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ner's path ] 식물도 분에 맞게 살아야 한다.

양 혁 전문위원 승인 2022.03.13 14:53 | 최종 수정 2022.03.13 14:55 의견 0

식물도 분에 맞게 살아야 한다.

여기서 분은 화분(花盆-꽃을 담는 그릇)의 분이다. ‘분수(分數)에 맞게 살다’의 분은 아니지만 어찌보면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식물들도 자신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저마다 다르다. 아무데서나 막 자라는 건 아니란 얘기다. 저마다 생육온도, 습도, 채광, 수분량, 토양 등 적정요구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드너들의 가장 큰 고민도 어떤 식물들을 적정 환경에서 심고 키워야 잘 자랄 수 있을까 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카멜리아힐에는 4년 전부터 조성해오고 있는 가을정원이 있다. 약 3천평 정도 되는 정원에 그라스정원과 그라스&플라워정원 두가지 컨셉으로 조성이 되어있다. 해마다 새로운 초화류들을 선정하여 식재하고 있는데 농담 삼아 ‘제주도에서 가장 초화류가 생장하기 어려운 환경인 이곳에 정원을 만들어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라고 얘기할 정도로 초화류가 생장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카멜리아힐 가을정원

삼다도(三多-바람, 돌, 여자)에 걸맞게 수시로 불어오는 강풍과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이 제주도이다. 흙에 돌도 많아 식물 뿌리가 내리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카멜리아힐이 위치한 제주도 서남쪽은 곶자왈이 많아서인지 안개가 끼는 날이 많다. 몇년전에는 5~6월에 걸쳐 5주 정도 매일 안개가 낀 날이 있었는데 그때 초화들이 해를 보지 못하고 습해서 대부분 녹아 죽어버렸던 일들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여기 환경에 견딜 수 있는 초화류들을 찾고 다시 식재하는게 반복되는 일이다.

이제 주제로 돌아가서 화분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처음에 식물을 화분에 심고 일정 수준으로 식물이 자라면 다른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준다.

식물을 화분에 심는다는 것은 식물의 생장 환경을 인위적으로 바꾼다는 얘기이다. 그러기에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관리가 따라오게 되어있다.

관리 항목 중 꼭 필요한 항목은 채광, 온도, 수분량

관리 항목 중 꼭 필요한 항목은 채광, 온도, 수분량 세가지로 이것 때문에 화분 속에 있는 식물이 내 기대와는 다르게 죽어버릴 수 있다.

첫 번째 채광으로 식물은 양지, 반양지, 반음지, 음지 식물로 나뉜다. 각각의 식물의 특성에 맞게 화분을 놓는 위치를 선정해야 한다. 무조건 해가 잘 드는 곳에 둔다고 식물이 잘 자라는건 아니므로 먼저 식물의 특성을 확인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주거환경이 많다 보니 화분을 들여놓는 분들이 식물등을 설치해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요즘 유행하는 플랜테리어 시대에 필수적인 아이템 중 하나가 식물등이다.

두 번째 온도는 최근 들어 키우는 식물 종류가 다양해지다 보니 식물들의 적정생육온도와 한계온도를 잘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 아파트 베란다나 외부에 화분을 놓을 때에는 반드시 그 식물이 월동이 가능한지를 확인한 후 월동이 안되는 식물은 겨울철에는 거실 안쪽이나 실내로 들여놔야 한다.

그리고 일부 구근 식물들과 수국처럼 겨울철 동안 저온을 먹여야 새순에서 꽃이 피는 식물들도 있다. 여름철 화원에서 예쁜 수국꽃이 좋아 집에 들여놓았다면 겨울에는 반드시 집 밖이나 외부에서 5도 이하의 온도에서 40일 정도 추위를 견뎌야만 이듬해 다시 꽃을 볼 수 있다. 이를 화아분화(花芽分化-식물이 생육하는 도중에 식물체의 영양 조건, 기간, 기온, 일조 시간 따위의 필요조건이 다 차서 꽃눈을 형성하는 일)라고 한다.

세 번째로 수분량은 오늘 필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만약 당신이 키우던 식물이 죽었다면 물을 적게 주어 말라 죽는 것 보다는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많이 줘서 과습으로 죽었을 확률이 훨씬 높다. 잎끝이 갈색으로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물이 부족해서 말라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자꾸 물을 더 주다 보면 그 식물은 결국 고사하고 만다. 주로 뿌리가 과습일 경우 잎끝이 갈색으로 타들어 가기 때문이다.

토양에는 적정 공극률이 있다.

고상:액상:기상이 50:25:25 정도로 구성이 되어있는 토양이 식물이 자라기에 가장 좋은 공극률의 토양이다. 여기서 고상을 흙이나 모레, 돌과 같은 성분을 얘기하며 액상은 수분이고 기상은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기층을 말한다.

흔히 점토질의 토양이라면 고상이 높을 것이고 모레 성분의 사토라면 기상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주변 마당이나 밭에 있는 흙을 화분에 사용한다면 고상이 높고 기상이 낮아 식물에 물을 줬을 경우 물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오랫동안 갇혀있게 된다. 이런 흙이 식물이 과습으로 죽게 되는 원인이 된다.

화분에 사용할 흙이라면 흙 이외에 마사토, 펄라이트, 녹소토, 훈탄, 질석, 코코피트, 바크 등 흙의 공극률을 좋게 만들어 물빠짐이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원예자재들이 많다.

기존에 생육이 별로 좋지 않은 식물들도 이런 구성의 흙으로 분갈이를 해주면 눈에 띄게 생육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분갈이방법

그리고 식물의 과습을 막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식물의 크기가 아닌 뿌리의 크기에 맞는 화분을 사용하는 것이다. 너무 적은 화분을 사용하면 뿌리가 꽉차서 생육에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너무 큰 화분을 사용하면 뿌리에 필요한 수분량보다 불필요하게 많은 수분을 공급받게 되어 과습의 원인이 된다. 식물의 성장과 뿌리 생육 상태를 보면서 적당한 크기의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주는 게 식물에게는 좋다.

예로 한가지를 보자면 내가 관리하고 있는 동백화분들 중에 삽목으로 키운 유묘를 보유하고 있는 사각화분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에 식재하고 있었다. 보기에도 나무에 비해 화분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장이 다른 애들에 비해 멈춰있는 것처럼 보여서 뿌리를 살펴보니 예상했던 데로 뿌리발육이 부족한 상태였다. 본인 덩치에 비해 큰 화분에 심겨져 있는 동안 과습으로 뿌리 발육이 멈춰있던 거였다. 식물의 뿌리는 본능적으로 물을 찾아 뻗어나가게 되어있는데 과습으로 굳이 뿌리가 물을 찾아 뻗어나갈 필요도 없었고 과습 상태로 자칫 뿌리가 썩어 버릴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 그래서 뿌리 크게에 맞는 작은 화분으로 분갈이해주고 당분간 뿌리발육에 집중시켜주기로 했다.

너무 큰 사각화분
유묘 뿌리 발육상태 확인
분갈이 이후

화분의 종류도 일반 플라스틱 화분보다는 토분을 사용하면 토분이 숨을 쉬기 때문에 뿌리의 생육에 좋고 요즘에는 에어포트라는 이름으로 특화된 화분들도 있어서 식물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원예자재들이 많다.

요즘 반려식물이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시대이다. 플랜테리어가 각광을 받고 있다.

여러분들도 집안에 반려식물 하나쯤은 들여놓아 키워보며 재미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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