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한국 음악,영화,드라마 컨텐츠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드라마 컨텐츠의 저력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적 스토리텔링이 세계적으로 공감을 이끌고 있어 시나리오 작가들도 함께 주목 받고 있습니다. 금번 릴레이 인터뷰는 K-드라마 보조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수호 작가입니다. 보조작가의 역할과 미래 전망에 대해서 얘기해보았습니다.
현재 직장과 직무를 말씀 주세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담당하시나요?
올해 방송예정인 드라마의 프리랜서 ‘보조작가’로 일을 했고, 현재는 나름 저의 작품을 준비 중인 강수호라고 합니다. (미방영 된 작품이라 제목 등 구체적인 정보는 언급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조작가의 업무는 메인작가를 보조하여 자료조사, 오탈자 점검, 오류 점검, 아이디어 제안, 이야기 구성, 대본 초안 작성 등 입니다. 워낙 변수가 많은 업종이고 작가의 경력과 드라마의 제작 진행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하는 업무도 보통 이 정도 선에서 입니다.
어떤 계기로 현재 직무를 선택하게 되었나요? 원래 원하셨던 직무인가요?
본래 영화연출 전공자로, ‘직업’으로서 선택했다기보다는 저 자신의 대본을 쓰기 위해 수행 중인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본의 작법에 대해 가르치는 기관이나 교재들은 시중에 많지만 영상대본 작업은 ‘협업’을 전제로 진행이 됩니다. 따라서 현장에서만 느끼거나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기에 영상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은 적어도 한번쯤 겪어봐야 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영화연출 전공이기에 독립영화의 연출부나 조감독, 구성작가, 영상편집, 조명, 미개봉 된 상업영화의 시나리오 보조작가 등 여러 포지션에서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문득 제가 이쪽 업계에서 하고 싶은 일은 결국 스토리텔링 쪽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이후로는 대본 업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직무에서 가장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째는 꼼꼼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보조작가는 메인 작가가 이야기의 큰 그림을 구상하는 동안 작업에 원활히 몰두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포지션입니다.
메인 작가가 이야기를 위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그 아이디어가 ‘말이 되는지’를 검증하는 것은 보통 보조작가의 역할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놓치게 되면 이후 상당히 수습하기 난처해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검증에만 치우쳐서야 ’작가’라고 불릴 이유가 없겠지요. 꼼꼼함이 업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결국 ‘이야기 구성에 대한 이해도’입니다.
제 아무리 기발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의 틀에 집어넣을 수 없다면 불필요한 계륵에 불과합니다.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만 해도 말은 쉽지만 막상 해보면 재능과 노력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옵니다. 따라서 ‘이야기 구성 자체에 대한 이해도’ 역시 직무를 위해서 상당히 중요한 역량입니다.
본인의 직무를 희망하는 취준생 등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취준생’이라기보다 ‘작가지망생’이신 분들이 많이 유입되는 포지션이다 보니 아무래도 ‘내 글을 쓰는 게 아니다’라는 데서 오는 괴리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포지션을 거치는 사람들이 가장 큰 불만은 “내 작품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고생만 해야하나”라는 부분입니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반대로 이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잘 안 하더라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하는 글을 쓰고 싶어서’ 작가가 되고자 하지만 조금 관점을 달리 생각하면 어차피 자기 의견을 충분히 피력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갖기 전까진 ‘남의 아이템’으로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은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메인 작가들의 경우, 험난한 현업에서 이미 작품성을 검증 받은 고수들인 경우가 많으므로 노력 여하에 따라 이보다 양질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도 달리 없지요. 물론 그 과정은 다소 험난하겠지만..어쩌겠습니까. 원래 대본은 피와 땀의 산물인 것을. 그저 파이팅입니다.
본인의 현재 직무가 미래에는 어떻게 변화될 거라 보세요? 그렇게 보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OTT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이쪽 업계에서는 ‘작가가 없다’는 말이 흔해졌습니다. 작은 공모전 하나만 당선되어도 서로 모셔가려 난리라고도 하고요. 저 또한 이런저런 제안을 받다 보니 확연히 현 상황이 체감됩니다. 이처럼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보조작가’와 같은 포지션은 오히려 점점 전문화되고 그 수요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제작과정에서 제작사는 첫 데뷔를 준비하는 영화감독 옆에 경험 많은 조감독과 촬영감독을 붙이곤 하는데, 이는 감독이 가진 잠재력을 보고 투자는 하였으나 경험부족에서 오는 어떤 종류의 리스크를 노련한 스탭의 투입을 통해 보완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의 상황이 작가 측에게도 벌어지겠지요.
지금도 경력 많은 보조작가의 경우 어지간한 신인 (메인)작가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수록 보조작가는 ‘메인작가가 되기 위해 거쳐가는 중간과정’에서 그 자체로 종결되는 하나의 전문직으로 독립해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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