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능력연구원(원장 류장수)이 20대 청년들(1999년생)의 정서적 고립 문제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1명꼴로 고립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Ⅱ(2021)’ 5차년도 패널 조사 자료 가운데 응답자 8067명을 대상으로 한다(1999년생으로 2021년 조사 당시 만 22세로 일반대학 진학 상태라면 대학교 4학년 재학 중이거나, 군 복무 중일 수 있다. 단 응답자 규모가 10명 미만인 고등학교 중퇴, 일반대학 졸업·수료, 석사 재학 등의 그룹은 제외).
도움이 필요한 3가지 상황(△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경우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 △몸이 아파서 거동하기가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에서 도움을 받을 사람이 전혀 없는 항목이 1개 이상일 때 정서적 고립이라고 해석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11%(890명/8067명)가 도움을 받을 사람이 전혀 없는 항목이 1개 이상이라고 응답해 정서적 고립 상태에 있었다.
교육을 중단했거나, 부모의 소득이 낮을 때 상대적으로 정서적 고립 비율이 높았다.
학력 상태에 따른 정서적 고립 발생률은 대학교 중퇴(일반대학 14.52%, 전문대 14.08%)가 14%대로 가장 높았다. 반면, 일반대학 재학은 8.42%로 가장 낮았다.
부모의 소득 수준별 정서적 고립 발생률은 1분위(하위 20%) 13.85%, 5분위(상위 20%) 8.68%로 각각 집계됐다. 가정 경제 환경 차이에 따라 정서적 고립 발생률이 5%p 이상 차이가 났다.
정서적으로 고립된 청년은 긍정적 자기 인식과 사회 신뢰 수준이 비교적 낮았다.
정서적 고립 청년은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자기 이해 수준과 긍정적 자기 인식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조사 대상은 만 22세로 자기 이해와 긍정적 인식이 떨어지면 새로운 사회에 적응(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취업하는 등)하는데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회 신뢰 수준은 정서적 고립 청년이 그렇지 않은 청년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낯선 사람’ 제외). 가족은 물론 친구나 직장 동료에 대한 신뢰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서적 고립 청년들은 조직 적응과 관계 구축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서적으로 고립된 청년은 상대적으로 자살 충동률은 높고, 구직 의욕은 낮았다.
자살 충동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정서적 고립 집단(12.98%)이 그렇지 않은 집단(5.22%)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정서적 고립이 잠재적 사회 문제로 확장될 가능성을 볼 수 있다.
구직을 단념한 비율이 정서적 고립 청년은 7.32%(취업이 잘되지 않아 구직활동에 대한 의욕 상실 2.93%, 일을 하고 싶지 않음 4.39%), 그렇지 않은 청년은 4.05%(취업이 잘되지 않아 구직활동에 대한 의욕 상실 0.84%, 일을 하고 싶지 않음 3.21%)로 각각 집계됐다. 정서적 고립 청년들이 장기적으로 경제 활동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대처가 요구된다.
이번 분석을 수행한 최수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서적 고립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특정 계층의 사회적 불능 상태 고착화나 자살의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며 “정서적 고립 청년의 자살 충동률은 2배 이상, 구직 의욕 상실은 3배 이상 높게 조사돼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계층의 정서적 고립은 개인의 성장과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의 성장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인 고립과 은둔에 처할 수 있는 청년의 규모를 파악하고, 이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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