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가족들에게 겨울바다 한번 보러가자는 핑계로 서해바다로 가족 휴가를 다녀왔다. 겨울바다는 핑계였고 월급쟁이다보니 밀려밀려 여름에 못쓴 휴가를 어쩔 수 없이 연말에 쓰게 되었고, 산보다는 바다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 혹시 모를 반대에 대비해 그렇게 말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떠난 여행은 갑작스런 자연재해로 인해 실망과 지루함 그리고 공포심 까지.....
몇 십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 강풍, 추위 그것도 그 시간 그 한 가운데 우리 가족이....휴가기간 내내 나를 쳐다보는 딸과 와이프의 따가운 시선......만약 친구들과 같이 갔다면 욕이 오고갔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리조트에서 하염없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바다를 감상하는게 다였던 휴가.....
그렇게 한참동안 눈만 쳐다보니 편안해지기도 하면서, 눈과 관련된 영화들이 떠올랐다. 무섭게 휘몰아치는 눈보라 그 속에서 고립된 우리 가족들... 이런 상황에서 문득 떠올린 영화는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샤이닝’.
이 영화는 스포도 많이 되고 유명한 장면들이 많아 국내 영화 애호가들은 모두 알만한 영화일 것이다.
예를 들면 부서진 문짝 사이로 보이는 잭니콜슨의 광기어린 얼굴,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틈으로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지는 장면 등.... 하지만 이 영화를 시청한 국내 영화인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유는 영화제작 년도는 1980년 5월인데 비해 국내상영은 2019년 1월에 개봉되었기 때문이다.
이유는.........글쎄............모르겠다.
나도 캐나다 어학연수중 룸메이트가 비디오가게에서 빌려와 혼자보기 무섭다고 같이 보자고 하길래 우연한 기회에 시청하게 되었고, 그 이후 국내에서 이 영화를 본적은 없다.
영화 ‘샤이닝’은 스텐리큐브릭 감독의 욕심이 과하게 반영된 영화이다. 재난, 고립, 귀신, 전생, 반전 등 스릴러나 호러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
영화는 소설작가인 잭 토랜스(잭니콜슨)가 아내 웬디(셜리듀발), 아들 대니(대니로이드)와 함께 5개월간 폭설로 고립된 호텔의 임시 관리인으로 오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잭은 매년 겨울이면 폭설로 운영하지 않는 호텔의 5개월짜리 임시 관리인 자리를 제안 받는다.
잭은 면접당시 호텔사장에게서 과거 있었던 임시관리인의 끔찍한 살인사건 얘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이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사장의 경고에도 잭은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고, 처음 호텔에 대한 자잘한 것들에 대해 소개받는 장면에서도 시종일관 만족감을 드러낸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시직이지만 특별히 신경 쓸 일도 없고 게다가 수입도 나쁘지 않은 호텔관리인 자리가 소설작가인 잭에겐 집필에 집중 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였으니 말이다 .
하지만 영화를 다 보면 알게된다. 호텔사장의 그 말이 이 영화 처음과 끝 모든걸 암시하고 있다는 걸 .....(스포스포)
이렇게 언뜻 보면 지극히 평범하게 호텔 생활은 시작되고, 잭은 자신의 계획대로 집필에 집중한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소재는 아들 데니의 ‘샤이닝’이라는 특별한 능력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샤이닝’이란 능력은 사물이나 멀리있는 이들 심지어 죽은 이들과 소통하는 능력이라고 하는데...... 글쎄......영화 에서 대니에겐 능력이라기 보단 저주 쪽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런 능력은 대니가 호텔에서 같은 능력을 지닌 요리사 홀로랜과 만나면서 구체적으로 정의화 된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불쌍하게 느껴지는 인물이 바로 이 홀로랜 이다...등장과 퇴장이 너무 허무한 인물임.....너무 허무해서 차마 스포를 못하겠음...직접보고 나의 이 허무함을 같이 느껴보길.....
모든 공포영화의 공식 레파토리가 이 영화에도 존재한다.
“다른 곳은 다 들어가도 되지만 저 방(237호)만은 들어가지 마세요....” 하지만 모두 알겠지만 누군가 꼭 들어간다. 누군지는 예상 하고도 남는다...... 맞다..... 그녀석.....!!!
점점 미쳐가는 잭 그리고 그를 지켜보며 두려워하는 웬디, 그러면서도 웬디는 아들 대니를 지키기 위해 토랜스와 정면으로 맞선다. 그리고 허무하고 어이없는 액션으로 웬디의 승........
영화의 줄거리는 여기까지 말하고 말아야 겠다....왜냐하면 더 이상 스포할 줄거리가 없다.
