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속보 전쟁터...압박감 크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 권도연 자유한국당 공보실 차장

신동훈 기자 승인 2019.12.31 17:33 | 최종 수정 2020.01.02 13:40 의견 0
▲권도연 자유한국당 공보실 차장(사진=본인제공)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자유한국당에서 공보실 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직함은 자유한국당 사무처당직자입니다. 언론에서는 ‘당직자’라는 표현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가장 대중적인 표현으로는 '정당 직원'이 있겠네요. 예전 선배들은 '정치 PD'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는데, 사실 저희 업무나 존재는 의원실 보좌진들에 비해 사실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정당 사무처는 15개 정도의 부서와 당직자실에서 크게는 선거 운동, 정책 개발, 정당 홍보부터 작게는 매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 '원내대책회의' 등 아침회의를 준비하는 일까지 도맡아 합니다.

저는 공보실에서 대변인들의 논평을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청와대 연설 비서관이 있듯이, 당에도 각각 대변인들의 논평과 브리핑 내용을 작성하는 일명 ‘비서’가 있는 것인데요, 정치 현안뿐만 아니라 당의 목소리가 필요한 사회 현안과 경제, 외교, 문화 등 각종 이슈 전반에 대해 메시지를 쓰고 관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정당 직원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에겐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게 사실입니다. 처음 정치권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저는 원래 언론고시 준비생이었습니다. 그것도 예능 PD를 꿈꿨어요. 2006년부터 근 5년 간 대학원을 다니면서 언론사 시험을 공부했어요. 필기나 면접도 아닌 최종 면접에서 수차례 미끄러지다보니 어쩌면 나의 길은 이곳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들더라구요.

때마침 자유한국당(당시 한나라당)에서 공개 채용이 있었고, 필기시험 과목이 시사상식과 논술, 토론 면접이라 언론사 시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별 준비나 기대도 없이 시험에 응했는데, 운 좋게 합격했습니다. 정치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었고, 정당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정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정치권에서 일하신지가 8년이 넘었는데요, 지금까지 ‘이 점은 보람을 느낀다’라고 하실만한 성과가 있으면 좀 소개해주세요.  

"이곳은 매일매일이 전쟁터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공보실은 특히나 ‘속보 전쟁터’죠. 통신사 속보 알람이 뜨면 언제 어디에서든 바로 대응 논평이 나와야 해요. 예를 들어, 최근에는 북한이 새벽마다 미사일을 쏘는 바람에 출근길 지하철에서 수차례 핸드폰으로 초안을 쓰기도 했습니다.

매 순간 글 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니 긴장감이 상당합니다. 어떤 주제든, 어떤 사람에 대한 것이든 바로 글로 풀어 쓸 수 있어야 하니 압박감도 어마어마하구요. 제가 쓴 글이 당의 입장으로 나가니 문구 하나하나에도 신경이 쓰이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업무의 무게만큼 짜릿한 순간도 함께 오는 것 같아요. 제가 쓴 문장, 단어, 표현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가 되는 건 매우 설레는 일입니다. 마크 리퍼트 당시 미 대사가 흉기로 습격을 당했을 때, '한미 동맹이 테러 당했다' 라는 표현을 만들어 낸 것도, 최근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아들 공천 때문에 중립의 의무를 어기고 민주당 편을 들어 예산안을 일방 통과시켰다는 당의 입장을 담아 '512조 원 짜리 보은공천'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카피라이터처럼 문구 하나만 잘 뽑아내면, 이 문구가 그대로 신문 1면에 도배가 되기도 하고, 정가에서 두고두고 회자가 됩니다. 이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얘기를 듣고보니 당직자가 하는 일이 예상보다 다이나믹하고 치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에피소드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그동안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몇 가지만 들려주세요.

"‘권위적’, ‘폐쇄적’, ‘놀부 심보’, ‘게으른’. 국회의원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제가 10년 가까이 수 백명의 국회의원들을 지켜봐온 결과 생각만큼 게으르지 않고, 생각만큼 고약하지 않고, 또 생각만큼 권위적이지 않다는 게 제 소견입니다. 

인간적인 부분은 역시나 '먹는 스타일'에서 드러나게 마련인데요. 얼큰이의 대표주자이자 고구려 시대에 태어났으면 장비급 장군하셨을 것 같은 분의 최애 간식은 재미있게도 ‘뽀또’입니다, 곰도 잡을 큰 손으로 미니 샌드를 집어 입에 넣는 모습, 상상이 가시나요? (웃음)

막걸리에 고기만 즐겨드실 것 같은 이미지를 지닌 의원의 최애 간식은 '쿠크다스'입니다. 또 어떤 분은 굉장히 젠틀하고 말이 없으신 분인데, 한 번은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다가 무언가를 우두두 떨어뜨린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배고플 때마다 몰래 하나씩 드셨는지, 캐러멜, 사탕, 초콜릿 봉지가 한 수십 개는 되더라구요. 또 어떤 의원은 초콜릿은 절대 안 드시는데 오로지 '말랑카우'는 드시는 분도 있어요. 

한편으론, 언론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의원들 중에 정말 훌륭한 인품을 가지신 분들도 있고, TV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소유한 분도 계세요. 정당에 있다보면 의원들의 면면을 보게 되는데, 본인의 24시간 전부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은 부각되지 않고, 막말이나 과잉의전같은 것들만 이슈화가 되니 안타까운 부분들이 있죠." 

