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가 법제화되었다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2019. 7. 16.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한 후 이를 금지하였습니다.
개정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하며,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사용자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 시 근무 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만약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을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에게 압박감, 고립감, 모욕감을 주고, 자존감을 훼손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사소한 일에 트집을 잡거나 시비를 걸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님에도 도저히 시간 내 끝낼 수 없는 많은 양의 일을 요구하며,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부당하게 낮게 평가하고, 계속적으로 해오던 주요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하면서 단순하고 불쾌한 업무를 지시하며, 성과를 가로채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없도록 암묵적으로 압력을 가하거나 요구를 무시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 보도된 간호사 태움 문화나 모 기업 임원의 막말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에 다른 직원에게 일을 부탁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동료로부터 격리된 위치에 책상을 이동, 상사가 비아냥을 반복하여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적 합리성이 없는 엉뚱한 일을 주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문제는 수 년 전부터 연구가 되어 왔습니다. 2017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입는 경우가 많으며 진지하게 이직을 고민(66.9%), 상급자나 회사에 대한 신뢰 하락(64.9%), 업무 능력이나 집중도 하락, 동료들과의 관계 소원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정신적, 신체적 건강도 나빠지는 경험을 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직장이라는 장소는 동호회가 아니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실적을 내기 위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조금만 주의를 소홀히 하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위험이 상존합니다. 사람은 스스로를 정당화하려는 심리적인 기제를 가지고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도 자칫 불미스러운 일이 외부로 공개되어 직장 내외 환경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우려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드러나지 않는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는 생각보다 많을 것입니다.
이 법에 대한 사람들의 일차적인 반응은 취지는 좋은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여부인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분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기준이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를 우려합니다. 법보다는 올바른 기업문화와 세대간 인식차이를 좁히는 상호 이해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 법의 시행은 기업문화나 직장인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은밀하고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던 일을 수면위로 끌어내어 공론화하고 법률에 의해 위법하다는 공식적인 평가를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진일보한 입법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관할 노동관서에 제출해야 하고 직장 내 괴롭힘 발생시 고충처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며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여야 하기 때문에 법률이 부재하던 과거와는 상황이 같을 수 없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규율은 생산성 하락과 인사관리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해결 통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피해자 입장에서 기존의 민법상 사용자 책임이나 산재관계법령상의 추상적 조항보다 구체적인 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시행과정에서 다소의 혼란은 예상되지만 모든 근로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는 근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기업문화를 가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됩니다.
글 ㅣ 양호길, 변호사
<필자 소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33기)을 수료하였다. 법무법인 및 상장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7년부터 법무법인 동률에 합류하여 구성원변호사로서 기업법무, 건설부동산, 문화예술 분야 저작권 및 형사 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다수의 사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다. 기업경영 관련 법률을 일반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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