영화를 보게되면 느끼겠지만 일반적인 공포영화에 비해 스토리에 군더더기가 없다. 없어도 너무 없는게 문제, 그래서 전개도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일반 공포영화를 보면 공포감을 더하기 위해 공포스러운 장면이나 끔찍한 장면을 과하게 끼워 넣는 반면 샤이닝에선 줄거리에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아예 없다....
“이 장면이 빠지면 스토리전게가 안되겠구나” 하는 장면 말고는 정말로......없다...
특히 엔딩장면을 보면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Tvn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의 허무한 엔딩이 생각날 정도로 정말로 그냥 ‘끝’.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것은 점점 미쳐가는 잭니콜슨의 눈빛 연기..... 처음의 평범한 가장의 모습에서 점점 광기에 점령당하는 눈빛연기는 변화의 체감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잭니콜슨은 눈빛으로 말하는 배우... 샤이닝 이전에 출연한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1977년)에서는 처음 뺀질이 좀도둑의 불량스런 눈빛부터 부조리에 맞서는 의지와 분노가 가득한 눈빛, 그리고 마지막에 감금, 폭행 게다가 과다한 약물투여로 초점없이 모든걸 체념한 눈빛까지......
영화‘샤이닝’의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이 영화의 대한 애착이 꽤 남다르다. 이후 2편의 영화에서 이영화가 재등장한다. 2018년에 개봉한 스티븐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주인공이 가상현실에서 적들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그들을 유인할 장소로 선택한 장소가 바로 샤이닝의 오버룩 호텔이다.
그리고 2019년 개봉한 ‘닥터슬립’은 아예 샤이닝에서 살아남은 아들 대니(이완맥그리거)가 주인공이다. 나에겐 예상외로 꽤 재미있었던 영화중에 하나다. 별 기대를 안하고 봐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각기 다른 샤이닝 능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생명연장을 위해 능력자들이 죽을 때 나오는 기운....영혼....모르겠다 하여튼 죽을 때 무언가 연기처럼 나오는데 그걸 소유하려 무리지어 능력자들을 찾아 무참히 죽이고 그런 무리들과 맞서는 대니와 또 한 능력자의 이야기가 나에겐 꽤 흥미로웠던 것 같다......오히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샤이닝을 따로 찾아 보는 이들도 꽤 많을 것이다.
영화‘샤이닝’은 나에겐 “우와 정말 재밌는데...!!” 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중간 중간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고 예를 들어 과연 잭은 언제부터 미쳐 있었나? 이 궁금증은 영화를 2/3쯤 보다보면 누구나 가지게 된다. 아들 대니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고 본인도 대니가 아니라고 말한다. 마치 영화 ‘엑소시스트(1975)’에서 악령에게 영혼을 점령당한 여자아이처럼 말이다 이런 기이한 행동을 하는 대니가 엄마 웬디에게는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래서 어떻게든 병원을 데려가기로 결심하게 되고, 그걸 상의하기위해 잭의 작업실을 가게 되는데 그곳에 잭은 없고 그가 집필하고 있는 원고를 보게된다. 그러나 그동안 토렌스가 작성한 수백장의 원고에는 “일만하고 놀지 않으면 잭은 바보가 된다.(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라는 문장만 가득하다. 그렇다면 잭은 호텔에 들어서면서 미쳐있었다는 말이 되는데.......그렇지 않나..??? 영화의 뒷 이야기 지만 저 수백장의 원고를 스텝들이 돌아가면서 미친 듯이 타이핑 했다는...그래서 인지 장마다 문장의 배열이 제각각이기도 하다......
또 앞뒤가 애매모호한 부분도 몇몇군데 있다(나만의 생각일 수 도 있음), 스텐리큐브릭 감독의 영화들의 특징이긴한데....어쨌든.....
최근 얘기되고 있는 감독과 여배우(셜리듀발)와의 불화설도 이 영화를 볼 때 눈여겨 볼만하다. 셜리는 큐브릭 감독의 억압과 괴롭힘에 신경쇄약을 앓았고 그 때문에 샤이닝출연 이후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다 일찍 영화계를 떠났는데 최근 인터뷰에서 공개된 그의 현재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면서 애처롭기까지 하다. 물론 큐브릭 감독은 극구 부인하는 상황이지만 당시 스텝들의 증언에 따르면 불안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웬디의 캐릭터완성을 위해 일부러 억압하고 괴롭혔다는 말들이 나오는 상황.....
이렇게 영화‘샤이닝’은 영화 자체의 스토리보다 풍부한 뒷이야기, 그리고 잭니콜슨의 젊은 시절의 연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한번쯤 볼만한 영화인건 확실하다.
혹시 특수효과 없이 사람연기가 주는 공포의 80년대 영화가 땡기는 분들은 한번쯤 찾아보시길.....
눈보라가 치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문득 떠오른 영화한편 ..................
글 : Captain keating
<필자소개>
재미있는 영화를 감상할때 가장 행복한 국내 은행 재직중인 평범한 아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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