 

정치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보신 입장에서, 국내와 선진국의 정치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또, 정치의 바람직한 미래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는 ‘누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정치인이 되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5년 전 독일 아데나워 재단에서 주최하는 정치 프로그램에 2년간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독일 기민당(CDU)은 정치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리더십, 민주주의, 정책 입안 과정 등의 수업을 제공하고, 신인 정치인들이 기초의회부터 현실 정치를 익힐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을 거쳐야만 주(州)의회, 그 다음 연방의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일본에도 마쓰시타정경숙이라는 엘리트 정치 양성소가 있어서 지덕체를 갖춘 정치인을 새싹부터 키워내려 노력합니다. 우리처럼 ‘어쩌다 정치인’은 없는 거죠. 

선거를 앞두면 정당은 이른 바 ‘인재 영입’으로 매우 분주해집니다. 검사, 교수, 아나운서 출신 등 가끔은 유명 연예인도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흥행이 중요한 정당은 개인의 유명세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니 그 유혹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건 직무유기예요. 정당은 정치 지망생들을 훈련하고 교육해서 제대로 된 정치인으로 키워낼 의무가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정치인 옷을 입히니, 입법부로서의 의무는커녕 국민과의 소통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국가로서도 손해예요. 국민들 마음속에 존경하는 대통령, 지지하는 정치인 한 명 어디 있나요. OECD에 가입하고 세계 경제 11위이면 뭐합니까. 정치는 완전히 후진국 수준인데요. 정치가 좀 더 나아지고,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면 정치인 탄생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누구나 정치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정치인을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대신 검증받은 정치인만 정치를 하도록 해야죠. 독일은 16개 주마다 정치교육센터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정치 참여를 독려합니다. 그 곳에서 미래의 정치인이 탄생하는 것이고, 국가의 미래가 그려지는 거죠." 

 

올 한 해 우리나라는 외교분야에서 여러 위기를 겪었고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텐데요, 국제 무대에서 한국은 어떠한 외교를 준비하는게 맞을지 견해를 말씀해주세요 

"일본의 경제보복, 흔들리는 한미 동맹,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북한의 무력 도발과 고도화된 무기 개발 등 지금 대한민국 외교는 백척간두에 놓여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에 놓인 한반도에서 외교는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입니다.

특히 한미동맹은 우리의 안보와 생명을 수호하는 주춧돌이자 무너져서는 안 되는 가치동맹입니다. 한미동맹을 흔들려는 사람들은 국가의 체면과 자존심을 내세웁니다. 우리 혼자 힘으로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것, 좋아요. 그걸 누가 반대합니까.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죠. 미국과의 동맹은 생존과 실리가 걸린 문제이지 거래 대상이 아닙니다.

책 ‘총·균·쇠’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최근 ‘대변동’이라는 책을 통해 “이웃한 대국의 위협을 받는 국가는 다양한 선택안을 고려하며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동맹국과 싸우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동맹없이 싸우는 것이다"라고 했구요. 국익은 정권의 안위가 아닙니다. 국익은 국민의 생명이자 국가 안위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일관된 원칙을 지켜나가는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시며 큰 도움이 되었거나 특별한 계기를 마련해준 책은 무엇인가요?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초등학교 5학년 때쯤 처음 접했습니다. 애벌레들이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다른 애벌레들을 따라 높은 기둥을 만들어가며 끊임없이 기어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서로 먼저 올라가려고 애벌레들끼리 밟고 밀고 떨어지는데, 순수한 어린이용 동화책인 줄 알고 읽었다가 큰 충격을 받았었죠. 이 책의 교훈은 나비가 되는 애벌레를 통해 ‘나의 가능성은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것이라고 해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습니다. 나비는 고작 한 달을 살아요. 한 달을 살기 위해 열심히 풀을 뜯고, 나무를 오르고 번데기가 되는 지난한 과정을 견디는 거죠. 저는 여기에서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목표를 설정할 때 나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늘 떠올리는 거죠.

‘한 번 뿐인 인생’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어차피 인생은 짧고, 한 번 뿐인데, 하고 싶은 것 하고, 후회 없이 해보자. 선택의 기로에 놓이면 이 말을 가장 먼저 되뇌곤 해요. 그러면 나를 움츠리게 했던 두려움도 조금씩 사라지고, ‘안되면 말고’ 식의 깡도 생기는 거죠.

행복이라는 건 꿈꾸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좋고 즐거운 것, 웃을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당장의 행복을 위해 선택합니다. 나중은 없어요. 지금, 현재가 가장 나다운 거고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마지막 질문은 미래에 대한 것입니다. 정치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당분간은 '정치적 글쟁이'로 남고 싶습니다. 단 조금은 발전하는 글쟁이이고 싶어요.

하루에 써내야 하는 당 논평만도 10건이 넘는 메시지 과잉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기억하는 정치 언어는 전무합니다. 막말과 비하, 공격 언어만이 매일 매일 쏟아질 뿐이죠. 이제라도 정치 언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 따뜻하며 보다 생산적인 말을 만드는데 더 집중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말’ 말고 국민이 ‘알아야 하는 말’들을 좀 더 쉬운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말을 만들기도 하지만, 말이 상황을 만들고 현실을 바꾸기도 하는 법이거든요. 내가 만든 정치 언어가 정치를 바꾸고, 나아가서 국민의 시선도 바꾸길 기대합니다. 메시지의 힘을 믿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 


◆권도연 차장 약력
- 자유한국당 공보실 차장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실 과장
-(전) 새누리당 홍보국 과장
-(전)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실 과장
-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 석사
- Asem Duo Korea-Germany scholarship
-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 여성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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