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도전이야기] 50대 엑스세대 아재의 일상도전, 그리고 새로운 시선

박준상 디렉터 승인 2022.12.19 15:48 | 최종 수정 2022.12.27 20:04 의견 0

내가 평생 젊다고 착각하고 살아오던 어제까지의 시선

조금 처절하지만 이제서야 현실을 느끼면서 보게 된 오늘의 시선들

이 두가지 시선으로 소소한 시도들을 공유하다 보면 생각했던 것 보다 재밌는 반응과 기회들이 생겨날 수 있을 것 같고,

누구에겐 가는 소셜미디어에서 찾을 수 없는 조금 더 상세하고 담백한 텍스트들이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름더위가 절정이던 8월 아무 생각없이 예약했던 코로나 4차 백신 접종 다음날, 개도 안 걸린다는 한여름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올해 여러가지 무리한 상황도 많았으니 몸살이 날수도 있지 싶었고, 고3 아들방에서 에어컨과 넷플릭스의 조합으로 이참에 며칠 푹 쉬겠다 싶었는데 결국은 고열에 구토로 응급실까지 찾게 되었다.

미치도록 아팠던 입원 기간동안 드디어 거부할 수 없이 50대가 되었음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매년 나이를 한 살 먹을 때마다 스스로 나이를 잊도록 최면을 걸며 서른, 마흔, 쉰을 넘겨왔는데 병원에서의 일주일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1990년대의 시작과 함께 대학생이 되었던 엑스세대다.

추억의 80년대에 초중고를 잠실에서 유쾌하게 다녔었고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사셨던 부모님 덕에 편한 삶을 살아왔다.

노력은 적당히 했고, 옷을 좋아했고 쇼핑을 좋아한 한국 브랜드 소비자의 초기세대.

스키니진과 힙합바지, 명품패션, 동대문 보세 옷의 초창기를 모두 경험한 세대.

결핍하지 않았던 인생을 살아와서인지 안정적인 기업 연구소를 30대 후반에 박차고 나와 하고 싶은 패션 브랜드 유통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미친듯이 바쁘게 살며 모든 것을 걸고 달려왔던 사업.

한때 내 전부라 여겼던 사업이 처절하게 망해 버렸다. 아니 내 손으로 정리를 했다.

괴롭고 슬픈 것보다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그냥 생각없이 몇 년을 살아왔다.

2022년 8월 한 대학병원 입원실

생각보다 앞으로의 내 인생이 얼마 안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서는 조만간 훅하고 내 인생이 뭔가를 새롭게 시도해 보기 힘든 80대 노인이 되어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급성폐렴. 고열만 40도 미만으로 떨어지면 뭐든 다 할 것 같았는데 열이 내리고 나니 병실의 항암환자들이 눈에 들어왔고, 몸이 조금씩 살아나니 입원 전 처리 못한 일들이 밀려들었고, 곧 몸이 회복되면서 퇴원 후의 일상을 생각하고 있었다.

운 좋게도 큰 결핍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50을 넘어가고 있는 엑스세대.

더 늦기 전에 좀 많이 다른 일상을 살아보자고 생각했다.

사실 최근 결핍한 생활에 맞닥뜨려 있었지만 애써 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던 2022년의 하루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결핍이 동기가 되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하루들로 바꿔야 했다.

못하는 게 아니라 효율이 낮다고 나를 속여왔던 일들에 도전해보기로 정했다. 일주일에 한번은 해 볼만 하겠지? 불법만 아니면 그냥 해보자. 어차피 혼자 공유오피스에서 일하고 있는데 못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갓 50대를 시작한 엑스세대 아재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미루고 미루던 작은 도전들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뭔가 기준도 방향도 없이 그냥 시작부터 했다.

아 맞다. 중요한 원칙 하나는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도전이어야 한다. 2022년의 내게 가장 결핍한 것이 돈이니까.

지금이 아니면 시도조차 못해볼 것 같았다.

출처 : 픽사베이

힘에 부쳐서 건, 우울증이나 무기력증 때문이건, 언젠가 곧 다가올 노년의 일상에서는 시작도 못해볼 것 같은 것들 이라서 지금 바로 시작하기로 했고, 지금까지 도전한 몇 가지 일들을 주위 사람들과 살짝 공유해보니 다양한 표정을 읽게 된다.

"어쩔… 불쌍하게..."

"오오… 재밌네!"

"정말 대단하셔요."

"흠… 이 형 어떡해..."

"아… 어쩌다가 얘가 여기까지..."

결국 50가지의 도전이라고 거창하게 붙였던 타이틀을 폐기했고, 일련의 소소한 도전 또는 시도의 과정속에서 뒤통수를 살짝 때리며 다가온 느낌과 생각, 작은 깨달음 같은 것들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내가 평생 젊다고 착각하고 살아오던 어제까지의 시선

조금 처절하지만 이제서야 현실을 느끼면서 보게 된 오늘의 시선들

이 두가지 시선으로 소소한 시도들을 공유하다 보면 생각했던 것 보다 재밌는 반응과 기회들이 생겨날 수 있을 것 같고, 누구에겐 가는 소셜미디어에서 찾을 수 없는 조금 더 상세하고 담백한 텍스트들이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순간인 지금을 사그라질 기억이 아닌 글로 저장하는 큰 보너스를 받게 될 것 같다.

글 ㅣ 박준상 디렉터

[필자소개]

기계공학을 전공하였고, 기업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패션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한 채 경영학 학사와 패션관련 공부, 그리고 온라인쇼핑몰 투잡까지 해가면서 결국 유럽 패션브랜드 총판사업을 15년 넘게 해오면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다시 재기를 노리며 끊임없이 브랜드와 관련된 프로젝트와 사업을 벌려보고 있습니다.

학력: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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