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무서울 정도로 기가 막히게. ‘제이’는 같은 기수 비전공자 중 가장 먼저 합격했다.
“일기 쓸 때도 무조건 합격한다. 무조건 ‘먼저’ 합격한다 이런 식으로.
이게 자극제가 되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중간중간 엄청 힘들었어요. 저는 막판에 많이 떨어졌어요. 다른 분들은 간 보면서 넣으셨던 것 같은데 저는 모든 곳에 다 넣었어요. 제 눈에 보이는 곳이면 어디든 하루에 막 서른 개씩 넣었어요. 그게 자격이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나중에 합격 후 확인해 보니 총 백 개가 넘었더라고요. 물론 서류 합격은 네 군데밖에 안 되었지만, ‘면접만 가면 다 합격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가 있었어요. 그래서 두 군데 먼저 합격하고 나서는 더 이상 면접을 진행하지 않았어요.”
물론 나는 수강생들이 아무 곳이나 지원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면 온 힘을 다해 지원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저만의 전략이었던 것 같아요. 나는 서류 합격률이 높을 수 없다. 진짜 오 퍼센트도 안되는 서류 합격률에서 면접 기회를 얻었다면 ‘무조건 어떻게든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면접에 올인했어요.”
매번 인정하지만, 취업은 전략이다. 거기에 오기와 집요함 그리고 타이밍이 잘 맞았다.
이제 ‘제이’만의 면접 비하인드를 들어볼 차례다.
“사실 기술 면접은 거의 달달 외워 갔어요. 예상 면접 질문이나 부트캠프에서 제공하는 모의면접 등을 활용해서 그냥 쿡 찌르면 답이 나올 정도로요. 사실 수강생 모두 동일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그러다 보니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내가 어떤 부분을 맡고 나의 강점이 뭔지를 STAR[1] 기법을 활용해 정리했어요.
[1] STAR 기법이란 미국 MBA 에세이를 준비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알려주는 글쓰기 구조다. 자신의 경험을 S(Situation), T(Task), A(Action), R(Result) 순서로 작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잡인터뷰에 요구되는 기술이기도 하다. https://en.wikipedia.org/wiki/Situation,_task,_action,_result
예를 들어 기술면접 질문이 나왔을 때 ‘내가 이 기술을 이렇게 써서 이렇게 해봤는데 이건 좀 어려웠는데 이건 좋았다’ 식으로. 기술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내가 프로젝트에서 많이 써봤던 것들을 같이 얘기했어요.”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했나요?
“제가 라이브 코딩 테스트도 봤는데, 사실 어떤 방법으로 풀어야 할지 몰랐어요. 근데 사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서 ‘모르겠다’라고 했어요.
‘그럼 추측이라도 해봐라’라고 해서 추측해서 답변했는데, 그 답이 틀렸어요.
끝나고 ‘질문하고 싶은 게 있냐?’ 했을 때 ‘그 질문을 왜 나한테 했고 저 답이 뭘까?’가 너무 궁금했어요.
아무튼 제가 여기서 떨어지면 그걸 써먹어야 할 텐데, 면접관이 주는 답은 제가 어떤 곳에서도 얻을 수 없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잘 몰라서 좀 배우고 싶은데, 질문의 답이 무엇이고 왜 여쭤보셨는지’ 설명을 부탁드렸어요. 면접관님이 친절하게 십 분 정도 설명을 해주셨고, 질문한 이유는 현재 풀고 있는 이슈라고 하시더군요. 아마 참신한 아이디어가 궁금해서였던 것 같아요.”
답변을 못 했는데 면접에서 합격한 이유는?
“너무 나이스하고, 재밌었고 여기서 떨어져도 ‘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토론하는게 면접이라면 백 번도 더 가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나중에 물어봤어요. 왜 합격했는지. 근데 그때는 인력이 필요하기도 했고 자세가 되게 좋았다고 들었어요.”
아무리 사람이 필요해도 개발 경력이 1도 없는 비전공자를 뽑을 수 있었던 것은 ‘ 얘가 뭔가 다르구나’ 즉, 개발 초보자의 열정과 집요함을 알아봐주는 면접관의 남다른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제이’는 그렇게 원하던 라이프스타일 전문 IT기업에 합격한다.
뒤돌아보니 본인이 취업하기까지 가장 잘한 점이 있다면?
“힘들었지만 중간에 포기할 마음을 단 한 번도 갖지 않았어요.”
취업 준비하는 분들한테 한마디.
“사실 주말에도 공부했어요. 주말에 쉬는 건 좀 사치라고 생각했었고, 직무 전환을 하려고 한다면 그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제이’처럼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절실함은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저는 개발자로 새롭게 시작했으니, 이제 해외에서 한 번 커리어를 쌓아보고 싶어요.”
이렇게 ‘제이’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이’와 처음 이야기를 나눠 본 사람들은 공통으로 ‘열정’이라는 키워드를 말한다. 솔직히 나처럼 중립적인 사람에겐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부를 대하는 태도,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통해 이제까지 만난 취준생 중 가장 ‘집요함’의 정석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하고 싶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다. 커리어코칭을 제대로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제이’를 생각하며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다시금 점검해 본다.
‘제이’ 카톡 프로필엔 ‘빨간 지프 위에 앉아 파란 바다 너머를 바라보는 뒷모습’이 보인다. 마치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을 새로 촬영하듯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글. 박신영
<필자소개>
현) 데이원컴퍼니 커리어 전문위원 _ 커리어코칭 및 컨설팅
현) 바른채용진흥원 센터장 _ 전문면접관
전) 커리어케어 이사 _ 미디어/소비재 컨설턴트
서강대 언론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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