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트 시네 : 영화이야기 ] 일상의 문득... 아! 그 영화에서도 이런 ...!!! / 굿모닝베트남

Captain keating 승인 2023.03.26 13:45 | 최종 수정 2023.08.04 15:24 의견 0

몇주전 실로 오랜만에 동남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기나긴 가족회의 끝에 선택된 장소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베트남의 나트랑....거의 뭐 와이프님의 독단적 결정이긴 했지만 지긋지긋한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얼추 3년 동안 갈 수 없었던 해외여행을 가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여행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동남아 특유의 습함과 더위 !! 실로 오랜만의 재회였다.

숙소에서 시내로 이동하는데 왼쪽으로는 바다, 오른쪽으로는 울창한 숲이 이어졌다. 과거에 피비린내 나는 치열한 전쟁의 한 복판이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베트남전을 소재로한 수많은 영화들이 떠올랐다. 생각만 해도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로 하나같이 끔찍하고 잔인한 영화들.....그러다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던 영화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그 영화는 바로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굿모닝 베트남(1987)’.


로빈 윌리암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죽은 시인의 사회(1990)’, ‘미세스 다웃파이어(1994)’, ‘굿월헌팅(1998)’ 등 우리나라에서도 어느정도 히트한 영화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훨씬 전에 나온 영화로 로빈 윌리암스라는 이름을 헐리우드에 알리게된 작품이기도 하다.

‘굿모닝 베트남’은 미국 개봉당시 꽤 흥행에 성공한 영화인데 비해 국내에서는 제대로 개봉도 못한 영화...특별한 이유는 없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뭐 당시 국내 배급사들의 수준 낮은 안목 정도.....

하여튼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보면 ‘플래툰’, ‘풀 메탈 자켓’, ‘지옥의 묵시룩’ 등 처럼 격정적이고 처절한 전쟁장면을 떠올리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전쟁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사이공에 있는 공군방송국에 라디오DJ로 애드리안 크로너 (로빈윌리암스)라는 인물이 새로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크로너는베트남에 오기 전부터 코믹하고 유쾌한 방송으로 나름 인지도가 있는 인물, 그래서인지 주변 동료들은 그를 반갑게 맞이하지만 그의 직속상관인 특무상사만은 그렇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철저한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자신과는 달리 과도하게 자유분방하고 상명하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크로너, 거기다 자기도 함부로 컨트롤할 수 없는 방송국 최고 책임자의 낙하산 인사....

하여튼 이 둘은 영화가 끝날 때 까지 가까워지지 못한다. 이렇게 상관의 수많은 규제들을 모두 무시한 크로너 스타일의 첫 방송은 여과 없이 방송된다.

기존에 잔잔하고 다소 차분하게 시작했던 아침방송의 틀을 깨고 아침 6시 정각에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첫 멘트 “ Goo~~~d morning Vietnam !” 이 멘트를 시작으로 정신없이 없이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코믹한 성대모사와 잠을 확 깨우는 신나는 로큰롤 음악들.....단 한번의 방송으로 크로너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이후의 모든 방송들이 베트남에 있는 모든 미군들에게는 화재거리가 된다.

크로너가 이렇게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던 중 그를 첫눈에 반하게 만든 청순하고 순박한 베트남 여성 트린이 등장한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적극적인 크로너와는 달리 트린은 미국인인 그를 다소 부담스러워 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크로너가 아니다. 트린을 무작정 쫒아가는 크로너 지금 같으면 스토킹으로 신고될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뭐 스토킹이란 말도 없었을 테니까....그러던 중 우연히 그녀가 영어수업을 듣는 것을 알게되고 영어강사에게 말도 안되는 거짓말(“제가 시한부 판정으로 두달밖에 못사는데, 죽기전 영어강사를 해보는게 소원입니다.”)과 약간의 금전으로 크로너 자신이 강사가 되는데 성공한다.

예상되겠지만 그의 영어수업 역시 파격적이다. 비속어는 기본이고 상황극을 만들어 미국식 욕설을 연습시키기도 한다. 이런 이상하고 장난 같은 그의 수업은 과연.......결과는 대박..!!! 기존에 지루해하던 학생들마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수업에는 활기가 넘친다, 이렇게 베트남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친근하게 지내는 크로너의 모습에 트린도 점점 마음을 열게되고 드디어 첫 데이트에 성공하게 되는데......

영화는 이렇게 소소한 이야깃거리로 중반부까지 스토리를 이어간다. 그러나 중반이후 미군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이 사건을 방송으로 알리려는 크로너와 감추려는 특무상사.....결국 크로너는 명령을 무시하고 방송에서 이 사건을 말해버리고 이 일을 빌미삼아 크로너 대신 그동안 이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호크 중위(브루노커비)가 마이크를 잡게되는데.......

반응은 예상대로 폭망.....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호크중위는 방송국 내에서도 자신 외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썰렁한 개그코드로 유명하고, 그의 음악취향 또한 최악인 인물. 호크중위의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방송국에는 난리가 난다. 빗발치는 항의 전화와 온갖 욕설로 가득 찬 비난의 편지가 하루에도 수백통씩 쏟아지고, 이로 인해 크로너느 다시 방송에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하지만 복귀 명령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 큰 회의를 느낀 크로너는 떠나려한다. 이때 그를 아껴주는 동료 가릭(포래스트 휘테커)이 군인들에게 그의 방송이 가지는 의미를 일깨워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가릭이 크로너를 한참 회유하려 옥신각신 대화를 이어가던 중 그들 옆으로 군인들을 가득 태우고 격전지인 나트랑으로 이동하는 수많은 군용트럭들을 만나게 되고 여기서 가릭이 군인들에게 물어본다 내옆에 있는 이사람이 누군지 아냐고, 그리고 말한다. 이 사람이 그 유명한 애드리안 크로너 라고,

크로너의 얼굴은 모른체 목소리만 들었던 군인들은 그가 진짜 크로너인지 증명하라는 의미로 그의 전매특허 멘트 “굿모닝베트남”을 요청한다. 처음에 꺼려하던 크로너도 못이기는 척 반응한다. “Goo~~~d morning Vietnam !”그리고 실제 라디오방송을 연상케하는 속사포 레파토리와 현장의 군인들과 출연시킨 코믹한 인터뷰까지. 전장에 나가는 우울함으로 가득 찼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어버린다.

군인들은 짧은 순간이지만 자신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준 크로너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다시 전장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크로너는 그들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본다...꽃다운 청춘에 전쟁의 한복판으로 끌려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이 영화는 이렇게 잔인한 전쟁 장면 없이도 전쟁의 암울한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들은 반전의 의미를 전쟁의 끔찍함, 그리고 그런 잔인함에 무뎌지는 군인들의 모습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작품은 우리 마음속의 조용한 질문 하나를 던지면서 반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왜 그들이 적군이었고, 수많은 젊은 청춘들은 왜 그곳에 있었는지.......”

이 작품은 영화계에서 별볼일 없었던 로빈 윌리암스에게 본격적인 영화배우의 길을 열어준 영화이고, 또 조연으로 등장한 포레스트 휘테커 역시 헐리우드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준 영화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로빈윌암스의 젊고 풋풋한 모습이 궁금하거나,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영화가 땡기는 이들은 한번쯤 찾아봐도 괜찮을 영화 ‘굿모님 베트남’......

글 : Captain keating

<필자소개>

재미있는 영화를 감상할때 가장 행복한 국내 은행 재직중인 평범한 아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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