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연한 65세' 시대의 의미

양호길 전문위원 승인 2019.04.04 00:00 | 최종 수정 2138.07.14 00:00 의견 0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필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최근들어 대법원이 사회적으로 주목할 만한 판결을 잇달아 선고하고 있습니다. '가동연한'에 관한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동연한의 의미를 알아보고 실제 사례의 판결요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동연한은 일정한 직업을 갖고 일을 할 경우,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소득을 발생시킬 수 없다고 인정되는 시점의 나이를 의미합니다. 소득기한·소득연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각종 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또는 영구적인 장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보통, 사망 사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사망자의 일실수입을 산정합니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경우에는, 도시일용노임 (참고로 2015년 상반기 도시일용노임은 월 189만9438원, 2019년은 월 246만8087원)을 기준으로 가동연한까지 일할 수 있었다고 가정하고 계산합니다.  

이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보는 것이 종래 대법원의 입장이었습니다. (1989.12.26. 선고 88다카 16867)

하지만, 대법원은 한 사건을 계기로 기존의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2018다248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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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군(남, 사고 당시 4세)은 2015년 8월9일 가족과 함께 수영장에 놀러 갔다가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박 군의 유족은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 법원을 거쳐 사건을 접수한 항소심 서울고등법원은 종래 대법원 판례에 기초하여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사망한 박 군이 21개월의 군 복무를 마친 2031년 12월7일부터 만 60세가 되는 2071년 3월6일까지, 도시일용노동에 종사함을 전제로 일실수익을 생계비를 공제한 2억8338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또한, 수영장 운영업체의 과실비율을 60%로 인정한 뒤 1억7416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위자료 제외 금액이며, 1심 법원은 위자료 6000만 원, 항소심 법원은 8000만 원 인정). 

그러나, 유족 측은 이러한 판단에 수긍하지 않고 가동연한이 적어도 만 65세까지라고 주장하면서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기존 판결이 선고되었던 1989년과 비교해 2019년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히 변했고 관련 법령이 개정되었으므로 이에 맞추어 가동연한도 65세까지로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판결의 근거로 ①국민 평균여명의 증가 (1989년 남 67세 여 75.3세 / 2017년 남 79.7세 여 85.7세)  ②1인당 GDP 증가(1989년 6516달러 / 2018년 3만 달러) ③육체노동자 정년 증가 (1989년 만 58세/ 2013년 이후 만 60세) ④고령자 경제활동 참가 증가 (1989년 54% / 2017년 61.5%) ⑤고용보험법 적용 범위 확대 (1993년 제정 시 60세 미만 / 2013년 개정 이후 65세 미만) ⑥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장 (2013년 이후 61세/2018년 이후 62세/2023년 이후 63세/2028년 이후 64세/2033년 이후 65세)  ⑦각종 사회보장 법령상 65세가 기준(기초연금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⑧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상 노령화지수(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비율)를 제시하였습니다. 

즉, 가동연한 인상의 문제는 단순히 손해배상 소송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 정년, 고용보험, 국민연금 및 사회보장제도 전반과 국가 재정에 영향을 주는 등 파급효과가 광범위하므로 주목받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날 의료기술의 발달과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60세는 은퇴노인이 아니라 여전히 일할 수 있는 현역으로 여겨질 정도로 사회적인 인식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린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사회변화를 수용하는 법의 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ㅣ양호길, 변호사

<필자 소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33기)을 수료하였다. 법무법인 및 상장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7년부터 법무법인 동률에 합류하여 구성원변호사로서 기업법무, 건설부동산, 문화예술 분야 저작권 및 형사 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다수의 사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다. 기업경영 관련 법률을 일반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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