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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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5 00:00 | 최종 수정 2138.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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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필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상가건물 입주상인들은 건물주와 일정기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대상건물에서 사업을 영위합니다.
경제상황이 좋을 때에는 임차인이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므로, 가급적 계약갱신이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을 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적자가 지속되는 경우엔 계약기간 만료 전에 계약을 종료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계약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 갱신 요구를 하는 경우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상가 제 10조 제1항)하고 있습니다.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기간 만료 전에 갱신거절 요구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특별히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의 갱신거절권을 명시하고(상가 제 10조 제4항) 있을 뿐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주택임차인의 갱신거절권을 명시(주택 제 6조 제1항)한 것과는 다릅니다.
따라서, 상가임차인으로서는 특약이 없다면 계약기간 만료 후 계약해지의 통고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해지통고는 임대인이 통고를 수령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상가 제 10조 5항) 따라서, 결국 임차인은 최소 3개월에 해당하는 월세를 그대로 지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최근 "상가임차인은 계약갱신을 원하지 아니해도 미리 임대인과 갱신거절권 행사 가능 기간을 명시한 특약을 하지 아니한 이상, 계약 종료 전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앙2018나10776)
문제된 사안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건물주 A는 2016년 4월 경 B에게 상가건물을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및 관리비 월 400만 원으로 하고 계약기간을 2016년 5월1일(개시일)부터 2017년 4월30일(만료일)까지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특약으로 ”임대인 또는 임차인이 기간만료 3개월 전까지 임대차계약 종결 서면 통지를 하지 아니하면 임대인은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12개월 연장한 것으로 간주한다. 계약 갱신시 임차인이 서면으로 해지통보를 한 날로부터 3개월 되는 날을 계약종료일로 한다“고 약정했습니다.
그런데, 임대 개시 직후인 2016년 7월경 임차인 B는 보증금반환채권을 C에게 양도하였음을 A에게 통지했고 2017년 3월23일에는 ”폐업을 하게 되어 계약연장을 할 수 없으며 만료일에 보증금을 돌려줄 것“을 서면으로 요구했습니다. 임대인 A는 “채권이 이미 C에게 양도되었으니 B에게 돌려줄 수는 없고 B의 계약 연장 거부 서면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후인 2017년 6월26일자로 계약종료된 것으로 보아 그 때까지의 월세 및 관리비 상당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법원에 공탁해버렸습니다.
이미 폐업을 결정한 입장에서 불필요한 추가 비용 지출을 하게 된 임차인 B는 임대차계약서의 특약 내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법규이고, 여기에는 1개월 전까지 갱신거절하면 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임대차계약서에서 3개월 전까지 갱신거절 하도록 정해 놓은 것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임대인이 과도하게 공제하여 부당이득하였으므로 돌려달라는 취지입니다.
제1심 법원은 임차인 B의 주장을 인정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임대인 A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규정상 임차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항소심 재판부의 입장을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권 및 임대인의 계약갱신거절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임차인의 계약갱신거절권을 직접 규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비록 임차인 갱신거절권의 행사기한을 만료일 전 1개월이 아니라 3개월로 약정했더라도 그 약정은 애당초 법에 없는 권리(갱신거절권)을 임차인에게 부여한 것이므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며,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 10조의 4항(임대인이 제 1항의 기간 내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의 규정을 임차인에게 유추적용 할 수 있다면 B의 주장이 인정되겠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법률의 문언 한계 상 그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본 듯합니다.
저도 이와 유사한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법률 규정과 계약 내용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에서 답변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경제상황이 좋아 임차인이 상가건물에서 계속 영업하고자 하는 상황만을 가정하고, 경기불황으로 임차인이 계약기간 중에 사업을 접고 상가건물에서 나가고자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율을 하지 아니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가의 임대는 창업시장, 경제상황, 부동산시장 등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므로, 이를 규율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이러한 경제 사정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상가임차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의 취지를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그것이 임차인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향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을 균형적으로 고려하여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합니다.
글ㅣ양호길, 변호사
<필자 소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33기)을 수료하였다. 법무법인 및 상장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7년부터 법무법인 동률에 합류하여 구성원변호사로서 기업법무, 건설부동산, 문화예술 분야 저작권 및 형사 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다수의 사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다. 기업경영 관련 법률을 일반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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