이다. 바둑에서는 상대방 바둑돌 석 점이 둘러싸고 한쪽만이 트인 그 속을 말한다. 돌을 놓자마자 죽을 자리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나 멍청이만이 그 자리에 돌을 넣는다.

요즘 들어 호구라는 말을 많이 쓰고 듣게 된다. 비아냥거릴 때나, 자기자신의 멍청함, 한심함, 세상물정 모름을 한탄할 때 그렇다. 최근엔 여기서 파생된 '호갱'(호구 고객)이란 말을 더 많이 쓰는 듯 하다. 정보의 절대적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순진한 일반인 들을 등쳐먹을 경우를 빗대 표현한 말이다.

20년 정도 금융기관에서 일하다보니, 금융기관이 개인고객을 호구로 보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설령 금융기관이 개인고객을 대놓고 호구로 보는 경우야 없다 하더라도, 개인이 자기자신도 모르게 호구가 되는 경우는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사실, 자신이 호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만 해도 다행이겠지만.
 
주식시장을 한번 보자. 네이버 주식 토론방으로 대표되는 주식투자 증권사이트 토론방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운 것은, 외국인투자자, 기관 사이에 있는 개인의 힘겨운 싸움에 관한 내용들이 올라오는 경우다.

개인들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는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주에 가까운 말로 외인과 금융기관을 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들끼리 '대동단결'하여 외국인이나 기관의 호구가 되지 말자는 다짐도 한다.

사실 외국인이나 기관이 개인을 크게 의식하면서까지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전문성과 정보력을 갖춘 외국인 및 금융투자기관들 앞에서 개인은 호구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 많이 산 종목은 대부분 외인/기관이 판 종목이 되는데, 이 경우 개인이 수익을 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주식시장이 존재하는 한, 개인은 '영원한 호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들도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은행에서 대출금리 오르는 속도와 예금금리 오르는 속도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개인들의 대출환경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개인의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전에 미리 금리를 내려주는 은행은 없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개인들에게 돈을 떼이지 않을 충분한 보호장치 하에 개인대출을 실행한다. 또한, 방카슈랑스, 펀드판매 등 개인들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는 구조의 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은행이 개인고객들을 상대로 매년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보험사는 여러 다양한 보험상품들을 만들어내지만, 개인이 사고나 사망 등으로 보험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Winner는 항상 보험사가 되기 마련이다. 보험사는 사고나 사망 등의 확률을 감안하여 보험가격을 정하기 때문이다. 

가령, 만기 보장 보험상품이 있다고 치자. 보험회사는 '사업비'라는 명목으로 고객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에서 일부를 떼간다. 하지만, 보험가입자들 대부분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 무슨 무슨 연금보험 등의 수익률을 통지 받아 본 개인들이라면, 정기예금 수익률만도 못한 경우를 허다하게 보게 된다. 월급쟁이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은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개인은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회사나 은행은 상품 판매의 대가로 개인고객이 가입하자마자 바로 판매 수수료를 챙긴다. 고객들은 연 1% 남짓 수익도 못보는 경우가 많은데, 금융기관들은 수수료와 사업비 등의 명목으로 2~3%를 가입시점에서부터 떼어가는 것이다. 

이렇듯, 개인은 금융기관과의 거래에서 호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융회사는 끊임 없이 상품을 만들어 내면서 개인을 현혹시킬만한 광고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의 광고를 보면 톱스타를 쓰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이들 육아를 도와주고, 기업에 대한 법률적, 재무적 컨설팅을 해준다는지, 어려울 때 우산이 되어준다는 광고를 저마다 내세우지만, 실제로 광고내용이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그러면서도 주요 금융기관들은 매년 수조 원씩 이익을 낸다.   

금융기관과의 거래 또는 금융투자에서 개인이 '호구' 노릇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크게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금융회사가 두려워할 VIP고객이 되든가, 아니면 금융기관보다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전자는 다른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고, 후자는 개인으로선 영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좋은 대체투자를 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호구가 되지 않고, 심지어 금융기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으로 믿는다.

가장 큰 이유는 투자의 장기성이다. 대체투자는 3~10년간 이자 또는 배당을 받지만 투자원금이 묶이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개인도 좋은 투자처에 장기간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내고 금융기관을 이길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그 증거로, '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주식을 해본 사람은 잘 안다. 조급증만 아니었다면 엄청 높은 수익을 냈을텐데, '그 놈의 조급함' 때문에 적은 수익에 만족해야 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닐 것이다.

대체투자상품의 대부분은 3~5년 이상의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만약 좋은 대체상품이라고 한다면 은행, 보험 등 어떤 상품 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좋은 대체상품을 고르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원칙에만 충실하면 된다.  

글ㅣ평을, 칼럼니스트

<필자 소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국내 여러 금융회사를 거치며 금융회사들이 돈을 버는 기초적 방식 뿐만 아니라 변형된 방식도 경험하였다. 특히, 금융회사 직장인으로서의 생존을 위해, 기회와 위기에 맞는 금융 또는 투자상품을 설계, 개발, 유통 시키면서 20년째 여의도 금융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들어 언제라도 은퇴할 수 있는 심리적, 재정적 기반을 스스로 갖추었는 지를 고민 중이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일반 대중들에게는 제한적이었던 금융상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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