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수국'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수국의 학명은 ‘Hydrangea macrophylla (Thunb.) Ser.’ 이다.
Hydrangea는 그리스어로 '물'이라는 뜻이며, macrophylla는 '아주 작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은 꽃들이 많이 모인 물을 아주 좋아하는 꽃이라는 뜻이다.
무더운 여름 더위 속에서 시원하게 펼쳐지는 수국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청량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다양하고 선명한 색감과 꽃의 풍성함은 수국꽃이 피어있는 곳은 어디든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함께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곳 제주에도 수국 핫플레이스가 몇 곳 있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들려야 하는 필수코스이기도 하다.
색상이 화려하여 멀리서 보는 것도 아름답고 배경으로 사진에 담는 것 만으로도 손색이 없기에 수국꽃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시는 분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어디서나 다양한 수국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눈썰미가 있는 분들은 수국에도 품종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 새로운 품종들이 만들어지고 있어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이기도 한다.
제주 토종수국인 '산수국'
제주도에서 걷다보면 볼 수 있는 제주 토종수국인 산수국 또한 제주를 찾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눈여겨 찾아볼 만 하다.
산수국은 오름에서부터 한라산에 중턱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산골짜기 작은 숲이라고 하면 어느 곳이든 쉽게 볼 수 있다.산수국은 범의귀과 식물로 산(山:산에서 자란다) 수(水:물을 좋아한다) 국(菊:국화꽃처럼 풍성하다)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산과 물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피는 꽃이라 말할 수 있다.꽃의 모양을 보면 가운데는 암수술이 있는 진짜 꽃이 있고 주변을 돌아가면서 가짜 꽃이 있어 원반 같은 모양으로 하나의 꽃을 이룬다
산수국의 꽃은 흰색, 분홍색, 파란색 등 다양한다. 분홍 꽃이라 해야 할지, 파란 꽃이라 해야 할지 헷갈릴 만큼 기묘한 색깔의 꽃을 가졌다. 또 처음에는 흰색으로 피었다가 푸른색이나 분홍색으로 꽃이 변하기도 한다.
이것은 토양의 산도 때문이라 하는데 흙의 성질이 산성이 강하면 파란색, 알칼리성이 강하면 분홍색, 중성이면 흰색의 꽃이 달리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모습 때문인지 산수국의 꽃말도 ''변하기 쉬운 마음''이다.
산수국을 제주에서는 꽃의 색깔이 파란색의 도깨비불을 닮았고 꽃의 색깔이 자주 변한다 하여 도체비고장 또는 도체비꽃이라 불려지며 이런 이유로 집 주위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시인 정지용은 백록담이란 시에서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 모퉁이 도체비꽃이 낮에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라고 표현한다.
수국 키우기 '화아분화(花芽分化)'
이쯤되면 집에서도 수국을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수국은 키우기도 쉽고 주변에서 구하기도 쉽다. 화분 흙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주기만 하면 된다. 다만 화분으로 집안에서 키우는 경우에는 다음해에도 다시 예쁜 꽃을 보기 위해서는 수국의 생리작용을 잘 이해하고 관리해주어야 한다.
생리작용 중에는 식물의 화아분화(花芽分化-식물이 생육하는 도중에 식물체의 영양 조건, 기간, 기온, 일조 시간 따위의 필요조건이 다 차서 꽃눈을 형성하는 일)조건을 맞추어 주는게 중요한데, 수국은 장일조건(여름)에서 영양생장이 이루어지고 단일조건(겨울)에서 화아분화가 진행된다. 일장 뿐만 아니라 온도도 영향을 주는데 야간온도가 21도 이상이 되면 화아분화가 지연되고 27도 이상이 되면 생리장해를 입게 된다. 또한 온도가 11도 이하로 떨어지면 단일조건이라도 화아분화가 억제되고 식물은 휴면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화아분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야간온도(11~18도)와 일장조건(8시간)을 맞추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생리작용 때문에 외부에 심어져 있는 수국과는 다르게 화분으로 실내에서 키우고 있는 수국은 화아분화 조건을 맞추어 주기 위해 조금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분들도 가까이에서 화려한 수국꽃을 볼 수 있도록 수국화분 하나를 들여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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