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천(靜天)의 에너지 이야기 ] 자기계발 아이러니

정 천 전문위원 승인 2023.06.30 20:23 의견 0

소녀의 꿈

또래보다 키가 작은 소녀가 있었다. 배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키가 작아서 경기에는 거의 나가지 못했다. 작은 키 때문에 공격수는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열심히 연습한다면 최고의 수비수가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합에 나가서도 벤치에 앉아 있어야 했지만, 소녀는 좌절하지 않고 경기의 흐름을 파악했다. 어느덧 공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소녀의 키가 갑자기 키가 크기 시작했다. 이제 키는 소녀의 한계가 되지 못했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썰미, 그 동안 다진 기본기가 큰 키와 더해지면서 최고의 공격수로 급성장했다. 소녀는 한국 최고의 배구선수이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선수가 되었다. 이 소녀가 바로 김연경 선수이다.

(사진출처 : YES24)

자기계발의 늪

한 해가 절반쯤 가면 직장인들은 가슴이 답답해진다. 분명히 새해를 맞아 자기계발 계획을 세웠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무언가 시작해야 할지,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남은 시간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에 집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다. 영어학원이 되었든, 피트니스 센터가 되었든 일단 등록부터 했어야 했다.

(출처 : Freepik)

남들은 자기계발로 뭘 하고 있을까?

2021년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로 자격증 취득과 재테크 공부를 한다고 답했다.

직장인이 되자마자 자기계발 한다고 외국어 학원부터 등록했던 시절이 있었다. 퇴근시간도 정확하지 않았던 그때 저녁시간이 되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지친 직장인들로 외국어 학원이 가득 찼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흘러 직장에 인생을 걸기 보다 나만의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분위기가 늘어났다. 자격증을 따서 창업을 하거나, 재테크를 공부해서 돈을 많이 벌어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조기은퇴)족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출처 : 데이터솜)

자기계발의 형태가 조금 더 다양해진 것은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안타까운 것은 인문학, 교양, 상식을 위한 투자, 독서를 통한 자기계발 비중은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더불어, 여전히 김연경 선수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은 자기계발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건 이것은 칭찬인가? 마케팅인가?

대학시절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일본어 학원을 등록했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히라나가(ひらがな)도 가타카나(カタカナ)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수업시간이 절반쯤 지나면 잠이 부족해서 인지, 일본어 공부가 싫어서 인지 자꾸만 하품만 났다.

“여러분, 아침 일찍부터 공부하기 힘드시죠?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환경이 나빠지면 자신에 대한 투자를 제일 먼저 줄입니다. 책값을 아끼고, 공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입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은 환경이 나빠질 때 오히려 자신에 대한 투자를 늘립니다. 환경이 좋아지면 힘든 환경에서 자신에게 한 투자가 빛을 발하고 기회가 되어 돌아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여러분도 자신에게 투자한 것입니다. 열심히 하셔서 빛을 내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일본어 선생님께서 하신 이 말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자기계발의 형태가 자격증, 재테크, 운동 그 무엇이던 간에 결국 자신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새해 첫날에 세우고 1분기가 지날 때쯤 사라지는 그런 계획이 아니라 김연경 선수처럼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것이었으면 한다. 더불어, 그 도전과 투자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좋아지면 나에게 기회를 주어 나를 빛나게 하는 그런 것이었으면 한다.

글 | 정천 (靜天)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6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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