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A ship is in harbor is safe, but that is not what ships are built for.” by John A. Shedd
현재에 만족하는 인간은 없다.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생계를 위해서 우리는 계속해서 무엇인가 추구한다. 문제는 방향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멘토(Mentor)를 찾는다.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와 같은 유명한 학자들의 책을 읽는다. 유명인들의 강연에 간다. 주변에 학식과 성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한다. 그러나 책을 덮은 후에도, 그들을 만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늘 허전하기만 하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멘토들이 해답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Don’t Let Anybody Steal Your Dream
이대희 감독의 영화 <파닥파닥>(2012)은 횟집 수족관에 갇힌 고등어 ‘파닥파닥’이 겪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파닥파닥’은 끊임없이 바다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수족관에 갇히고 만다. 인간의 시각으로 보면 ‘파닥파닥’이 바다로 돌아가려는 노력은 사소하고 의미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파닥파닥’에게 탈출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삶을 바꿀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 또는 <크랩 이론>(Crab Theory) 이라는 이론이 있다. 양동이 안에 게들을 집어넣으면 어떤 게는 양동이 밖으로 탈출하려고 한다. 그러면 옆에 있는 다른 게가 탈출하려는 게를 방해한다. 이 이론은 양동이 속에 있는 게들의 행동 습성을 통해 만들어졌다. 자신이 가질 수 없다면 다른 이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인간의 이기심을 묘사한 이론이다. 집단에서 한 구성원이 우월하다고 평가받으면 다른 구성원들이 질투, 열등감 등을 느껴 우월하다고 평가받는 그 구성원의 자신감을 줄이는 행동을 해 성공을 방해하는 행동을 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최선의 선택을 위한 도전에 가장 방해되는 사람은 오히려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또한 누군가에게는, 특히 아무것도 하지 않던 누군가에게는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때 그들은 마치 내 앞에 도움을 줄 것처럼 나타나 나의 자신감을 깎아 내리기 시작한다.
“네가 아직 도전하기는 너무 일러”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조금 더 신중해 봐”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을 텐데, 쉽지 않을 거야”
그 도전을 포기하면 그들은 뒤에서 웃을 것이다. 도전하다가 실패하면 ‘거봐 내 말이 맞지’ 라고 하며 쓰러져 있는 나를 다시 밟는다. 혹시 성공이라도 하면 자신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자화자찬(自畵自讚)을 아끼지 않는다.
나라는 배를 항구에 묶으려는 자들이다. 하지만 나라는 배는 항구에 있기 위해 만들어진 배는 결코 아니다.
가짜 군기의 어이없음
대학교에 입학했다. 꼭 두 가지 하고 싶은 것이 있어 동아리를 찾았다. 하나는 밴드였다.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선배들은 음악을 가르치지 않았다. 음악이 아닌 군기와 조직에 적응하는 법을 가르쳤다. 군기를 강조하는 그들 중에는 심지어 군대도 다녀오지 않는 미필자, 여자들이었다. 이름이 알려지기도 전에 그곳을 떠났다.
다른 하나는 영화였다. 시나리오를 쓰거나 직접 연출도 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선배들이 따뜻하게 대해줬다. 그런데 유독 남자선배 하나가 나를 괴롭혔다. 만날 때마다 은근히 사람을 무시하는 말투로 나를 대했다. 다른 여자선배가 왜 그러냐며 말렸다. 하지만 장난으로 하는 행동이 아님을 느꼈다. 결국 그 곳에서도 더 이름이 알려지기 전에 떠났다. 며칠 후 길에서 그 선배를 만났다. 나는 모른체하며 지나갔다. 몇 걸음 뒤에서 나를 부르던 그 선배가 다시 내게 걸어와서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너...조심해…”
그 후 다시 그를 만나지 못했다. 10년쯤 후 회사 근처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동료들과 점심식사 후 농담을 하며 걷고 있었다. 그런데 저 쪽에서 그 선배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러나 그때와는 달랐다. 긴장한 모습으로 선배의 뒤를 걸어가는 신입사원의 모습이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 듯했다. 계속 쳐다보자 긴장한 듯 눈을 내리깔더니 자신의 선배를 따라 걸어갔다.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군기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군기(軍紀, Military Discipline)란 군대의 기강을 말하며, 효율적인 전투와 강한 군사력을 갖기 위한 필수요소다. 그런데 군대도 아닌 곳에서 군가를 잡는 사람들이 있다.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군사정권이 싫어 민주화 투쟁을 했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군기는 진짜 군기가 아니다. 양동이 속에서 다른 게처럼 다른 게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단지 나이가 많고 조직에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로 위계(位階)를 내세우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정받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생긴 외로움의 표현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훌륭한 선배나 리더는 군기를 입에 달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후배와 팔로워들이 따른다. 그리고 군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그 군기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후배가 생긴다는 것을 말이다.
글 | 정천(靜天)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6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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